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은 만트라로 시작해서 만트라로 끝난다. 요가도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요가는 인도에서 발생되었기 때문에 용어가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로 되어 있으며, 힌두교의 여러 신과 관련된 자세가 많고, 의식도 힌두교의 형식을 많이 따른다. (그래서 요가가 종교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럼 만트라란 무엇일까? 만트라(Mantra)라는 단어를 뜯어보면 만(man)은 '마음', 트라(tra)는 '자유, 해방'을 의미해서 '마음을 해방시켜주는 참된 소리'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진언(眞言)이라는 종교적 용어로 번역되는데, 쉽게 말하면 '주문'이고, 좀 더 고급지게 표현하면 '축원'이 된다.
고대 인도인들은 우주 태초의 소리를 '옴(OM=AUM)'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트라의 대부분은 옴으로 시작해서 옴으로 끝난다. 옴이라는 글자를 하나하나 풀어보면 A(창조), U(유지), M(파괴)의 3가지 소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힌두교의 주요 3 신인 브라마, 비슈누, 시바를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서 세상은 이미 창조되었기 때문에 창조를 관장하는 브라마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세상을 유지시키는 비슈누와 파괴시키는 시바는 인도인들에게 아주아주 중요한 신이다. 그중에서도 세상이 어지러울 때 파괴하고 새 시대를 재창조할 수 있는 시바를 최고로 쳐준다. 참고로 요가를 창조한 신도 시바 신이다.
옴이라는 소리를 짧게 하는 것과 길게 하는 것, 또 한 사람이 하는 것과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하는 것의 느낌이 모두 다르다. 이렇게 소리에서 나오는 진동이 인간의 뇌파와 심파를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어서 인도에서는 예로부터 치유의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고대의 산스크리트어든 현대의 힌디어든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들어도 뭔 말인지 모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가야트리 만트라 (출처: 위키피디아)
위 사진은 만트라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면서 대중적인 가야트리 만트라(Gayatri Mantra)의 산스크리트어 버전이다. 이를 영문 발음으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Om Bhur Bhuvaha Swaha 우주의 창조주시여, 우리의 몸과 마음과 영혼이 영적으로 깨어나기를 빕니다.
Tat Savitur Varenyam 생명의 근원인 고귀한 태양의 빛에 경배합니다.
Bhargo Devasya Dhimahi 모든 지혜의 빛과 신들에게 기도합니다.
Dhiyo Yonaha Prachodayat 우리의 마음이 그들과 하나되기를 빕니다.
이 기도문에서는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어떠한 존재도 보이지 않는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우주만물의 모든 것에 신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만트라가 가야트리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곧 시바와 라마(비슈누의 7번째 화신)와 크리슈나(비슈누의 8번째 화신)가 난무하는 만트라를 만나게 될 테니.
인도인들은 이 만트라에 인도 특유의 리듬을 실어 노래처럼 흥얼거리기를 좋아하는데, 여기서 바잔(Bhajan)과 키르탄(Kirtan)이라는 음악적 장르가 생겨났다. 바잔은 만트라에 신을 찬양하는 가사를 추가하고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이고, 키르탄은 바잔에다가 따라 부르는 청중의 파트가 가미된 형태이다. 이 장르가 서양의 pop와 만나 크로스오버된 명상 음악이 탄생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가수가 바로 Deva Premal과 Snatam Kaur이다.
데바 프레말은 예술가이자 영적 수련에 심취했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일찍이 인도 3대 성인 중 하나로 알려진 오쇼 라즈니쉬의 아쉬람에서 수행자의 길을 걷게 된다. 거기서 만난 운명의 파트너 Miten과 함께 음악 활동을 하게 되는데, 부드러우면서도 깊이 있는 그녀의 목소리와 미튼의 음악적 재능이 가미된 그들의 음악은 명상과 요가계에 널리 퍼지게 된다.
데바 프레말과 함께 명상 음악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스나탐 카우르는 미국의 시크교도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미국과 인도를 오가며 시크교와 키르탄 음악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그녀의 노래를 들어보면 목소리는 확실히 데바보다 부드럽고 맑지만, 너무 고음에만 머무르는 단조로움이 있고, 가사 또한 시키즘에 한정되어 있다는 아쉬움을 준다. (시크교에 대해서는 암리차르 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스나탐 카우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다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는데, 그녀가 처음으로 계약을 맺은 음반사의 창업자가 바로 Guru Ganesha Singh이다. 구루 가네샤 싱은 GuruGanesha Band의 리더이자 기타와 보컬을 담당하는 수준급의 뮤지션이다. 그의 노래 중 'A Thousand Suns'는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추천하는 곡이기도 하다. 참고로 그의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 여인은 스나탐이 아니라 Paloma Devi라는 뮤지션 겸 요가 강사이다.
팔로마 데비처럼 요가 강사이면서 뮤지션을 겸하고 있는 사람 중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또 한 명이 있다. 바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Will Blunderfield이다. 그의 노래 중 'You are more'란 곡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Allah, Krishna, Rama, Hallelujah, Shiva, Hoda'ah, Jesus, Maha Deva
You've been called many names, but we're all the same.
노래도 좋은데 가사까지 좋으니 그를 안 좋아할 수가 있겠나. 그는 만트라를 곡에 많이 인용했지만, 특정 신을 가리키지 않도록 가사에서 최대한 노력했다. 그래서 좋은 팝송을 듣고 있는 듯한 그의 노래는 어디에서도 어울린다. 요가원에서도 카페에서도 차 안에서도 집에서도... 그해 윌을 알게 된 건 행운이었다.
이렇게 여러 뮤지션의 작품을 거치면서 어느새 내게도 만트라가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한 가지 변한 게 있다면 그 언어가 산스크리트어가 아닌 한국어로 변형되어 왔다는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한결같이 했던 말이 있다. 시대와 지역과 개인에 따라 환경은 늘 변한다고. 고대의 만트라는 그곳 사람들에게나 먹히는 것이지, 현대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것이 익숙한 언어로 다가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근 즐겨 듣는 유튜브 강의에서 아주 인상적인 말을 들었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최고의 에너지이다.
우리가 항상 입 밖으로 내뱉는 말, 그것이 바로 만트라였다. 상대를 기쁘게 했든, 슬프게 했든, 나 스스로를 자괴감에 빠지게 했든 그 모든 말이 만트라가 되어 세상에 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의도적으로 한 말이든 무심코 내뱉은 말이든 이제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가 하는 말에 따라 상대에게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