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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민구 May 09. 2020

부부싸움

브런치를 4일간 쉰 이유


부부의 싸움은 늘 파괴적이고 비생산적이다.

부부의 싸움의 원인이 부부 사이에 있다면, 그 원인을 제거하면 되지만

이번처럼 싸움의 원인이 외부에, 특히 '시가'에서 있다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나침반 없이 표류하는 배처럼 감정의 대양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이따금 부딪치고 이따금 침묵하면서 4일을 보냈다.



생활의 모든 부분이 멈춰 돌아가지 않았고

사실 뭘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부부의 싸움은 파괴적이다.

물건 하나도 집어던지지 않고 종이 한 장 찢지 않았지만, 물리적 혹은 비 물리적으로 많은 것들을 파괴했다.


그중에는 아이들의 감정과 멘탈도 있다.

첫째가 말한다. "이제 그만 싸웠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우리가 싸우는 내 무언가 다른 것들을 하지 못하고 주변인이 된다.


집안에는 정적이 흐른다.

창조적으로 하던 모든 일들이 정지된다.

관성적 창조가 멈춘 것도 파괴겠거니 싶다.



쓸데없이 발에 걸리적 거리는 장난감을 걷어찬다.

살살 내려놓을 수 있는 물건을 휙 던져 놓는다.

집안 모든 물건들이 혹시 잘못 걸릴까 긴장하고 가마-안히 있는다.


하지만 싸움에는 끝이 있는 법.

원래 부부싸움은 칼로 물을 베어야 하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 어려운 헛짓거리를 며칠 하다가는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속으로는 서로가 아량이 더 넓다 생각하겠지만

겉으로는 '내가 미안하다. 이해해줘서 고맙다'라며 평화협정을 맺는다.


이 글을 본 아내는 또 끈하겠지만,

그래도 관성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이미 눈 녹듯 사그라들고 화목해져 버린 상태에서 다시 화를 낼 수는 없겠지


우리 부부는 싸운다

4일 전부터 어제까지 싸웠고, 앞으로도 종종 싸우겠지

7년 차 부부지만 아직도 맞출 것이 많다는 생각과

앞으로의 삶도 지루하진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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