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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맘 Oct 31. 2024

지역 특색이 묻어나는 플랑카드

강진에 이사를 와서 아이들과 제일 첫 번째로 한 일은 주변 마을 둘러보는 일이었다. 아이들과 시골에 와서 어찌나 신났던 건지 우리는  지역명을 넣어 '00 탐험대'라는 이름을 만들어 마을을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알록달록한 학교와는 달리 이곳은 마치 몇십 전 전으로 돌아간듯한 빛바랜 간판과 낮은 건물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낯설기보다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마을을 둘러보았다. 당시 꽃샘추위가 물러가지 않아서 추웠지만 아이들과 나는 텅 빈 운동에서 함께 놀았고, 주위를 탐험했다. 길을 걷다가 우리는 기다렸던 봄을 제일 먼저 만났다. 주변에 나뭇가지들은 앙상하기만 해서 언제쯤 봄이 오려나 싶었지만 우연히 발견한  매화꽃은 마치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숨겨두었던 꽃을 수줍게 보여 주었다. 아이들은 꽃을 보며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척 기뻐했, 우리 기다리던 봄이 머지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또 매화꽃은 움추러들었던 우리 마음에 기지개를 켜주었다. 새로운 학교에서 첫출발을 한다는 기대감, 설렘. 아이들과 나는 모든 것이 좋았다.






탐험은 늘 우리를  설레게 한다. 아이들과 마을을 걸으며, 또 차를 타고 다니며 주변 풍경을 유심히 봤다. 주위를 둘러보니  곳곳에 걸려있는 플랑카드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도시에서 바쁘게 살 때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다. 먼저 강진 00면에 이사를 와서 인상 깊었던 플랑카드는 전수가 적 플랑카드였다. 전입은  인구 유입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 지역 플랑카드로 걸릴 만큼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 이후로 나는 지역특색이 묻어난 재미있는 플랑카드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고 때로는 사진을 찍었다. 4월에 보았던 재미있는 플랑카드의 문구는 “오매! 물꼬는 닫고 왔소?” 전라도 방언이 들어간 문구는 꽤나 이색적이었다. 아니 흥미로웠다.

“얘들아! 저기 플랑카드 봐봐! 재미있지 않니? 오매는 무슨 뜻인지 알지~?”

“사투리잖아요~외할머니가 '오~매' 이렇게 잘 말씀하시잖아요.”

 친정어머니는 광주에 사시는데  '오매'라는 감탄사를 자주 사용하셨다. 삼남매도 그 사투리가 익숙해진 것 같다.

“얘들아! 그런데 저 플랑카드는 무슨 말인지 알아? 물꼬는 닫고 왔냐고 물어보는데?”

“물꼬가 뭐예요?”

"너희들은 무슨 말인 것 같아?"

"수도꼭지 같은 거 아니에요?"

"오~00이 말이 조금 비슷한 거 같은데? 물꼬는 논에 물이 들어오거나 나갈 수 있게  만든 좁은 통로래. 그래서 저 플랑파드는 논에 물이 나오는 길을 잘 닫고 오라는 말인 것 같아”

우리는 읍으로 나가는 길에 물꼬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를 어갔다.


그 물꼬 논쟁은 엄마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지난번에  운전하고 가는데 재미있는 플랑카드를 발견했어요. 오매~ 물꼬는 닫고 왔소?라는 내용이었는데 사투리가 있어서 재미있었고, 이들과  물꼬 이야기를  한참 동안 얘기했다니까~"

물꼬 플랑카드이 지역에 사는 엄마들 익숙고, 타지에서 온 엄마들에겐 낯설 신기하게 느껴졌 것 같다.


다음으로 기억 남는 플랑카드는 무릎 박사님 홍보 플랑카드였다. 무릎이 아플 때는 000 박사님이라는 문구와  핸드폰 번호가 적혀 었었다. 아무래도 시골에는 농사일을 하시느라 무릎이 아프신 어르신들이 많아서인지 집 주변에는 이런 플랑카드도 걸려있었다.  무릎 박사님을 만나면 어떤 치료를 해주실까 궁금해진다.


다음 플랑카드는 과거에 인기가 많았던 조성모 씨가 에 온다는 소식이었다.

추석명절기간이라 나는 축제에 가지 못했지만 가까운 곳에서 조성모 씨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면서도 다.

또 읍에 나가니 박사학위  취득 소식도 보인다. 화방 마을에 박사 학위 취득소식은 큰 경사인 것 같다. 그리고 눈에 유독 들어왔던  플랑카드는 농촌유학생모집한다는 홍보 플랑카드였다. 이 학교는 다양한 특색 프로그램과 함께   제공 매주  토요프로그램 운영하고 있었다. 진에 농촌 유학을 검색하면 이 학교가 가장 많이 검색될 만큼 농촌유학생이 많이 갔던 학교다.  유학생을 모집하는 학교는 학교마다  중점을 두는 교육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하지만 다양한 특색프로그램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지자체마다 군민을 위 다양한 혜택을 주고자 노력하는 것 같다. 나는 얼마 전 강진에서 전군민  무료 독감예방접종 안내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강진 군민들 모두 독감접종이 무료라는데요? 강진은 정말  군민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것 같요."



옆동네인 영암군에도 눈에 띄는 플랑카드가 보였다.

"영암군 누구나 버스" 버스 이용객들 모두무료로 이용 가능하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지역 특색이 묻어난 여러 플랑카드를 살펴보며

계절의 변화와  함께 시골생활의 소소한 재미를 엿볼 수 있었다.

아이들과 시골에 살면 살수록 자꾸만 정이 들어가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만큼 정도 깊어만 간다. 우리의 예정된 기한은 점점 다가오며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도 커지고 있다. 우리 가족은 에서의 고마웠던 마음을 꼭꼭 간직하려 한다. 서랍에 고이고이 넣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어 기억하고 다.


시간의 태엽을  봄으로 되돌릴 순 없을까?

그 봄을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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