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동네잔치

제15화

by 도희

잔치 잔치 벌였네. 두강이 생일잔치 벌였네.

두강이의 두 돌을 축하드립니다

성명: 두강

생년월일: 2021년 1월 6일

좌우명: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자


큼 큼 큼.

아침부터 풍기는 이 냄새의 정체는 뭐지?

미역국 같기도 하고, 닭백숙 같기도 하고, 황태 냄새도 나고 묘한 이 음식의 정체 따위보단

누구를 위한 음식인지가 더 궁금하다.


혹시, 아빠 생일인가?

아니다 아빠 생일은 지난가을이었고, 난 그때 고기 몇 점을 얻어먹었었다.

그럼 엄마? 엄마도 지났는데…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두강 생일 축하합니다.


푸하하, 빵 터졌다.

엄마가 파란 고깔모자를 쓰고 생일 케이크 대신 양손에 밥그릇

두 개를 곱게 받쳐 들고 노래를 부른다.

나였어. 이 생일 주인공은 나야 나~♪


엄마가 내 머리에 고깔모자를 씌운다. 성의를 봐서 잠깐 써 주다가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고개를 힘껏 내저어 벗어 버렸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내 견생에 남기고 싶진 않다.


엄마가 내 앞에 밥그릇을 내민다.

밤새 소금기를 뺀 황태 한 마리에 닭가슴살을 먹기 좋게 찢어 넣고, 손두부와 흰쌀밥을 섞은 죽이다.

생일이니 미역은 당근 빠질 수 없지. 냄새는 물론이고 비주얼도 끝내준다.


감사의 인사는 좀 있다 할게요.

밥부터 먹으려고 머리를 들이대니 기념사진을 찍겠단다. 무슨 시덥잖은 소리.

난 사진 따윈 모르겠고 일단 먹어야겠어. 역시 이 맛이야.

후식을 대령하라. 고구마와 사과다.

고구마와 사과로 케이크를 만들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똥손에게 그런 기대는 과욕.

나는 양심 있는 견공이니까.


다음으로는 선물 증정식이 있겠습니다.

초록 스펀지 공, 하얀 배구공, 삑삑이 아령, 원숭이 인형.

우와 신난다. 펄떡펄떡 뛰다가 머리가 천장에 닿을 뻔했다.


근데 이건 뭐지.

네모 판이 노랑 초록, 분홍의 천으로 덮여있다. 이상하고 요상한 이 물건의 용도를 모르겠다.

먹을 수도 없고 냄새도 신통찮고, 움직임도, 소리도 없는 이딴 건 뭐예요 하는 눈빛으로 엄마를 쳐다보자

엄마는 씨~익 웃으며

“내 너를 어여삐 여겨 이것을 준비했나니”라며 세종대왕 근처에도 못 갈 주제의 재미 1도 없는 멘트를 던진다.


행주로 만든 노즈 워크 장난감 (60㎝* 50㎝)

잠시 후 네모판의 헝겊 사이에 작은 간식들을 여기저기 숨겨서 나에게 내밀었다.

유후! 노즈 워크 장난감이었다.


이 정도쯤이야. 나의 선택적 후각이 제기능을 발휘해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지난번의 노즈 워크 장난감은 내가 발로 뭉개고 벽에 몇 번 쳐 박았더니 다 망가졌다.

이건 천으로 만들어서 부서지진 않겠지만 난 물어뜯을 수 있지롱~~

"이거 만드느라 일주일 걸렸는데 엄마 있을 때만 갖고 놀자”

엄마가 나의 속셈을 눈치채고 노즈 워크 판을 치워버렸다.


비록 플래카드 걸고 동네잔치는 못했지만 이만하면 성의는 보인 것 같으니

성격 좋은 내가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아빠에게 답례 인사는 꼬리로 엉덩이 세 번 치기, 엄마는 꼬옥 안아 주기

엄마, 아빠 고맙고 사랑해요~


내년 생일 파티엔 고구마 케이크와 소고기 등심으로 부탁해요.

그리고 돈 아끼려고 수 쓰는 이런 허접한 생일 선물 말고 소리 나는 배구공 한 박스 사줘요. ^^

난 정성 따위보다 물질에 약한 견공이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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