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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삶이다

야마구치현 하기(萩城)

by 김상 Oct 21. 2024

제가 메이지유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료마전"이라는 일본의 유신지사 사카모토 료마를 주인공으로 한 대하드라마에 푹 빠져들면서부터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 사회(세계사) 시간 때 메이지 유신이라는 사건을 단순히 "에도막부를 타도하고 중앙집권체제를 복원하며 전분야에 걸쳐 근대화를 성공시킨 개혁" 이라고만 배웠습니다만 드라마를 보며 시청각으로 정보가 들어오니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메이지 유신에 가장 큰 공로를 세운 조슈번(야마구치현)과 사츠마번(가고시마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육군의 조슈, 해군의 사츠마가 이때부터 나뉘어젔으며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조슈와 사츠마조슈와 사츠마

그리고 코로나가 풀리고 일본여행에 대한 갈증이 극에 달할 무렵에 일본을 여러 번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중 기타큐슈를 시작으로 야마구치현을 거쳐 '하기(萩城)'에 방문하게 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저는 해외여행을 여러 번 다니면서 몇 개의 원칙이 생겼습니다.

1) 비행기표는 스카이스캐너로 가장 싸게 나온 걸로

2) 숙소는 잠만 자면 되는 곳으로

3) 비행기표와 숙소에서 아낀 돈으로 식비, 관광지, 교통비에 사용할 것


경제적인 여건이 좋지 않아 나도 모르게 원칙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지금은 나름 괜찮은 습관을 들였다고 생각합니다.

비싼 숙소에서 머무는 게 익숙해졌다면 여행에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놓쳤을 것 같기 때문이죠. 그 예로 비싼 호텔방에 머물게 되면 내가 만나게 되는 인연은 호텔직원뿐입니다. 하지만 "잠만 자면 되는 곳"으로 숙소를 잡게 되면 주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게 되는데 같이 여행온 각 나라의 여행자들과 이야기하며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이유로 제 여행지는 기타큐슈로 확정이 되었고 기타큐슈를 넘어 야마구치, 하기까지 방문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되었네요. (23년 7월)


기타큐슈에서 야마구치까지...


기타큐슈에서 하기까지기타큐슈에서 하기까지

기타큐슈에서 하기까지는 신칸센을 타고 신야마구치까지 이동했습니다. 대략 2시간 정도가 걸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일본의 교통비는 한국의 2배 가까이 되었습니다. 신칸센의 새의 부리 같은 디자인이 매우 신기했었네요.


야마구치 시내에서는 1박을 했었는데, 저녁에 하필 천둥번개가 치며 비가 내리는 통에 시내에서 음식점들을 찾아다니며 뭘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신야마구치역에 있는 선술집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とりあえず ビール ください"  (토리아에즈 나마비-루 구다사이)

"생맥주 한잔 먼저 주세요!"


생맥주와 함께 메인요리를 주문했는데 안주를 주더군요. 일본의 대부분의 술집에서는 메인요리가 나오기 전 간단한 안주가 나오는 오토시라는 게 있습니다. 가격이 500엔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자릿값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만 오토시를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텐데 아무 말없이 제공하면 이 문화를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오해의 소지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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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생맥주와 오토시, 가라아게 및 생선회 정식
신야마구치 정류장에서 하기로 가는 버스신야마구치 정류장에서 하기로 가는 버스

다음날 신야마구치역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하기로 이동하였습니다.

제일 처음 방문했던 곳은 하기성이었습니다. 1863년 야마구치로 번청을 옮기고 메이지 시대인 1874년에는 폐성령으로 건물들은 파괴되고 현재는 성터만 남아있습니다. 폐허만 남은 성내를 걸으면서 강성했을 때의 성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습니다. 지금 그때를 생각해 보면 "번청을 옮기고 성을 파괴한건 당시에 물론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만, 돌이켜보면 대한민국과 같이 인습을 없애려고 전통까지 모두 없애 버린 건 아닐까? 폐허만 남은 성곽이 너무 아쉽다"라고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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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성 주변과 하기성 안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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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성 외곽과 오래된 식당에서 먹은 가라아게 정식


요시다쇼인과 이토히로부미의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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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시내와 요시다쇼인 신사

하기성 방문을 마치고 요시다쇼인이 모셔져 있는 쇼인신사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요시다 쇼인은 정한론을 주장한, 일본 우익진영에서 사상적 지주로 삼는 인물입니다. 그의 제자로는 타카스키 신사쿠, 쿠사카 겐즈이, 기다 다카요시, 이토 히로부미 등 유신지사들이 있습니다. 제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기분이 묘하더군요. 대한제국, 우리 선조를 망하고 침탈한 정신적 지주가 있는 곳에 찾아가는 것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가슴 한편으로는 죄를 짓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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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히로부미 고가와 유신지사들


요시다 쇼인신사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이토히로부미 생가가 보입니다. 이토 히로부미의 고가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단출해 보였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를 학생일 때는 대한제국을 침탈한 절대악이라고 배웠는데, 내가 일본인이라면 과연 그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 총리까지 지낸 그의 능력과 삶은 어땠을까? , 이토 히로부미라는 인간을 한국인의 입장에서만이 아닌 일본인의 입장, 서양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재해석해 나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하기의 여행은 즐거웠기도 했지만 많은 의문들을 남겼습니다. 앞으로는 그 답을 하나씩 찾아가 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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