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도 일 못한다는 거 알고 있죠?
가고 싶었던 회사에 최종 합격하고 나서 정말 솔직하게 불안감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나도 드디어 직장인!'이라는 생각으로 마냥 들떠있었다.
출근 전날 밤엔 신입직원이 알아두면 좋을 것들을 각종 SNS를 동원해 급하게 머리에 집어넣었고, 나는 부족한 사람이니 최대한 열심히 배우자고 생각했다.
출근 당일 아침.
출근 30분 전에 회사에 도착해 아직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열심히 주문을 외웠다.
나는 할 수 있어! 열심히만 하자!
회사엔 다행히 나를 가르쳐줄 사수분이 계셨고 그분이 주로 내게 일을 알려주셨다. 알려주신 대로 일을 하다가 헷갈리는 부분이 있어 그분의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요청했다.
지은(가명)씨 이 부분은 이렇게 해도 되나요?
나의 말에 기분이 나빴는지 그녀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대답했다.
지수 씨, 회사에선 선배님이라고 불러야죠.
어떤 신입이 선배한테 그렇게 이름을 불러요.
분명 채용공고엔 ‘수평적인 팀 분위기’라고 적혀있던 것을 보았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빠르게 수정해서 다시 여쭤보았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저 질문이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해야 되나요?
답변을 듣고 다시 알려준 일을 했다. 그곳에서 첫날 했던 일들은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선배님께서 상품을 온라인에 등록해 보라고 지시하셨다. 가격이나 세부적인 것은 알아서 해보라고 했고, 그 이상의 상세한 설명은 없었다. 그곳에선 상품등록은 기본 중에 기본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처음인 나는 상품등록을 하는데에 시간을 꽤 허비하며 버벅거렸다. 그게 못마땅했나 보다. 나의 사수님에게 다시 물었더니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수 씨, 저도 제 할 일이 있는데 어떻게 이런 걸 일일이 가르쳐줘요?
이런 건 지수 씨가 알아서 알아봐서 해야죠.
아 그런 거구나. 내가 너무 무지했구나. 정말 아무 준비 없이 취업에 성공했다는 기대와 설렘으로만 무장하고 회사에 출근한 거구나. 반성했다. 나는 얼마나 모자란 사람인가 싶었다.
선배님께 한 소리 듣고 나선 스스로 어떻게든 해보려 노력했다. 어떻게든 일하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벌써 하루가 다 가있었고, 퇴근시간이었던 6시가 되었는데 그 회사의 직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퇴근시간은 6시였는데 야근이 당연한 듯한 분위기였다. 눈치를 보다가 팀장님에게 퇴근하라는 말을 듣고 30분 후에 퇴근했다.
회사에서 나오는데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눈물이 났다. 스스로가 얼마나 준비 없이 회사에 나왔는지 깨달았고, 부끄러웠다. 하지만 나에게 온 기회를 이렇게 손 놓고 볼 수는 없었기에 집에 가서 엑셀이나 업무에 필요할 만한 것들을 공부하고 잠들었다.
다음날도 새벽 공기를 마시며 누구보다 일찍 회사에 출근했고, 자리에 앉아 어제 일했던 것을 다시 보고 어떻게 하면 빠르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오전 업무를 보다가 모르는 부분이 생겨 선배님께 질문했고, 몰랐던 부분은 그때그때 노트에 적어 필기해 놓았다.
오후에 선배님이 내가 일 처리가 너무 늦다고 좀 빨리 해달라고 재촉했다. 빨리 하려고 하니 이번엔 정확도가 떨어졌나 보다. 다음날 출근하고 혼이 났다.
지수 씨, 일을 이렇게 두 번 하게 하시면 어떡해요.
저도 제 할 일이 있는데 이러면 두배로 일해야 하잖아요.
그래요, 다 내 잘못입니다.라고 생각하며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서러웠지만 꾹 참았다. 변명할 여지없이 내가 일을 못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고작 3일 일했는데 업무에 당장 투입되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나는 아직 이 사람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일 할 수 없다는 한계도 느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치며 따라가려 해도 한 달은 족히 걸릴 것 같았다. 그제야 생각해보니 그 회사는 신입의 수습기간이 일주일이었다. 일주일 만에 정상적으로 업무를 해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제야 수습기간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다 퇴근시간이 가까워 올 때쯤 선배님과 팀장님이 함께 나갔다가 두 분이 웃으며 다시 자리로 오셨다. 그리고 팀장님이 나를 따로 불러내셨다. 싸한 느낌이 왔다.
지수 씨, 스스로도 일 못한다는 거 알고 있죠?
우리랑은 안 맞는 것 같은데 내일부턴 안 나오는 게 낫지 않을까요?
예상했던 대로였다. 나는 첫회사에서 출근한 지 3일 만에 잘렸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