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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선생 Dec 03. 2020

겨울, 당신께 권하는 '마법'의 선율

[음악 에세이#13] 조지 윈스턴의 <December>




  내가 가진 능력으로는 꿈꾸던 삶을 실현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 자각에 다다랐던 날,


  나날이 쌓이는 업무 스트레스를 잠시 잊은 이유가 무능한 상사와 눈치 없는 부하직원으로 인한 고통이 더 컸기 때문일 뿐임을 알게 된 날,


  귀갓길을 지키던 사랑스러운 내 아이가 마치 장판파의 장비처럼 두렵게 느껴졌던 날,


  그리고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 날들의 반복이 바로 '삶’ 임을 깨달았던 어느 날에, 나는 조지 윈스턴의 ‘마법’에 빠져들었다.



  1982년에 발매된 조지 윈스턴의 네 번째 음반은 뉴에이지나 그의 음악을 처음 접한 이들에게 자칫 이벤트 음반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곡 구성을 살피다 보면, 캐럴 앨범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실제 이 음반에는 조지 윈스턴 특유의 색으로 변주된 유럽의 여러 캐럴을 들을 수 있는 기쁨이 있다. 하지만 친숙한 선율이 주는 반가움 따위로는 이 음반의 가치를 단 1%도 설명할 수 없다. 뉴에이지는 몰라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다는 「Thanksgiving」이 수록된 명반, 바로 <December>이기 때문이다.


  조지 윈스턴의 앞선 앨범들도 골드 레코드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앞선 앨범이 골드 레코드가 된 것은 이 음반 출시된 이후였다. 즉 이 음반의 성공이 그의 앞선 음반들마저 골드 레코드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뉴에이지 앨범이 팝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드 레코드에 등극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업적 이건만, 앞선 발매된 음반들까지 골드 레코드로 만들어버렸으니 실로 전설적인 명반이 아닐 수 없다.


  뉴에이지 음악은 기존의 서양적 가치관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해 사회, 문화, 종교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뉴에이지 운동’의 음악적 발현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음악 장르 간의 융합을 통해 기존의 대중음악이 가지고 있던 문제들에서 탈피해 보고자 하는 일종의 음악적인 도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DECEMBER>가 그의 가장 대표적인 앨범으로 꼽히지만, SUMMER, AUTUMN 등 다른 계절 앨범들도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내가 수많은 뉴에이지 아티스트 가운데서도 조지 윈스턴과 그의 음악을 더욱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의 음악적 성취가 성공적인 장르 융합 정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을 전원적 포크 피아니스트로 명명한 조지 윈스턴의 매력은 재즈, 블루스, 민요에 이르기까지 어떤 장르의 음악이라도 자신만의 클래시컬한 연주로 완벽히 표현하는 데 있다.

  그에 더해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음악이 자연과 전원의 이미지를 선율로 형상화하여 인간의 내면을 정화시키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의 음악을 ‘마법’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내 마음이 얼마나 어지럽혀져 있든, 는 기어코 푸른 숲과 흐르는 강을 내 마음속에 펼쳐 놓는다. 나는 그런 그의 마법 안에서 위안을 얻고 상처를 치유한다. 자신있게 말하건데, 그의 연주를 듣는다는 것은 마치 신비로운 매력이 넘실대는 대자연과의 조우와도 같다. 그래서 이름 모를 당신께도  권하고 싶다. 한 번쯤 그의 음악을 들어보기를. 그의 연주에 꼭 한번 취해보기를.


  자신을 잠식하는 번뇌, 고통, 슬픔, 연민, 분노 따위를 떨쳐내야 할 어느 겨울날에, 그의 마법에 몸과 마음을 맡겨 보기를.


# 추천 Playlist

- Thanksgiving

- Peace

- Variations on the Kanon

- Joy

- Sleep Baby Mine (2001 재발매 앨범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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