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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선생 Nov 23. 2020

대중예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다

[음악에세이#12]존 레넌(John Lenon), 그리고「Imagine」



   지난 20세기의 초입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대중(大衆)’과 ‘예술(藝術)’이 복합명사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에 회의적이었다. 예술에 대한 전통적 인식의 층위 안에서 대중예술의 위치는 언제나 초라했고, 예술과 미학이라는 개념에 있어 지식인과 대중간의 괴리는 엄청났다. 그런데 지난 한 세기를 기점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미디어가 급속도로 발달했고 다양한 기술복제가 가능해졌으며, 인류의 생산 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게다가 소수 권력자와 일부 지식인들이 독점하던 문화권력이 대중으로 이동하면서, 대중예술의 지위는 가파르게 격상됐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만으로는 오늘날 대중예술이 갖게 된 지위와 파급력을 모두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대중예술의 입지 변화에 뛰어난 기술과 급변하는 환경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사람과 그들이 만들어 낸 작품이 갖는 고유한 가치’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존 레넌(John Lenon)과 Imagine처럼.



  20대 시절, 온라인 게임으로 만난 인연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져 몇 년간 교류했던 박모라는 동생이 있었다. 다소 거친 입담과 직설적인 성격 탓에 호불호가 갈리는 친구이긴 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아마추어 기타리스트였다. 그는 연주가 잘 되지 않거나 작곡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날이면 메신저를 이용해 나와 음악 얘기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푸는 습관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가 메신저로 불쑥 질문을 던졌다.

“형은 20세기 노래 중에 어떤 노래가 제일 좋아요?”
“갑자기? 글쎄. 몇 곡 떠오르긴 하는데... 하나만 답해야 되니?”
“자, 들어봐요. 외계인이 침공했건 전쟁이 났건 병이 들었건, 형은 내일 죽는 거야. 그런데 노래를 딱 한곡 들을 수 있는 거지. 그럼 형은 어떤 노래를 들을 거냐는 거 에요.”
“거참 뜬금없네. 음... 난 Imagine일 것 같다...”
“Smells Like Teen Spirit이 아니라? 왜요?”
“그러게... 그걸 나도 잘 모르겠네...”

  그는 분명 내 음악적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고 적잖이 당황했다. 사실 나 또한 제 답에 스스로 놀랐다는 게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왜 그 곡일 까?’ 내가 내놓은 답은 스스로도 당황스러운 것이었고, 이는 또 다른 질문들로 이어졌다. 급기야 내가 왜 대중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행위에 이처럼 관심을 갖게 됐을까?’는 질문까지 거슬러 올라갔고, 스스로와의 오랜 대화 끝에 '이 모든 것이 존 레넌의 삶과 음악을 알고부터'라는 결론에 다다랐.

  대중음악이라는 예술이 갖는 미학의 테두리 안에서, 내게 존 레넌은 가장 뛰어난 20세기의 대중예술가 중 한 명이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딛고 비틀스라는 위대한 그룹의 일원이  과정, 오노 요코와의 운명적인 교감을 통해 나눈 폭발적인 사랑과 비틀스의 종말, 그리고 반전운동가로서의 치열한 삶과 드라마틱한 죽음까지. 그의 삶은 그 누구의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뜨겁고 격정적인 서사였고, 그는 이를 자신의 음악 속에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혹자는 존 레넌이 겪은 삶의 굴곡이 만들어 낸 몇몇의 실수를 지적하거나 비틀스 이후 그의 작품을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야말로 ‘대중예술의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Imagine」그런 그가 만들어 낸 최고의 걸작이다.


“우리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온 세상의 광대가 되겠습니다.”
“집집마다 텔레비전 한 대씩은 있지 않나요? 모두가 텔레비전을 장만하듯 평화를 요구했다면 평화는 진즉에 이루어졌을 거예요.”


   레넌은 반전과 인권에 관한 생각을 음악이라는 대중예술행위로 맹렬히 승화시킨 음악가이자, 늘 평화를 갈망(「Give Peace a Chance」)하는 휴머니스트였다. 또한 대중예술가로서 최초라는 영예를 안겨준 대영 제국 훈장을 반납하면서까지 전쟁 개입에 반대(「Instant Karma」)하고, 잘못된 사회구조에 대해 서슴없이 일갈(「Working Class Hero」)하던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가 걸어온 길에는 언제나 ‘인류애’라는 한결같은 메시지가 새겨져 있다. 그런 그가 꿈꾼 이상향을 묘사한 곡이 「Imagine」이다. 「Imagine」은 인류에게 보내는, 그가 꿈꾸던 궁극의 낙원 ‘뉴토피아’로의 초대장과도 같은 곡이다.


Imagine이 수록되어 있는 그의 컴필레이션 음반. John Lennon/Plastic Ono Band의 Mother, GOD, Working Class Hero는 빠져있다.


   「Imagine」전하는 인류애적 가치가 여전히 큰 울림을 전한다는 사실에서, 나는 대중예술이 '인류애에 기반한 시대의 메시지를 담은 미적 작품의 형성 행위' 일 때 비로소 가치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또한 대중예술가가 가져야 할 궁극적인 목표와 그에 따른 예술행위가 만들어낸 작품이 과연 어떤 형상이어야 하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존 레넌이 대중예술의 존재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증명해낸, 위대한 대중예술가라고 믿는 이유다. 그리고 대중예술가로서 그의 위대함은 비틀스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래서 시기가 다가올 때면, 나는 언제나 그를 떠올린다. 그를 추모하고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기린다. 12월 8일이 다시 돌아오는 한, 나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와 그의 음악을 그리워 것이다. 이는 그가 사랑했던 인류의 구성원으로서, 한 명의 대중예술가로서, 또 그가 만든 뉴토피아의 국민으로서 내게 주어진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 내가 태어난 해의 12월 8일, 세상을 떠난 그와 그의 음악을 기리며.



# 추천 Playlist

- Imagine

- Love

- Instant Karma


# 이 앨범에는 없지만,

- Give Peace a Chance

- God

- Mother

- Working Class H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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