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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민구 Nov 27. 2020

엄마가 된다는 것

엄마가 되는 과정을 지켜본 남편의 입장에서


아이를 낳으면 '엄마'가 될 수 있지만,

아이를 낳은 모두가 '엄마'고 할 수는 없다.


단순히 아이를 '낳는 행위' 자체만으로는 '엄마'라는 역할에 대한 필요충분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출산이라는 행위도 엄마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고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고 하기에는 그 이면에 준비되고 시행되는 너무나 많은 감내와 노력이 있다.


아내는 병적으로 '조심'을 한다. 벌써 세 번째 임신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음식을 먹기 전에,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반드시 아이에게 어떤 영향이 생길지를 먼저 판단하고 가부를 결정한다.


니글니글한 속을 달래줄 파인애플 한 조각은 물론이거니와, 익히지 않은 음식이라든가 기름진 음식 짜고 매운 음식 모든 것들을 먹지 않는다.


나는 당장에 칼칼한 김치찌개 한 그릇이 태아에게 무슨 영향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엄마로서, 아내는 정말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참아내고 가려낸다.


임신기간뿐만 아니라 출산에 있어서도 가급적이면 자연분만을, 육아에 있어서도 가급적이면 모유수유를, 이유식도, 기저귀도, 로션도, 사실 그 어떤 모든 것들도 아이에게 가장 안전한 것으로 선택한다.


그렇게 아내는 지금 뛰어다니는 저 두 남자 녀석들을 자연분만으로, 1년간 완모(완전 모유수유)로 키워냈다. 특히 분유를 먹이지 않는 것에는 정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간다.

 

밤을 새워 두세 시간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트림을 시키고 재우기를 반복한다. 젖을 물리니 임신기간뿐만 아니라 수유를 하는 기간에도 식단은 마찬가지로 아무런 자극적 요소 없이 계획된다.


눈 앞에 뜨겁고 기름지고 칼칼한 국물이 왔다 갔다 하면 참기 어려울 텐데, 금요일 저녁 치킨에 맥주 한잔이 참기 어려울 텐데, 그걸 참아야 한다.


아이에게 물리기를 2년, 젖꼭지는 헐고 가슴은 쳐진다. 모유를 통해 아이에게 영양분을 끊임없이 공급하기 때문에 뼈도 약해지고 머리카락도 빠지고 피부도 건조해진다.


산후조리라도 충분히 했으면 좋겠다마는, 둘째 때는 첫째가 걱정되어 조리원도 가지 않았다. 그러니 온 손끝 마디가 쑤시고 무릎이 아프고 어딘가 항상 불편하다. 몸은 그렇게 거덜 난다.


아이가 어디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아플 때에는 본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반응하고 걱정한다. 감기로 열이라도 나면 결국 밤새 머리에 물수건을 얹어주고 보살펴주는 건 엄마였다.



아이에게 필요한 원초적인 모든 것을 다 주는 것이 엄마다. 그래서 엄마는 대체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희생과 보살핌의 과정을 통해, 시간이 쌓여가면서 엄마로서의 이름에 빛이 난다.


리말의 '엄마', 영어의 '맘', 아랍어의 '움무', 프랑스어의 '마마' 등  엄마라는 이름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소리를 가지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말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 때문이고, 그렇게 아이가 처음 낼 수 있는 소리가 어떤 존재의 명칭이 된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아이가 세상에 처음 와서 독립적으로 활동하기까지의 모든 기본적인 영역들이 엄마에서 비롯되기 때문이고 '엄마'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아이의 생존과 직결된다.



아이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엄마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아이 위주로 변화시킨다. 단순히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가는 것뿐만 아니다.


엄마는 엄마가 되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자신을 잠시 내려놓고, 젊음의 시간을 내려놓고 엄마가 된다. 그 엄마로서의 희생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다시 젊고 이쁘던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계산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만나서 놀 시간은 없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면 자신을 가꾸고 돌볼 시간은 없다. 아이를 돌보거나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며 자신의 젊음을 녹여낸다.


엄마는 그렇게 진짜 엄마가 된다.

출산만으로 엄마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 이유다.




아내를 보며, 아빠가 되면서 느끼는 이런 생각과 감정들로 나를 돌아본다.


스스로 비난하고 질책해서 도움될 게 없다고 자위하고 아내와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깊이 새긴다.


어디 잘 보이는 곳에 다가 '아내에게 잘해'라고 문신이라도 해 놓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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