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검은 18화

밤비

by 봄날의 옥토

짧고 강렬한 불빛이었다.

잠을 깨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길게 내려놓은 블라인드가 무색하게, 하얀 광선이 번쩍하고 작은방 안을 가득 채웠다가 사라졌다.

잠결에도 나는, 곧 이어질 묵직하고도 장엄한 소리를 기다렸다.


'하나, 둘, 셋, 넷...'


어릴 적부터 나는 번개가 치면 숫자를 세는 버릇이 있었다.

빛에 이어 소리가 따라오는 게 늘 신기했기 때문이다.


빛과 소리 사이, 그 짧은 간격 속에서 느껴지는 설렘은 지금도 여전하다.

번개와 천둥은 마치 하늘을 부수기라도 하려는 듯, 온 힘을 쏟아낸다.

둘은 싸우지도 않는지, 단 한 번도 홀로 있은 적이 없다.

발광하고 나면 어김없이 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뒤따른다.


'다섯, 여섯, 일곱.... 어...?'


우르르 쾅쾅--


'어쩐지...'


그 몇 초의 기다림 때문에 새벽 세 시, 나는 잠에서 완전히 깨어났다.

어두운 거실로 나와 창밖을 바라보았다. 밤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을 스포트라이트 삼아 나무들은 광란의 춤을 추고 있었고, 휑한 거리의 보도블럭은 세찬 빗방울을 무방비로 얻어맞고 있었다.

바닥을 치고 튀어 오른 빗방울들은 불빛에 반사되어 '빛 방울'이 되었고, 나는 마치 물꽃놀이를 보는 듯 황홀하게 빠져들었다.


몇 번의 천둥과 번개 사이, 설렘을 다시금 느낀 뒤 나는 조용히 침대로 돌아갔다.

잠을 청했지만, 쏟아지는 밤비 속 강렬한 빛과 천지개벽하는 듯한 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워 한참 동안 잠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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