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여견친 보리에게!

제16화

by 도희

우리 동네는 모두 8가구가 산다.

개를 키우는 집은 없었는데 다행히 8번째 집에 친구가 있다.

그 애 이름은 보리다.

그 애는 자기네 집을 지을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동네 구경을 오더니 나한테도 인사를 왔다.


처음 본 소녀의 인상은 뭐랄까.

덩치 큰 백설 공주!


눈깔사탕같이 커다란 눈동자에

초코 알같이 먹음직스럽게 생긴 코,

까만 포도알처럼 섹시한 입술,

나를 보고 살짝 윙크하며 상큼한 미소를 띠는 그 아이를 본 순간 현기증이 났다.


나는 보리가 하루빨리 이사 오기만을 기다렸다. 너무 목을 빼고 기다린 탓에 나의 목은 2㎝ 늘어났다.

기다림에 조바심이 났지만 만남은 우리 마음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

어른들이 원망스러웠다.

우리는 가끔 꿈에서 만나 함께 뛰놀며 기나긴 시간을 이겨냈다.


드디어 보리가 이사를 왔다.

나는 19개월, 보리는 14개월. 나이 장벽 따윈 없었다.

내게도 드디어 여견친이 생겼다.


나는 보리가 우리 집에 놀러 오도록 해달라고 아빠를 졸랐다.

아빠가 보리 아빠에게

“두강이도 심심하니 보리 데리고 자주 놀러 오세요”라고 말했다.

앗싸!

아빠는 아들의 여견친을 진심으로 반기며 물심양면 애써주었다.

우리는 잔디밭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원반 던지기, 공놀이, 술래잡기 놀이를 했다.

한참을 뛰놀다 보니 숨이 차서, 잠시 화분 뒤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었다.

보리가 내게 다가오더니 사정없이 내 얼굴, 귀, 등 할 것 없이 '스으윽'사방을 핥았다.


이 축축한 느낌 뭐지. 아! 싫은데.

난 보리가 상처받을까 봐 최대한 조심스럽게

" 이 느낌 별로야"라고 에둘러 말했지만 그 애는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핥고 또 핥았다


차라리 뛰어다니는 게 낫겠다 싶어 다시 술래잡기를 했더니 이번엔 내 머리 위에서 나를 짓누른다.

사실 보리가 나보다 키도 몸무게도 훨씬 크다.

하지만 우정에는 국경도 아, 아니. 키도 몸무게 따위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한참을 놀다 그녀가 떠나고 난 뒤 내게 남은 것은 비 맞은 생쥐꼴처럼 되어 버린 내 몰골과 그녀의 침 냄새뿐.


며칠을 반복하다 보니 난 그녀가 두려워졌다.

보리가 싫은 게 아니라 그녀의 침을 견딜 수 없어진 거다.

다시 아빠를 졸라야 했다.

그녀가 놀러 올 시간을 피해 집 밖으로 산책을 나섰고, 보리와 마주치는 시간을 피했다.

하지만 난 여전히 보리가 좋다.

함께 뛰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보리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서너 번이나 목줄을 풀고 탈출하여 나를 보러 왔다. 난 순간 반가운 마음에 와락 껴안고 포옹을 했지만

아뿔싸,

그 짧은 순간에도 보리의 긴 혓바닥은

내 얼굴을 순식간에 침으로 뒤덮었다.

싫어, 싫다고~~


보리랑 놀고 싶은데 보리의 버릇을 고치는 방법은 없을까?

아무래도 ‘동물농장’이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내 친구 보리의 버릇을 고쳐 주세요.”라고 제보를 해서

이**소장님이나 설**의사 선생님께

와 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별이 눈깔사탕처럼 맛있게 보인다.

태어나서 처음 사귄 여견친을 지척에 두고 만나지 못하니 오! 애닯다.

별님에게 보리를 향한 간절한 내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한다.


보리에게!

제발 부탁이야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데 너 계속 그러면 친구 못 사귄다.

침은 네 개껌에만 바르렴.

보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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