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새벽 2시 응급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끔찍했던 12년의 시작.

by 몽뜨 Mar 19. 2025


“나 아주대병원 응급실이야.” 남편의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16여 년 전 12월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결혼 이후 쭉 맞벌이했고, 누가 늦게 들어오더라도 기다리는 것 없이 각자의 사이클에 맞춰 자자는데 동의한 생활을 했으니, 늦어도 무너가 사정이 있겠지 전화연락은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렇게 10여 년을 살았으니, 그날도 남편의 늦은 귀가가 이상한 건 아니었다.


남편은 해외 영업업무를 하고 있었고, 해외 출장도 많고 바이어와의 회식도 참 많았다. 바이어와 저녁식사 후 귀갓길에 길에서 넘어졌다는 것. 눈이 많았던 겨울이었으니 구둣발로 빙판에 미끄러졌는데 운이 나빴는지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로 다쳤던 거다.


아이들은 자고 있었고, 집 가까이 살고 계신 시부모님께 아이들을 봐달라 연락드리고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응급실에는 넘쳐나는 환자들로 침대도 없어서 남편은 휠체어에 앉아있었고, 한쪽 다리는 앞으로 쭉 뻗어있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다리를 고정하는 부목이 대어져 있었던 것 같다.


몇 시간 전에 구급차에 실려 왔는데, 내가 놀랄까 봐 이런저런 수습이 좀 된 후 집으로 전화를 했다는 거다. 참 이럴 땐 독립적인 사람이라 해야 하는 건지, 배려가 깊은 사람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어리석다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불행 중 다행히도 다리만 부러진 상태였다.


담당 의사를 만났는데, 왼쪽 다리가 심하게 골절되었다 했다. 심한 분쇄골절. 무릎 아래쪽으로 뼈가 몇 동강이 났고, 철심을 받는 수술이 필요하다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병원에서는 당장수술을 할 수 없다. 그러니 협진정형외과 여러 군데를 알려주겠다. 그중에서 원하는 병원을 정하면 연결해 주겠다 했다. 집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정했다.

남편은 구급차를 타고 그 정형외과로 이동했고 바로 다리에 철심을 몇 개 박는 수술을 했습니다. 그 수술이 있기 불과 몇 년 전 시어머니께서 간수술과 암 수술을 연달아서 하시는 일을 겪었던 터라, 솔직히는 골절수술은 뭐 큰 수술이 아니라 는 생각도 들었다. 머리를 다친 것도 아니고, 장기가 손상된 것도 아닌, 그저 골절이니 뼈만 붙고 깁스만 풀면 아무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 골절수술이 끔찍한 12년을 보내게 한 아토피, 정확히는 화폐상 습진의 시작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작가의 이전글 3년 차 되었으면 자리 잡았겠어요!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