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음

by 봄날의 옥토

몇 개월이나 지나 처음 가보았다.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현장.

중앙로 역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자 벌써 매캐한 냄새가 코 언저리로 불쑥 다가왔다.

그곳은 어둡고 차가웠다.

역사 안 벽은 그을음으로 온통 까맣고, 그래서 그랬던지 으스스한 냉기가 온몸을 감싸는 느낌이었다.

그을음 위 추모글들은 슬프고.. 위로하고.. 한탄하고.. 기원하고.. 빌고 있었다.

그을음 아래의 새하얀 국화는 더욱 도드라져 환하게 빛이 났다.

끝도 없이 침잠하는, 말할 수 없는 비애로 나는 추모글을 쓸 수도, 국화를 놓을 수도 없었다.

하염없는 눈물만 앞을 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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