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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두강이로
14화
잔머리 대왕
제14화
by
도희
Jan 4. 2023
내 방은 아직도 주차장이다.
엄빠는 내게 올봄에 마당으로 방을 옮겨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은 늦가을이다.
약속은 어기라고 있는 게 아니다. 약속에 대한 명언들은 차고 넘친다.
몇 개만 읊어 드리지.
아이에게 무언가 약속했다면 반드시 지켜라.
지키지 않으면 당신은 아이에게 거짓말하는 것을 가르치게 된다. –탈무드
약속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나폴레옹
사람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킬만한
좋은 기억력을 가져야 한다. -니체
여름에 집을 짓긴 했다. 하지만
내가 원한 집은 이런 게 아니다.
모름지기 개집이란 게 좀 아늑한 맛이 있어야지. 창고도 아니고 이게 뭐람.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도대체 엄마는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똥고집만 세다.
아빠 말대로 했으면 돈도 아끼고 나도 벌써 이사했을 텐데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사 올 때부터 계획했던
'두강님 마당으로 모시기 '에는 멋진 새 집이 필요했다.
아빠는 단열과 보온이 잘되는 패널 개집을, 엄마는 미니 창고를 고집했다.
엄마는 굳이 자기가 나와 함께 눕고 딩굴 수 있는 크기여야 된다나
.
왜 그래야 하는데?
엄마가 고집을 피우니 이번에도 아빠가 졌다. 아빠는 아무래도 무늬만 사람이고 천사임에 틀림없다.
개집 보다 두배나 비싼 창고를 사서 조립하고, 바닥에 매트를 깔고, 천막을 덮고 내가 드나들 수 있는
문까지 뚫었다.
취향저격은 커녕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도대체 무슨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건지.
자기들 마음대로 만들더니 이제 와서 날더러 안 들어간다고 난리다.
내가 언제 이딴 집 만들어 달랬나.
여기보다 지금 있는 방이 차라리 내겐 더 편하다.
잔머리 대왕 아, 아니 머리 회전이 빠른 나는
버티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했다.
나도 한다면 하는 개다. 맨바닥에
앉아 밤을 새웠다.
이슬이 나의 곱슬거리며 윤기 나는 털을 젖게 하고 모기가 나의 연약한 피부를 파고들어도
나는 굴하지 않고 버텨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삼일이 지나자 드디어 엄빠는 백기를 들었다.
결국 거금을 들인 나의 집은 개집이 아닌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두랑이와 두식이가 나 대신 잠을 자다가
그마저도 시들해졌다.
아빠는 오늘도 엄마에게
당근 시장에 내다 팔던지, 장에 갔다 팔든지 하라고
구박이다.
기가 차서 콧방귀를 끼는 나에게
개껌하나로 나를 달래며 아빠가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내년 봄엔 진짜 멋진 집으로 이사시켜 줄게"
"이번엔 진짜죠?"
한 번만 더
믿어볼게요!!!!!!
* 두강이 일기는 미리 작성된 글로
실제 시기와 맞지 않습니다.
이상.요상하다 여기지 마시고 양해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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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글로 공감과 위로를 나누고 싶습니다. 일상에서 건져 올리는 작은 기쁨과 감정,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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