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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Oct 10. 2022

구인업체와 실랑이

사람 좀 구해주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겪는 취업난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만 기업이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구인난의 어려움도 그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실제로 고용해서 일할 사람이 없으니 더 이상 운영을 할 수 없어서 문을 닫는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불황일 때 고용도 함께 침체되는데, 최근에는 경기가 침체되면서도 실업률은 낮고(고용 호황) 동시에 기업은 구인난을 겪는 기이한 현상이 선진국을 비롯하여 한국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아래 첨부한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기업의 미충원 인원 및 비율이 올해 1분기가 17만 4000명으로 1년 전(10만 2000명)보다 70% 급증했다.

이미지 출처: 동아일보

그렇다. 일할 사람이 없다.


코로나 19 봉쇄로 인해 세계화의 문이 좁혀졌고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제한된다는 점도 근로자 부족의 큰 요인이다. 일할 의사가 없는 구직단념자도 한 몫한다.


사람들은 '일자리' 없다고 아우성인데, 업체는 '사람'  구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중간에 끼어있는 직업상담사인 ''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른다.




사람 마음 다 같다고, 업무 강도가 높고 열악한 환경이면서 월급은 쥐꼬리만큼 주는 회사로는 가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경제가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열악한 기업이 많다. IMF를 겪고 있는 시대라면 모를까,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사회생활 전반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는 '절대적 빈곤'은 줄어들었다.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당장 취업이 급한 사람도 있지만, 연봉, 출퇴근 거리, 근무 환경 등 자신의 기준에 어느 정도 맞춰서 취업하려는 구직자의 비중이 더 높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채용 미충원 사유로 '임금 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항목이 23.7%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구직자의 눈이 높아졌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으나, 자신이 쌓아 올린 경력과 능력을 바탕으로 합당한 기준을 갖고 있는 구직자도 있다. 그들에게 밑도 끝도 없이 눈을 낮추라는 말은 너무나 터무니없는 소리다. 기업의 근무환경이 열악하여 사람이 구해지지 않는 거라면, 열악한 근무환경부터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업체의 문제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는데 직업상담사에게 사람만 구해달라고 하면 곤란하다. 그럴 때 나는 "찾아보고 있는데 사람이 없어요."라고 앵무새 같은 말만 반복한다. 형식상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사실이다. 악덕업체의 경우, 이미 소문이 나서 구직자들이 기피하기도 한다.


구인업체의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을 더 선호하고 우선적으로 채용하려는 마음은 이해한다. 일을 시키는 입장에서도 아마 더 편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청년 실업자들은 졸업 후에도 자신이 선호하는 직장에 들어가고자 취업 준비하는 기간이 장기전으로 이어진다. 적극적으로 구직 의사가 있고 취업준비가 된 사람들은 중년층에도 많다. 회사 평균 연령, 대표 및 사수의 나이, 국가지원사업에 따라 무조건 청년층을 채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중년층에도 회사에서 찾는 인재가 있을 수 있다.




물론 구인난의 원인이 기업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달라진 산업도 큰 몫을 하고 전부터 대두되었던 저출산과 고령화의 문제로 청년층 노동인구의 감소도 지속되고 있다. 그러니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고 할 때, 무조건 기업에게 떠넘길 수 없는 영역이다. 분명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그런 상황에서 기업만 골머리를 앓는 게 아니라 직업상담사도 골머리를 앓는다. 안 그래도 일할 사람이 없는데, 무턱대고 좋은 사람을 구해달라거나 빠릿빠릿 일 잘하고 야무진 사람으로 구해달라고 하면 참 부담스럽다. 전화 또는 방문 상담으로 우리가 그 사람을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많은 사람을 상담하면서 어느 정도 특징이 파악되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사람을 속단하긴 이르다.


특히 '나이'로 제한을 두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고 이미 한국은 고령화 사회다. 중장년 및 노년층 구직자는 생계를 위해 일을 이어가는 분들도 계시지만, 집에만 있는 게 무료해서 일을 하며 보람을 찾으려는 분들도 있다. 그중에는 일을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고 능력 있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나는 구인업체와 상담할 때 상세 근무 조건을 물어본 후, 꼭 '나이'를 물어본다. 지원 가능한 나이 혹은 나이 제한이 어떻게 되는지. 제한이 없다고 하면 50대도 가능하냐고 물어본다. 그 물음에는 '너무 많다'라고 답하는 모순. 그 모순을 보면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만약 업체가 40대까지 가능하다고 하면, 그 나이대의 구직자는 많이 없다, 경력자면 50대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런 식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흥정하듯이 나이를 올리면서 말하진 않는다. 업체에도 적합한 구직자를 알선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끔 내가 이렇게 구인업체와 벌이는 실랑이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한 명의 구직자에게라도 나의 노력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자잘한 실랑이를 이어간다.













참고

-불황인데 기업은 구인난… 한국도 ‘고용있는 침체’ / 동아일보

-"시급 올려도 하늘의 별따기”…자영업자 알바구인난, 언제까지 / 이데일리

-경기 둔화 속 '완전 고용'…실업률 착시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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