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야 얼마면 돼?

제18화

by 도희

그새 털이 너무 많이 자랐다.

솔직히 요즘 내 몰골은 누가 봐도 노숙자에 누더기 꼴이다.

아시다시피 나는 골든 레트리버와 푸들의 교배종이라 털이 자라면 굽슬이 아니라 꼽슬이 되면서 마구 엉킨다.

실물보다 사진빨은 더 아니다.

엊그제 찍은 사진을 보니 흑역사가 따로 없다.


두강 견생 최대 흑역사


사진빨 안 받는 것도 엄마 닮은 것 같다.

음! 또 뭐가 닮았지?

잘난 척하고 나대는 것, 성질 급한 것, 마음대로 안되면 짜증 내는 것.

좋은 건 뭐가 있냐?

음, 음, 음, 그건 나중에 생각해봐야겠다.

어쨌든 나는 오늘 미용을 하러 간다.

진작 미용을 했어야 하지만 최대한 뻗대본다.

엄마의 가자미 눈을 보니 오늘은 피할 수 없겠다.

미용 땜에 엄청 스트레스받다 보니 볼이 홀쪽해졌다.

엄마는 똥손주제에 미용기구만 잔뜩 사놓고 배울 생각도 없어보인다.

아무튼 오늘은 D데이다.

단골 샵에 미용을 하러 가선 내게 묻지도 않고 엄마 맘대로 스타일을 정한다.

“몸은 5㎜로 밀고, 얼굴은 가위컷으로 해 주세요.

그리고 이번엔 귀와 꼬리털도 좀 잘라주세요. 물그릇에 닿아 귀털이 젖어요.”


‘지난번과 비슷한 스타일이네, 나쁘지 않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다시 엄마가 묻는다.

“미용비는 얼마죠?”

“얘가 몇 Kg이죠?”

“15Kg이요.”

“그럼 Kg 당 9,000원에 가위컷 50.000원 추가하셔서 18만 원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자존심이 확 상했다.

내가 정육점 소고기도 아니고 Kg당 돈을 받는다고?

이 몸 두강이가 고기 취급을 받다니 ㅠㅠ.

울컥해서 뛰쳐 나가려는순간 꼬리가 잡혔다.

멋지게 해 달란 말만 남기고 엄마는 사라졌다.

헤어 디자이너 이모는 예쁘고 상냥하지만 사장님은 달랐다.

내가 한쪽으로 웅크리고 자꾸 주저앉으니까(절대 겁먹어서 그런 것 아님)

큰소리로 혼내고 다시 일으켜 세운다.


울 엄마는 내가 ‘앉아’‘엎드려’를 하면 물개 박수까지 치면서 칭찬하는데

여기선 단지 앉거나 엎드렸다는 이유로 혼이 나다니 서러워서 눈물이 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무서워서가 아니다.

공포와 위협의 시간이 지나고 목욕을 마친 나는 왠지 허전함을 느끼며 거울을 봤다.


아~악! 내 꼬리. 내 탐스런 꼬리털.

전통 무용할 때 쓰는 부채 같은 멋진 꼬리털.

공작새 꼬리처럼 멋진 내 꼬리가 볼품없이 초라한 돼지꼬리처럼 돼 버렸다.

날 데리러 온 엄마가 고생했다며 꼭 안아주었다.

엄마의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자 몸고생, 맘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안구에 습기가 찼다.

다행히 눈을 몇 번 깜빡거리자 곧 괜찮아졌다. 어린애도 아닌데 이까짓 걸로 울기엔 내 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엄마가 나를 안고 등을 토닥이다가 갑자기 ‘깔깔깔’ 웃어젖혔다.

“얘 꼬리 좀 봐.

풍성했던 꼬리가 너무 하찮게 됐어.” 하하하.

아빠의 입꼬리도 올라갔다.

안 그래도 속상했는데 엄마까지 놀리자 기분이 급속도로 나빠져 버둥거리며 엄마 품에서 빠져나왔다.

차 타고 돌아오는 내내 속상해서 엄마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꼬리털 있고, 없고~

밥맛도 없고 기운도 없다.

‘지못미 나의 꼬리털이여’

꼬리털의 소중함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기를 쓰고 지켜냈을 텐데.

아! 내가 삼손도 아닌데 왜 이렇게 힘이 없는지 모르겠다.

내 꼬리털 돌려줘~


‘얼마야, 얼마면 돼?’


좌절하는 두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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