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1999년에 나왔다. 지금은 2024년이다. 무려 25년 전이다.
저자는 공자를 죽여야 한다고 했다. 물론 물리적으로 살해하자는 뜻은 아니다. 어차피 故공자님께서는 기원전에 돌아가셨다. 대신 공자님의 유산, 그러니까 한반도에 끈질기게 남아있는 잘못된 유교의 찌꺼기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거의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쓰신 것 같다.
1999년 그때는 어땠을까?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겠네. 책에 나오는 한반도의 키워드는
-신토불이
-제사
-문화종속
세상에! 25년 전에 이런 말이 있었다. 나도 얼핏 기억난다.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이 이런 걸로 투닥거렸다는 뜻이다. 2024년인 지금은 어떤가? 저 세 키워드는 자취를 감추었다. 요새 누가 저걸 테마로 말하겠는가?
[1. 신토불이]
와..ㅋㅋㅋㅋㅋ 진짜 추억의 낱말이다. 근래 5년 간 한 번도 못 들어봤다. 내가 가르치는 우리 반 초등학생들에게 '신토불이'라는 말을 하면 전부 머리 위에 물음표가 뜰 거다. 100% 장담한다. "네? 뭐라고요 선생님? 반딧불이요?"라고 할걸?
[2. 제사]
요새 제사 가지고 싸우는 집을 거의 못 본 듯. 명절에도 전집보다는 치킨집이 더 바쁜 것 같던데?
[3. 문화종속]
슬램덩크와 지브리스튜디오가 한반도를 점령할 것 같았나 보다. 나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래서 공영방송에서는 일본어도 못 쓰게 막았더랬지? 하지만 지금은? 두유노 bts? 두유노 오징어게임?
범인은 누굴까? 한반도를 25년 만에 바꾼 그 사람은? 조선시대 500년에다가 근현대 100년 동안 입지가 공고했던 공자님을 몰아낸 범인은? '유교'라는 말을 싹 사라지게 만든 그분은?
내가 생각하기에 그분은 바로 '스티브 잡스'다. 故잡스께서 故공자님을 한반도에서 완전히 몰아내셨다.
2000년대 후반, 아이폰이 한반도에 상륙했다. 그리고 15년이 지났다. 아이폰과 갤럭시는 대한민국을 점령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와 유튜브도 차근차근 상륙했다. 탱크와 기관총으로 무장한 잡스부대들은 조총과 화승총으로 무장한 공자님의 부대를 무장해제시켰다. 키워드는 바로 '비교'다.
스마트폰, 정확히는 SNS가 발달하면서 비교가 일상이 되었다. 하나씩 살펴보자.
1. 신토불이
-과거: 우리 것이 (퀄리티가 좀 떨어져도) 최고야!
-현재: 응, 다나와최저가. 응, 쿠팡로켓배송. 응, 알리익스프레슼ㅋㅋㅋ
2. 제사
-과거: 옆집도, 앞집도 다 제사 지내는데, 감히 네놈이 제사를 안 지내?
-현재: 옆집, 앞집.. 명절 때 다 해외여행 나갔는데요? 인스타 안 보세요?
3. 문화종속
-과거: 슬램덩크! 포켓몬스터! 지브리!
-현재: 그렇게 호흡 긴 걸 어떻게 봄? 오징어게임 전편 5분 요약 내놔.
작가님, 저 2024년 미래에서 왔습니다. 별로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2024년쯤 되면 한반도에서 공자님은 '라떼는'이 될 거거든요. 아, '라떼'가 뭐냐고요? 흠... 일단 푹 주무세요. 다 잘 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