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 민구 Apr 26. 2023

더블 에스프레소 바닐라 카라멜마키아또

#06 : 하행선-상행선

 

그는 자유로에 올라 RPM을 올렸다. 자유를 찾아 떠났던 그의 여정은 38선 근처에서 반환점을 돌아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으로 바뀌어있었다. 하행선도, 상행선도 모두 자유로였다. 차들은 졸린 눈을 부릅뜨고 제각각 자유로에 올라탔다가 내려갔다.  

 


헤이븐 카페를 생각해 보니 현실에 없을 것만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무관심을 전문으로 파는' 그 카페의 사장도 생각해 보면 비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혹시 차를 돌려 다시 가 보면 없는 건 아닐까-"라고 상상을 하는 그의 입꼬리에서 오늘 처음으로 '피식' 하며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웃음이 새어 나오기 좋은 봄날에 밤이었다.  

 


그도 어느덧 자유로에서 내려 동네 어귀에 장승배기 같은 'Drive-Thru' 안내 기둥을 지나게 되었다. 오늘의 세 번째 카페에 자연스럽게 진입한 그는 익숙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쓰릴 속엔 톨(tall)이면 충분했다.  

 


아내에겐 야근해서 늦었다고, 미안하다고 하면 될 것 같았고, 직장 상사에겐 뭐라고 할지 생각 못해봤다. 지금 전화한다고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아이들은 개구리밥처럼 옹기종기 모여있을 것 같았다. 아메리카노의 쓴 맛을 뚫고 어금니에 낀 홍삼절편 조각이 빠져나왔다. 아파트 바리케이드는 그를 알아보고 얼른 문을 열어주었다.

이전 05화 더블 에스프레소 바닐라 카라멜마키아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