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유학생이란,

by 이면

이 미팅은 우연히 알게 된 B 교수님이 D 교수님을 소개해 주면서 시작되었다. 사실 B 교수님의 부탁으로 D 교수님이 한 번쯤 나를 만나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D 교수님이라도, 동료 교수의 추천이 있었다 해도 생판 모르는, 심지어는 독일도 아닌 동아시아 국적의 학생을 선뜻 책임지긴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특히 독일 박사과정생 경우는 거의 교수님 단독 관리 체계에 가깝다. 박사 입학 과정 자체가 ‘교수님 콘탁 - 교수님 수락’이라는 구조로 되어 있으니, 콘탁이 곧 입시이고, 수락이 곧 합격인 셈이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교수님이 그 박사과정을 개인적으로 책임진다는 뜻이다. 독일 사회에서 ‘책임’이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지도교수를 ‘Doktorvater’ 또는 ‘Doktormutt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능력이 쌓일수록 책임은 무거워진다. 그래서 독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교수님일수록 바쁘고, 그들의 태도는 단호하면서도 예의 바르다. 그 모습이 멋져 보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권위가 무섭기도 하다.


그런 교수님과의 미팅에서 나는 잘 보여도 모자랄 판에 늦고 만 거다. 부랴부랴 링크를 클릭해 줌 미팅에 들어갔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교수님이 먼저 나에게 사과를 하신 것이다.


“제가 시간을 헷갈렸네요. 약속한 내일은 수업이 있는 날인데, 제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아요. 혹시 이번 주 일요일이나 다음 주 목요일은 어떠신가요?”


긴장이 풀려서 한껏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주 살짝 눈물이 핑 돌기도 했던 것 같다. 나는 다급히 이번 주 일요일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 주 목요일까지는 도저히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보충하고 싶었던 PPT 내용도 다시 손볼 수 있고, 페이퍼도 한 번 더 외울 시간이 생긴 셈이니까. 교수님께는 일요일에 보여드릴 수정본을 다시 보내드리겠다고 한 뒤 첫미팅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교수님과 잠시나마 스몰톡을 나누며 인사를 나누니 긴장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시간은 금새 지나갔다. 이른 토요일 새벽, 나는 다듬은 PPT를 교수님께 보냈다. 다음 날, 긴장되는 마음으로 줌 링크에 접속했다.


PPT가 잘못되었던 걸까? 아니, 어쩌면 내 연구가 너무 형편없었던 걸까? PPT와 프로포절을 보고, 이 학생은 박사과정을 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하신 걸까?


유학이라는 건 어쩌면 간절함, 막막함, 메말라감이 기본값일지도 모르겠다. 기대다 보면 외롭고, 외롭다 보면 막막하고, 막막해하다 보면 메마른다. 나는 그렇게 고대하던 일요일이 그토록 서걱거리는 하루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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