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케시의 요가에 대한 고찰

by traveLife

2번째 인도행의 명분은 요가의 발상지를 경험해보기 위해서였다. IT 관련 커리어를 정리하고 2번째 커리어를 요가로 정함에 있어 고민의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원래 운동을 좋아하기도 했고, 여러 수련 과정을 거치면서 요가가 내 체질과 가장 잘 맞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일 처음 요가원을 들어섰을 때의 그 오묘한 분위기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나무 톤으로 인테리어된 편안한 실내와 차분한 음악, 은은한 향내가 그 공간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수련을 지도하시는 원장님은 산신령 같은 외모와 사극에 나올 법한 말투로 요가 동작과 다양한 호흡법을 전수해주셨다. 오래전이라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기공 수련 같은 동작도 꽤 들어있었던 것 같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게 '정통' 요가 수련법인 줄 알았다.


하지만 퇴사 후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수련과 티칭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갭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련은 요가를 즐기는 행위지만 티칭으로 넘어가면 일이 되는 것이다. 나름 인터넷에서 활성화되어 있고 가격도 적당한 협회를 찾아갔는데, 가르치는 건 순 '싸구려' 서비스 정신밖에 없었다. 서비스라는 말은 요가를 배우러 오는 대상을 진정으로 생각했을 때 저절로 우러나는 좋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했는데, 협회에서 강조한 건 현란한 동작으로 구성된 종합 선물세트 같은 수업을 구상하라는 것과 어떤 식으로 강의를 뛰면 돈이 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살아가는 데 있어 돈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지만, 마냥 좇는다고 해서 따라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내가 요가로 업을 전향한 계기는 내가 해보니 좋은 효과를 봤고, 그 효과를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서였다. 그 과정에서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협회에서 너무 돈돈 거리는 것이 심하게 거슬렸다. 대한민국의 다른 요가협회들도 이럴까 의구심이 들었고, 내가 과연 맞게 가고 있는 건가 자괴감도 들면서 겨우 자격증을 따낸 순간 미련 없이 협회를 나왔다. 그리고 요가원 운영의 그날을 위해 열심히 경험을 쌓던 어느 날, 드디어 인도로 갈 때라는 신호가 왔다. 이미 자격증은 있으니 전문 과정을 듣는 것보다는 요가 발상지의 분위기가 어떤지 훑는 것이 주목적이었기에 다양한 요가 센터가 몰려 있는 리시케시(Rishikesh)로 행선지가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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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케시의 첫인상은 전혀 인도스럽지 않았다는 점이다. 릭샤들이 정신없이 다니지도 않았고, 상인들이 그렇게 집적거리지도 않았고, 힌디 간판보다 영어 간판이 더 많았고, 현지인보다 서양인들이 더 많았다. 무엇보다 강물이 너무나 맑았다. 이 강이 인도 최대 성지라는 바라나시에서도 흐르던 진한 밀크티 빛깔의 그 강가(Ganga, 갠지스)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아쉬람과 요가 센터, 힌두 사원의 차이가 뭔지도 모르고 여기저기 호기심에 기웃거려 보았다. 바잔과 챈트와 만트라의 차이는 또 뭐지? 스와미와 바바와 사두, 요기와 구루, 거기다 리시라는 호칭조차 힌두교 신의 수만큼이나 다양했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요가계에서 1년 동안 굴렀던 노하우가 있으니 일단 수업부터 들어보았다. 요가, 명상, 가끔은 삿상(satsang, 설교)도. 그러다 보니 각종 용어가 저절로 정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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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람(Ashram)이란 전통적으로 힌두교도들이 수행하며 거주하는 곳으로, 종교 사원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요즘은 요가 센터도 전통미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아쉬람이란 용어를 쓰는데, 위 사진은 리시케시에 있는 아쉬람 중 가장 규모가 큰 파르맛 니케탄(Parmath Niketan)이다. 시설이 가장 훌륭하고 인기가 높아서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려면 최소 3달 전에 해야 한다고 한다. 이곳의 요가 수업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수업이 비어있는 낮시간에 돌아다녀 보니 서양인들의 아지트 같았다. 그만큼 가격이 세다는 뜻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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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와 관계없이 인도 출신의 성자들을 기리는 아쉬람도 있다. 그중 개인적으로 시바난다 아쉬람(Sivananda Ashram)이 제일 좋았는데, 아무래도 내가 시바난다 스타일의 요가를 좋아하기 때문에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시바난다 요가는 스와미 시바난다의 제자 데바난다에 의해 정립된 수련법이다.


이렇게 아쉬람을 돌아다녀보니 창립자들의 이름 앞에 스와미, 스리, 바바, 바그완 등 다양한 호칭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위키피디아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었다.


구루(Guru): 영적 지도자

바바(Baba): 집안의 큰 어른이나 성자

바그완(Bhagavan): 세존(世尊)

스와미(Swami): 힌두교의 지도자

스리(Sri/Shri): 신, 경전이나 남자한테 붙이는 존칭

리시(Rishi): 현자

사두(Sadhu): 수행자


뜻으로만 보면 구루, 바바, 바그완은 동의어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여기에 힌두교도라면 스와미, 남자라면 스리까지 혼용되고, 넓은 의미로는 리시까지 포함시켜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깨닫지 못한 자 '사두'는 한눈에 봐도 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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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힌두교 수행복인 주황색 옷을 입고 다니며, 씻지 않아서 지저분하고 심한 냄새가 났다. 수행 중이기 때문에 묵언을 하고 있지만, 몇몇 질 안 좋은 사두들은 어설픈 영어를 쓰며 여행자(특히 여자)한테 집적거리기도 한다. 처음에는 저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인사를 건네면 반사적으로 받아줬는데, 옆에 있던 인도 요가 강사가 절대 반응해주지 말라고 충고했다. 힌두교에서는 수행을 해서 다음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게 축복이기 때문에 진정한 수행자라면 말을 걸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가하러 왔는데 요가 수업 얘긴 언제쯤 나오나 기대하신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곳에서 딱히 좋은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없다. 그렇다고 모든 수업이 안 좋았던 것은 아니다. 요가라는 수련 자체가 정중동이라는 하나의 틀을 중심으로 강사의 역량에 따라 동작이나 명상이 가감되기 때문에 뭐라고 평가를 내리기가 애매하다는 거다. 그럼에도 5년간 요가계에 몸 담았던 입장에서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너무 네임 밸류에 끄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흔히 분류되는 아쉬탕가, 아엥가, 시바난다, 하타(사실 모든 요가가 하타에 포함되지만) 분야에서 유명하다는 강사와 이름 없는 강사의 수업을 모두 들어봤지만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이름 없는 강사의 수업이 훨씬 임팩트 있게 다가오기도 했다.


리시케시에서의 날들은 좋았고, 요가 수업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경치 좋은 곳에서 채식을 하며 매일매일 수련을 하니 몸도 좋아지고 자연히 마음에 여유가 생길 수밖에. 하지만 그 어떤 수업도 내가 처음 발을 들여놓았던 한국의 그 요가원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반대로 리시케시의 강좌들 중에 당신한테 꼭 맞는 스타일이 있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각자의 근기만큼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법이니까. 그런 이유로 한국으로 돌아와 요가원을 운영하는 동안 나는 늘 수업안을 짜는 내내 고민해야 했다. 예상했던 시퀀스와 맞지 않는 회원이 오면 언제든 변형을 해야 하니까. 요가 지도자도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크리에이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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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케시는 인도의 다른 곳보다 공기도 좋고 쾌적하고 경치도 좋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 몸 수련, 마음 수련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축복받은 일이다. 요가를 배워가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만 않는다면. 무엇을 하든 리더는 당신 자신이니 당신의 스타일대로 담대하게 부딪혀보시길. 가장 좋은 수련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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