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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두강이로
20화
나 지금 행복해요
제 20화. <이번 생은 두강이로> 최종회
by
도희
Feb 7. 2023
나도 형제자매가 있었다. 하지만
워낙 어릴 적에 헤어져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금 엄마 아빠를 만난 건 행운이고
더없이 행복하지만
가끔은 잠들기 전
외로움이 사무쳐 나도 몰래 눈시울이 젖는다.
꼬물꼬물 서로의 몸을 부딪히며 엄마 젖을
빨 때 서로 먹겠다고 뒷발질을 해 대던 어렴풋한 기억,
엄마 배를 미끄럼틀 삼아 오르락내리락하던 그 따뜻한
감촉.
가끔은 엄마랑 형, 누나가 눈물 나게 보고 싶다.
부질없는 생각이라며 고개를 저어 보지만 오늘따라 이리 마음이 흔들리는 건
어젯밤
뒷마을 친구들 탓이다.
간밤에는 안개가 짙어 사방을 구분할 수 없는 적막한 어둠과 함께 어째 좀 으스스하고
무서운 생각이 들어
엄마를 부를까도 생각했었다.
그때
“얘들아, 잘 지내지. 큰 형이야” 컹컹
“오빠~, 나 막내야, 안개 때문에 무서워” 웡웡
“막내야, 걱정 마. 여기 작은 오빠 있어” 멍멍
한 동네에 사는 그들은 안부를 물으며 서로를 걱정해주고 있었다.
형제자매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도
부러울 일인가 싶어 참으려고 했지만
결국 베개가 눈물로 흥건히 젖었다. 꿈에서도 형아들은 찾아와 주지 않았다.
잠을 설쳤더니 입맛도 없다.
눈물자국 때문인지 왕눈곱이 달라붙어 눈꺼풀이 아래위로 붙기 일보 직전이다.
축 늘어져 있는 나를 보고 아빠가 말린 돼지 귀로 달래 주었지만 그다지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이왕 주려면 왕뼈다귀 껌을 줄 것이지.
오후 내내 기분이 꿀꿀했는데 갑자기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두강아~”
“두강”
현진이 누나와 현성이 형이다.
‘시방 이게 얼마만이냐. 얼굴 잊어먹을 뻔했다.’
아랫집 누나와 형이다. 이전엔 자주 오더니 요즘은 태권도장에 피아노학원까지 다니느라
바쁘다며 통 놀아 주지 않았다.
‘근데 어쩐 일로 귀한 걸음을 했냐?’
반가움에 나의 꼬리 콥터는 전속력으로 가동되고 누나에게 격렬한 포옹을 시도했다.
누나는 아직도 나의 애정행각이 부담스러운지 잘 안아 주진 않는다. 쳇
하지만 그냥 있을 수 없지.
엉덩이로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이번엔 형아 차례다. 형아는 나보다 더 적극적이다. 얼싸안고 이산가족 상봉의 기쁨을 나누다 우리 모두 마당으로 올라왔다. 오늘은 잡기 놀이다.
신나게 놀다가 갑자기 형아가 말했다.
“두강이 불쌍해, 여행도 마음대로 못 가고 이담에 형아랑 놀러 가자.”
“두강이는 어쩌면 형아 말을 이렇게
잘 듣니?”
누나도 지지 않고
“내 말을 더 잘 듣는다 뭐”
아! 내 사랑을 얻기 위해 남매지간에 혈투는 곤란하다.
내 털을 뽑아 분신을 만들 수도 없고 난감하네~
'나 누나랑 형아가 너무 좋아'
형아에게 뛰어올라 기습 뽀뽀를 한 후 뒷마당으로 도망쳤다.
형아는 갑작스런 애정표현에 당황한 듯 손등으로 입을 닦았다.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부끄러워하긴.
ㅋㅋ ㅋ.
이리저리 요리조리 우리 3명은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놀았다.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는 너
~
무나 짧아
잠시 잊고 있었다
.
내게도 찐 누나와 형이 있다는 것을.
나도 모르게 어깨에 뽕이 생기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날 지켜줄 것 같은 듬직한 아빠
좀 방정맞긴 하지만
날 사랑하는 마음만은 차고 넘치는 엄마
일 년에 몇 번 못 보지만 날 엄청 예뻐하는 시크한 큰형
그리고
이렇게 찾아와서 신나게 놀아 주는
이웃집 누나와 형아
그들이 내 곁에 있어 외롭지 않
아.
나 지금 너무 행복한 것 같아. ^^
공과의 진검승부
*** < 이번 생은 두강이로 > 가 20화로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두강이를 예뻐해 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행복 가득, 웃음만발, 만수무강하세요!!!!
두강이도 건강하고 씩씩한 상남자로 거듭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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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글로 공감과 위로를 나누고 싶습니다. 일상에서 건져 올리는 작은 기쁨과 감정,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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