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입맛을 돌리 도~

제17화

by 도희

눈앞에 아지랑이 아롱아롱,

바람은 살랑살랑. 콧구멍 벌렁벌렁,

내 가슴은 울렁울렁

근데 내 배는 겨우내 얼었던 봄눈이 녹아 흐르는 것처럼 왜 쫄쫄 소리가 나지?

왜 이런지 모르겠다. 벌써 며칠째 밥맛이 없다. 털도 윤기가 없고 눈도 퀭한 게 꼴이 말이 아니다.


눈앞에 자꾸 말갛게 샤워하고, 예쁘게 다리 꼬고 있는 꼬꼬가 생각난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꼬르륵, 꾸르륵 쾅쾅 ’

아까는 시냇물이더니 이젠 천둥 번개다.


지난겨울 엄마는 내게 겨울을 잘 넘기라고 보양식을 해 주었다.

닭 한 마리를 잘 삶아 뼈를 바르고 찐한 국물에 흰쌀밥을 말아, 노란 기름이 동동 뜨는 닭백숙이었다.

으! 생각만 해도 침이 꼴깍.

그 힘으로 그럭저럭 겨울을 넘기고 있긴 한데 요 며칠 도통 입맛이 없다.


나도 내 청춘을 불사르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라고 무슨 맨날 백만 하나, 백만 둘 에너자이저인 줄 아나.


닭백숙 생각만 하면 내 밥이 쳐다보기도 싫다.

아니 세상에 맛난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날더러 저따위 개사료나 먹으라는 건가?

너무 섭하다.


말로만 우리 둘째 아들, 막내, 아가, 왕자님이면 뭐 해.

그따위 립 서비스가 다 무슨 소용에 닿는담.

그딴 거 다 필요 없고 당장 닭백숙, 아니면 치킨, 그도 아니면 계란이라도 달라.


누군가 계단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다.

일단 삐진 척하고 재빨리 자리에 앉아 멀뚱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근데 주책맞은 꼬리는 제2의 인격인지 지혼자 흔들고 난리다.


엄마는 나를 달래며 밥을 들었다 놨다,

내 앞으로 한 주먹 들고 와서 디밀었다가 흩뿌렸다가 별 쇼를 다한다.

하지만 난 발로 툭툭 건드리며 치우라는 시늉을 하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갑자기 조용하다. 이상해서 쳐다봤더니

아~ 놔, 우리 엄마 보소. 내 밥을 입으로 가져간다.

“엄마가 네 밥 다 먹는다. 아이 맛있어. 냠냠” 하며 먹는 시늉을 하는데

으~ 안 본 눈 삽니다.


무릎 아픈 엄마가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불쌍해서 잠시 생각을 바꿀까 하다가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여기서 지면 안돼’

아예 외면하고 있으려니 엄마가 일어선다. 나도 따라 일어서는데

핑그르르, 아 어지러워

기립성 저혈압으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갑자기 엄마가 내 밥그릇을 들고 주차장 바깥 풀숲으로 가더니

“노랑아~, 야옹아, 두강이가 밥 안 먹네.

너 먹어”라고 하는 게 아닌가

뭐! 그럴 순 없지. 감히 고양이 따위가

내 밥을 먹게 둘 순 없어.

"빨리 내 밥 가져와요. 빨랑." 크게 소리치며 엄마에게 대들었다.

난 씹지도 않고 우걱우걱 밥을 삼켰다.


작전이 성공해서 기쁘다는 듯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뼈다귀 모양 껌을 내미는 엄마가 너무 얄밉지만

안 먹으면 나만 손해니까.

이쯤에서 엄마의 정성이 갸륵해서 받아 주는 걸로 한다.


분하다.

나의 밥투정은 고양이 녀석들 땜에 싱겁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닭백숙은 오늘도 물 건너가고 꿈에서나 만나는 걸로~~ㅠㅠ


두랑이 준다는 소리에 미친 듯이 밥 먹는 두강


돼랑이로 변해가는 두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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