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사회를 망치다> 1편입니다.
친구 결혼식 사회를 망쳤다.
물론 대참사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결혼식은 무탈하게 잘 끝났다. 신혼부부와 양가 부모님도 만족하셨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집에 돌아와 아쉬웠던 것을 정리했다. 열 가지가 넘었다. 더 황당한 건, 내가 결혼식 사회를 처음 본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4년 전에 결혼한 유부남이다. 2년 전에 친구 결혼식 사회를 봤다. 직간접적인 경험을 꽤 했다는 뜻이다.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식장의 시스템이 엉망이었다. 축구의 신 메시도 지압 공원 위에서 맨발로 달리면 답이 없다. 이런 예식장에서는 지상파 아나운서도 고전할 것이다.
우선, 진행 요원의 태도가 엉망이었다. 시작 10분 전부터 식전 영상을 틀어야 했다. 그런데 시작 3분 전까지도 영상이 안 나왔다. 결혼식 당일 신혼부부는 매우 바쁘다. 좀 더 여유가 있는 내가 직원에게 물어봤다.
“저, 식전 영상을 트는 걸로 들었는데, 지금 3분밖에 안 남았네요. 혹시 영상 언제 틀어 주시나요?”
“아, 맞다! 지금 틀겠습니다.”
‘아, 맞다!’라고? 내 귀를 의심했다. 당신에게는 한 번의 실수겠지만, 저들에게는 평생에 한 번 있는 날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상황에 뭐 하는 건가?
남자 직원 둘은 재킷도 입고 있지 않았다.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넥타이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적어도 재킷은 입어야 하지 않는가? 심지어 셔츠는 반쯤 풀어헤쳤다. 그 안에 검은 목티를 입고 있었다.
양복에서 셔츠는 속옷이다. 그걸 가리기 위해 입는 재킷이 겉옷이다. 재킷의 깃은 Y자로 벌어져 있다. 그 사이로 셔츠가 보인다. 속옷이 보이는 셈이다. 이를 가리기 위해 생긴 것이 넥타이다. 사회자인 나는 재킷과 넥타이를 갖춰 입었다. 반면 직원은 속옷을 입은 채 돌아다니고 있었다. 슈퍼맨처럼.
진행요원이 준비를 마쳤다. 휴대전화를 봤다. 시작 시각을 3분 정도 넘겼다. 3분이면 고속버스도 터미널에서 떠나 톨게이트를 지날 시간이다. 황당한 마음을 추슬렀다. 멘트를 쳐야 한다. 미소를 머금고 식을 진행했다.
물론 그 뒤로도 식을 망치지 않게 노력해야 했다. 아마추어 같은 직원 둘이 끊임없이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2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