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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Lee Oct 09. 2020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고뇌

나에겐 누가 보아도 성공을 달성한 창업가 친구가 있다. 그는 20대에 처음 창업한 회사를 약 한화 10억 원 정도에 매각한 뒤, Y-combinator 운영진들의 개인투자와 투자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lowercase 등의 VC 펀딩을 유치한 기업을 공동 창업한 훌륭한 사업가이다. 그가 창업한 회사는 유니콘이 되지는 못했지만, 아직까지 꾸준한 매출과 성장을 기록하고, 수백 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성공적인 중견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나에게 통보를 하였다.

"헨리, 난 퇴사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거야."


그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퇴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안정된 회사에서 편하게 일하고 싶다고 하였고, 결국 그렇게 하였다. 창업가가 자신이 창업한 저명한 회사를 퇴사하고, 타 기업의 직원으로 입사하는 선택을 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을 하였겠지만, 창업의 역경을 겪어본 나 또한 피로에 가득 찬 그에 눈빛이 말해주는 의미를 이해하였다. 그에게는 더 이상 창업의 짐을 지고 사업을 진행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었다.


그만큼, 스타트업 창업은 매우 길고, 지겹고, 고통스러우며, 고독한 여정이다.


그러면, 창업가의 길이 왜 그리 고통스러운지 알아보자.


1. IT업계의 창업은 매우 무모한 도박이다. 마치 전 재산을 정크본드에 몰아넣은 것 같이 무모하다.


매우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진화하는 IT업계의 특정상, 창업하는 스타트업이 추후 대기업과 다른 창업가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아무나 손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독자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아이템이 요구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전 글을 참조하길 바란다) IT 스타트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재빠르게 확장할 수 있기에, 이미 전 세계 어딘가에서 대중적인 호응을 얻는 아이템을 복제하여 사업을 하려고 하면 대부분 먼 두 번째 주자로 머물 수밖에 없다. (이전 글에 언급된 것처럼 남들보다 반 발자국 먼저 앞서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에, IT업계의 창업은 세계 어디에서도 아직 시도되지 않고, 자신이 보유한 독자적인 기술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매우 대중적인 욕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아이템이 요구된다. 마치 요식업 창업에 비유하자면, 아직 대중적인 호응을 얻지는 않았지만 출시 후 매우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고, 아무나 손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레시피이지만 자신만은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신메뉴를 발굴하는 것과 같은 매우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작업이다.


이러기에, IT업계에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작업은 매우 어렵고 위험성이 높다. 성공률이 정크본드 투자 성공률보다 낮을 듯싶다. 또한 IT업계의 페이스 (pace)에 맞추어 사업을 하려면 매우 빠른 time-to-market (제품을 개발하면서 시장에 출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이 요구되기에 창업가는 자신의 남는 시간 모두를 할당해서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결국 창업가는 정크본드 투자 확률의 희망을 가지고 단 한 가지 사업 아이템에 온 시간과 에너지를 몰아넣을 수밖에 없다.



2. 또한, 창업가의 길은 매우 외롭고 고독하다.

 

모든 창업은 성공하기 전까지는 실패했다. 창업은 처음부터 적자만 있고, 고객은 없다. 또한, 남들보다 반 발자국 먼저 제품을 출시해야 되는 특성 때문에, 초창기에 창업 아이템은 그다지 시장에 필요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Tesla가 창립된 2003년도에 대부분 소비자들은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에 그다지 필요해 보이는 제품이라고 인식하지도 않았고, 또한 자동차 시장에 큰 시장점유율을 가져갈 겄이라도 예측하지도 않았다). 그러기에 초창기에 창업가의 사업 아이템을 믿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마치 아무도 믿지 않는 정크본드에 창업가 혼자서 신념을 가지고 전 재산을 투자하는 것처럼 혼자서 아무도 믿지 않는 사업 아이템에 시간과 재산을 쏟아부어야 된다.


또한 앞서 말한 IT업계의 빠른 페이스 때문에, 전 세계 어디서던지 나타날 수 있는 안 보이는 경쟁자들에게서 우위점을 갖추려면 초창기 때부터 최대한 빠른 사업 진행이 요구된다. 그러기에 결국 많은 창업가들은 잦은 밤샘 작업에 시달리게 되고, 일반적인 사교생활에서는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그리하여 결국 인간관계는 자연스럽게 악화되고, 워라벨은 악화되며, 우울증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즉, 창업이라는 직업은 시장도, 호응도 아직 확실하지 않은 아이템에 신념을 가지고 시간과 재산을 쏟아부어 건강과 심리와 인간관계가 악화될 때까지 끝이 없는 밤샘 작업에 시달리며 근무하여야 하는 3D 직종 중 최악의 직종이다.


거기다, 초창기에는 월급도 없는 무급 3D 직종이다.



3. 게다가 창업을 하여 대표가 된다는 것도 그다지 자유로운 직업 또한 아니다.


CEO, 또는 대표라는 직책은 이상보다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또는 자유롭지도 않은 직업이다. 미국에서 창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창업을 하는 이유를 "to be my own boss" [나 자신의 상사가 되기 위해]라고 대답한다. 즉, 아무에게도 보고 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대로 사업을 하며 마음껏 자유와 창의력을 발휘하는 직업이라고 상상한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다르다. CEO도 상사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소비자님들이라는 상사가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소비자님들의 지갑님들 이시다.)


창업은 창업가가 멋진 제품을 디자인하고 개발하여 오면 소비자들이 아무 잔소리도 안 하고 몰려들어 구매를 해가는, 그런 게 아니다. 창업이란, 소비자들에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욕구를 찾아낸 뒤, 욕구를 검증하고, 그 욕구에 맞춘 해결책인 제품을 개발한 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즉, 창업을 하는 대표라는 직업은 소비자님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취향에 맞추어 제품을 개발해 오는 소비자님들의 일개 직원이다. 심지어 안정된 수입조차 없다. 소비자님들의 비위에 맞지 않으면 당장 그날부터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지갑을 닫는 순간, 창업가는 잘린다. (퇴직금도 없이)


결국, 스타트업의 대표라는 직업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눈치껏 연구해 와서 제품으로 개발하는, 일종의 시장분석가 같은 직업이다. 거기다 직원님들과 주주님들, 그리고 이사회의 요구사항까지 듣고 반영해 주어야 하는, 매우 자유롭지 못한 직종이다.



4. 심지어, 사업이 성공하고 있어도 힘들다.


창업의 길은 창업 내내 많은 거절들과 동행한다. 창업가는 투자자, 동업자, 고객, 그리고 직원들에게 꾸준한 거절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창업가는 마치 매우 숙련된 판매원처럼 숱한 거절에서 오는 실망감을 마음속에 감추고, 낙관적인 마음을 쥐어 짜내어 사업을 꾸준히 판매하여야 한다. 창업가가 약간이라도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 사업에는 치명적인 결과가 올 수 있다. 직원들은 사업에 흥미를 잃게 되고, 고객들은 지갑을 닫게 되며, 투자자들은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 그러기에 창업가들은 자기 자신들의 마음에 드는 의심조차 마음속에 가두어 놓고 자신의 사업을 홍보하러 다녀야 된다.


결국, 창업가는 사업에서 오는 어려움들과 고민들을, 아무 데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끙끙대게 된다. 결국, 창업이라는 직업은 3D 직업만큼 힘들면서, 동시에 그 어려움을 털어놓지 못하는 직업 특성이 있다. 우울증이 생기기에 (아니면 더 악화되기에) 매우 최적화된 직업군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창업이라는 직업군은 3D 직업군만큼 힘들고, 비정규직보다 더 수입의 안정성도 없으며, 어려움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도 없고, 워라벨도 없는 매력적이지도, 자유롭지도 못한 직업이다.


창업가의 실제 현실을 표현한 그림.


링크드인의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은 창업을 마치 [절벽에 몸을 던지고 떨어지는 동안 비행기를 조립하는] 행위라고 비유하였다. 그만큼 무모하고, 말도 안 되며, 단단히 미치지 않았다면, 웬만하면 창업은 하지 말자.



그러면, 도대체 누가 창업을 해야 하는가?


위에 언급된 모든 경고에 납득되어 창업을 하는 게 망설여진다면, 아마 창업은 당신에게 맞는 직업이 아닐 것이다. 창업은, 위에 언급된 경고들을 이해하면서도 꼭 창업을 해야 되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이러한 신념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올 수 있다. 금전적인 이유일 수도, 아니면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은 열망일 수도, 아니면 환경적인 이유에서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창업을 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꼭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당신의 신념이 창업을 하지 않고도 이룰 수 있는 것인지. 많은 경우에는 굳이 창업가가 되지 않아도 이룰 수 있는 방법들이 존재하고, 만약에 그럴 수 있다면, 되도록이면 창업가가 되는 건 피하자. (당신의 심리적 건강을 위해서 말이다).


...


하지만, 이러고도 창업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다음과 같은 제의를 해본다.


1) 동업자들을 (partner-in-crime)을 구해보자. 동업자들은 사업 진행 시 여러 가지 사업적 혜택 이외에도 심리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서로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과 어려움들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단 한두 명의 사람이 된다. (이러한 얘기는 심지어 배우자에게도 못한다) 동업자에게 할당해 주어야 하는 지분 때문에 동업자를 찾기를 거리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당신의 사업이 정말 성공하게 된다면 동업자에게 할당해 준 지분에 상관없이 당신은 충분한 금전적인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동업자는 당신이 성공하게 도와줄 뿐만 아니라 당신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게 도와줄 백신 같은 존재까지도 되어준다. (어떤 사람이 해당 사업에 적합한 최고의 동업자가 될지는 이 글을 참조하자.)


2) 린 스타트업 방식을 도입하여 창업 초창기의 제일 어려운 product-market-fit (제품/시장의 적합성) 연구 과정을 최대한 빨리 끝내자. 린 스타트업 방식은 저자 에릭 리스 [Eric Ries]가 창업을 하면서 고안해 낸 창업의 방식이다. 에릭 리스는 도요타가 발명한 린 생산방식을 창업에 도입하여 사업하는 제품이 해당 고객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고, 그러한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제품으로 재빨리 둔갑하게 도와주는 프로세스 (process)이다. (린 스타트업의 자세한 설명은 에릭 리스의 책을 참조하자) 린 스타트업을 도입하면, 사업의 제일 어두운 과정인 고객 발굴 과정을 최대한 빨리 지나가게 해 줄 수 있다. 즉, 꼭 지나쳐야 하는 "지옥"을 최대한 빨리 지나가게 도와줄 수 있다. 할 수 있으면 굳이 가시밭에서 굳이 필요 이상의 시간을 보내지 말자.


3) 문라이팅 (moonlgihting)을 최대한 활용하자. 문라이팅이란, 정규직 업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퇴근 후 저녁에 남은 시간을 쪼개서 사업 준비를 하는 과정을 달빛에 비유하여 표현한 관용구이다. 할 수 있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규직을 그만두기 전에 사업 아이템의 product-market-fit의 발굴 및 투자 유치까지 마쳐 보자. 사업에 확실성과 시장이 증명된 상태에서 사업을 전업으로 시작한다면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 정도는 줄일 수 있다.





창업가의 길은 어찌 됐건 외롭고 고독한 길이다. 마치 데뷔를 준비하는 k-pop 연습생처럼, 대부분 창업가의 인생을 걸고 하는 도박이다. 하지만, 이러한 창업의 고독을 미리 알지 못하고 창업을 시도하면, 섣불리 우울증의 길에 빠질 수 있기에, 미리 이러한 위험 요소들을 알고 진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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