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으로 가능성 읽기, 보르딘: 중앙아시아의 초원에서
보르딘: 교향적 스케치 중 중앙아시아의 초원에서
침투부를 아시나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침착맨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이르는 말인데요. 침착맨, 만화가 이말년과 기안84 등 만화가로 활동하다가 예능, 음악까지 섭렵한 그 분들을 보면요, 이제는 한 가지 직업으로 평생을 산다는 게 참 어색한 일이 되었구나를 실감하게 됩니다. 아마 ‘간학문', '탈학문'이라는 용어가 유행하는 이유도, 여러 면에서 복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인재를 급변하는 현시대가 선호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이러한 창의융합형 인재는 비단 오늘날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음악가들만 해도, 음악가 외에 여러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많았는데요. 그중 한 예가 바로 오늘 다룰 러시아 5인조 중 한 명인 알렉산드르 보르딘(1833~1887)입니다.
특히 러시아 5인조는 음악을 통해 각국 고유의 전통적인 정취를 자아내는 악파인 국민악파의 한 지류이기도 하지만, 의사부터 군인, 학자까지 다른 직업을 겸비한 프로 N잡러 음악가들의 향연이기도 합니다. 오늘 다룬 음악가 보르딘도 화학자로 저명한 음악가였어요. 웃긴 일화 하나를 소개하자면, 보르딘은 여러 방면에서 다재다능해서, 오늘의 작품인 교향적 스케치에 대해서 친구에게 말하자, 드디어 하다 하다 그림까지 그린 거냐고 했다는 썰이 나돌 정도랍니다.
그렇지만 사실 음악은 특별한 사람만이 향유하는 것이 아닌, 모두의 언어라고 생각해요. 팝 음악이든, 클래식 음악이든, 장르를 뛰어넘어 모든 음악은 또다른 언어가 됩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음악은 전 세계적으로 뻗어 나갑니다. 러시아인인 보르딘의 음악을 한국인인 제가 듣는 것만 해도요.
실제 음악가이자 음악교육학자인 코다이는 음악과 언어의 개념을 병용하기를 좋아했는데요. 코다이는 언어를 배우듯이 음악을 학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음악적 모국어의 개념으로 민요를 이야기합니다. 민요를 통해서 모국어를 배우듯, 자국의 음악에 익숙해지면, 누구나 음악적인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죠.
저도 코다이처럼 음악적 모국어라는 개념을 믿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태어나서부터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면, 음악은 누구에게나 평범한 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에게도 물론 음악적인 창의성이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하고요. 실제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도 필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수들이 많은 것처럼요. 정말 삶을 어떤 이름으로 살아갈지, 어떤 가능성을 확장해 나갈지는 정말 본인이 선택하기 나름인 듯합니다.
화학자로서 가능성뿐만 아니라, 음악가로서 가능성을 확장한 보르딘. 그의 교향적 스케치는 중앙아시아의 광활한 초원을 그려내며, 크게 세 가지 선율을 주요 재료로 삼습니다. 1) 러시아병을 대표하는 선율, 2) 말이 보폭을 맞추는 듯한 피치카토 ㅡ 바이올린에서 짧게 끊어 연주하는 스타카토를 표현하는 방법, 바이올린 줄을 긋는 활대가 아닌 손으로 직접 현을 뜯어 짧은 음을 표현함, 3) 초원을 그려내는 듯 길게 끌어 평온한 느낌을 주는 선율입니다. 특히 첨부한 영상의 45초 즈음에 등장하여 곡 전체에 반복되는, 말이 보폭을 맞추는 듯한 저음의 스타카토 부분은 고집스럽게 동일한 선율을 반복하는 기법인 오스티나토를 통해서, 음악적 그림의 안정감을 주는 구심점을 만듭니다.
이 음악이 그리는 장면들이 생생해서 언어보다도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내 안에 보르딘과 같은 음악적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앞으로도 음악 하기를 더더욱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여러분도 삶 속에 음악을 가까이 두고, 음악 속 가능성을 탐색해 보는 시간을 가지시길 권면드립니다.
☁️ 삶울림 lifecho____
삶의 루틴 : 무한한 가능성 = 오스티나토 : 교향악적 스케치
ㅣ삶의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을 동반하는 루틴이 필요하다. 마치 오스티나토라는 구심점을 통하여 그려지는 광활한 초원처럼. 그 광활함이 넉넉하여 마치 삶의 광활함까지 보여주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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