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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민구 Jul 28. 2023

글 쓰기

글을 쓰기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때로는 고되거나 부담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대체로 즐겁다.


말보다 더 차분하고 오래 남는다. 요즘처럼 빠르고 정신없는 세상에서 수많은 미디어가 화려하게 무언가를 주입할 때, 조용히 앉아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반전이고 쾌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조각을 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부분들을 떨어내다 보면 생각이 구체화되고 의미가 부여된다. 그래서 글 쓰기를 참 좋아한다.


한때는 10분만 앉을 시간이 생겨도 글을 쓰곤 했다. 워낙 글을 빨리 쓰는 편이라, 짧은 글을 10분이면 충분했다.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글감들이 제목이나 몇 가지 키워드만 주어모아 메모장이나 수첩에 영수증처럼 구겨져 들어갔다.


영수증에 글자가 휘발되는 것처럼, 어떤 것들은 글이 되지 못하고 추론만 몇 차례 반복하다 쓰레기통으로 가기도 했고- 어떤 글들은 순식간에 수필이나 기고문이 되어서 작은 만족감들을 되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삶의 난이도는 하루하루 등비수열처럼 올라갔고, 이제는 1분만  남아도 그 어디든 누워서 앓는 소리를 내기 바쁘다.


아이 넷을 키우는 일은, 직장에서 1인분을 해내는 것은, 생존을 위한 약간의 운동과 미래를 위한 필사의 공부는 생각보다 버거운 일이었다. 포션을 늘린 신앙생활과 아내의 카페 창업으로 더 겨를 없이 분주해진 나날들은 문화통치 시기의 일본 순사처럼 나를 투옥시켜 글쓰기에 손도 대지 못하게 만들었다.


정신 에너지가 고갈되었고 육체 에너지는 고갈되었다. 그러고 보니 고갈되지 않은 것이라곤 그 어떤 것도 없을 정도로 나의 모든 것들이 고갈되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일찍 잠들고, 며칠 전 아내와의 싸움으로 냉랭한 어제오늘. 태블릿을 들고 말없이 카페로 나왔다.


몇 번을 망설이던 끝에 [브런치]를 열었다. 언제부터 매달려 있었는지 모르는 메주처럼 각종 알림들이 떠 있었고, 새로운 작가들이 탄생했다는 광고문구도 보였다.


이곳에서 나는 쓰다 놓은 페인트처럼 다 굳어 아무 쓸모가 없게 되어버린 것 같은데,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활기차고 알록달록한 글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작가의 서랍]을 열어보니 영글지 않은 수많은 글 들이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무슨 내용을 쓰고 싶었는지 감도 못 잡을 것 같은 제목들이었다.


글뿐만 아니라 나도 비 온 뒤 지렁이들처럼 바닥에 말라비틀어져 붙어있는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봤을 때.


꾸미지도 않고 눈은 퀭하고 다소 우울한 표정에 배는 점점 나오고 있으니, 언제 개미들이 달려들어 날 뜯어먹어도 변명 거리는 없다.


하지만 다시 글이 쓰고 싶다.

다시 글이 쓰고 싶다.

글이 쓰고 싶다.

그리 쓰고 싶다.


에너지가 없으면 광합성이라도 하면서 글을. 쓰고. 싶다.


I will be back soon. may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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