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여행 글쓰기 프로젝트' 2번째 시리즈 인도로 들어간다. 여행 순서로 치자면 중국 다음에 파키스탄이 나와야 하지만, 내 마음속 순위로는 인도가 2번째다. 중국 다음으로 많이 방문하기도 했고, 인도와 관련된 업종에 5년 동안 종사하면서 지속적인 관심으로 그들의 문화를 접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할리우드 영화보다 발리우드 영화를 더 많이 보고, 인도 가족들도 생겼으며, 힌디어를 읽고 쓸 줄도 알게 되었다. 이런 걸 보면 문화의 힘이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인도와 나의 케미는 과연 어떨까? 안타깝게도 인도를 지금까지 3번이나 다녀왔지만, 갈 때마다 트러블이 있었다. 일명 물갈이라고 하는 장 트러블부터 시작해서 빈대에 온 몸이 물어뜯기기도 하고, 악명 높은 여행사로 끌려가 기차표 사기도 당해 보고, 카슈미르 분쟁 지역에서 테러도 당해 보고, 지나가는 거지 사두의 흑마술에 걸려들기도 했다. 그렇게 파란만장하도록 상처를 받았는데도 왜 나는 인도가 여전히 그리운 걸까.
인도관광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런 로고가 반겨준다.
Incredible India
'인크레더블'이라는 말은 상당히 중의적이어서 그 해석이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극단적인 해석 모두 인도를 제대로 설명해준다. '놀랍도록 경이롭지만 끝까지 신뢰할 수 없는' 나라. 동화 같은 모험과 환상의 세계를 경험할 수도 있고, 사기꾼과 거지와 온갖 병균이 득실대는 지옥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내가 어떻게 인도를 대하느냐에 따라 인도는 그에 맞는 반응을 보여준다.
인도의 첫인상은 참으로 비루하다. 거리는 지저분하고 거지가 힌두교의 신만큼이나 많다. 카스트 제도가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막상 가보면 그렇지도 않다. 기차는 싸구려 좌석인 General ticket부터 호텔 같은 Maharajas Express까지 그 종류가 천차만별이고, 같은 도시에서도 부촌과 빈민가의 차이는 극명하다. 이런 뒤죽박죽인 인도를 일본의 무대미술가 세노 갓파는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인도는 결코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다만 가난한 사람이 많은 나라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이며 일찍이 수학과 과학이 발달한 나라, 대한민국보다 10년이나 먼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나라, GDP가 세계 5위인 나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가족 행사에 콜한 아시아 최고 갑부 암바니가 사는 나라 인도. 하지만 빈곤 지수는 심각 수준으로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 또한 인도의 모습이다. 내가 한때 좋아하고 존중했던 나라의 모순이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지난 기록을 들춰서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서 하나씩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