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차갑고 딱딱한 권총이 만져진다.
'지금 쏠까?'
권총을 틀어쥔 손바닥엔 어느새 땀이 흥건했다.
온몸의 촉수를 권총에 모았으나, 시선만은 늙은 왜놈에게 예리하게 꽂혀있다.
빼곡하게 정렬한 의장대를 넘어 가증스러운 몰골의 이토가 보인다.
흰 수염이 길고 이마가 넓은 조그만 늙은이.
검은 권총에 장전된 총알은 모두 7발.
안중근은 망설임 없이 뚜벅뚜벅 걸어 나가 군대의 대열 바로 뒤에 이르렀다.
7미터 거리.
'하늘이 준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한 손으로 쏜 세 발은 정확히 이토 히로부미의 가슴에 박혔다.
쏘고 나니 드는 의구심.
그는 이토의 얼굴을 모른다.
다시 한번 검은 손잡이를 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걸어 나오는 일본인 중 가장 위엄 있어 보이는 자들을 향해.
총알 세 발을 헛방 없이 모두 명중시켰다.
적들이 쓰러지는 것을 지켜본 뒤 안중근은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대한 만세"를 세 번 외쳤다.
그로부터 정확히 5개월 뒤, 그는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나라를 위해 떳떳하게 죽으라'는 어머니의 말대로 순국했다.
그렇게 그는 암울한 나라의 검은 하늘을 찢고, 찬란한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