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은 구직자, 2편은 구인 업체에 대해 얘기했다. 직업상담사는 구직자와 구인 업체를 연결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업체에서 적합자 소개를 요청할 경우, 조건에 맞는 구직자를 찾아 지원 의사가 있는지 확인 후, 구인정보를 제공한다. 혹은 구직자가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직종에서 조건에 맞는 업체를 찾기도 한다. 이렇게 구직자와 구인 업체를 매칭 하는 걸 ‘알선’이라고 한다. 그 결과가 성공적이면 ‘알선 취업’으로 이어진다. 이는 곧 실적이 된다.
말만 늘어놓으면 간단하고 쉽다. 그런데 막상 알선 업무를 하게 되면, 알선취업은 가뭄에 콩 나듯이 정말 정말 힘겹게 나온다. 우선 워크넷 기준으로 알선 필요로 표시된 구직자에게 전화하는데, 요즘은 보이스피싱 문제가 많아서 모르는 전화는 잘 받지 않는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우리는 구직자가 전화를 받아야 구인정보에 대해 설명하고 알선할 수 있어서 응답 없는 신호음만 듣고 있으면 힘이 쭉쭉 빠진다.
또 취업의사가 확실한 구직자가 너무 적다. 실업급여,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지원금을 받고자 형식적으로 구직신청을 한 사람들이 많다. 거품을 걷어내고 실제 취업할 구직자를 찾는 건, 마치 모래 속에 진주를 찾는 기분이다. 문제는 지원금 제도 자체가 아니라 직업상담사의 업무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는데 일일이 구직자에게 전화해서 취업 의사를 묻는 방식은 구시대적 방식이 아닐까. 그렇다고 뾰족한 방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시대가 바뀌었으니 업무 방식도 그에 맞게 변화하면 좋겠다.
일을 막 시작했던 신입 초반에는 알선도 하나 하기 이렇게나 힘든데, 선배들은 어떻게 알선 취업이 잘만 나오는지 나에겐 극히 어려운 일 같았다. 그래서 처음 알선 취업이 나왔을 때, 얼떨떨했다. 알선도, 취업도 어려운데 알선 취업이 나왔다니. ‘여러분~~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냈습니다!!’ 속으로 룰루랄라 내적 댄스를 추며 마치 내가 취업한 것처럼 성취감을 느꼈다. 운 좋게 얻어걸리긴 했지만,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해서 그 장면이 한 장의 사진처럼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처음은 운 좋게 시작했지만, 두 번째 알선취업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던 것 같다. 오죽 답답했으면, 선배한테 “알선 취업 어떻게 해요? 알선 취업이 잘 나오는 노하우가 있나요?” 하고 물었을까. 그 질문에 선배는 웃으며 이렇게 말해줬다. “그런 거 딱히 없어. 그냥 열심히 전화 돌리고 많이 알선하면 돼.” 교과서 같은 답변에 순간 할 말을 잃고 머쓱해졌다. 괜히 알려주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 보이진 않았다. 뭔가 있지 않을까 싶었던 기대와 달리 답변은 허무했다.
그런데 막상 일을 계속해보니, 선배가 해준 말이 뭔지 점점 알 것 같았다. 알선 취업이 많이 나오는 비법은 딱히 특별한 게 없었다. 뻔한 말일 수 있겠지만, 그저 묵묵히 인내하며 취업 의사가 있는 구직자를 성실하게 찾고 입사 지원해보라고 독려하고 다시 전화해서 확인하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고 있으면 누군가 취업했다는 기쁜 소식을 듣기도 하는 게 이 일이었다.
그래서 취업 알선 업무는 농부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단계는 구직자를 찾고 취업 상담을 진행하며 ‘알선’이라는 씨앗을 뿌린다. 2단계는 ‘확인’을 통해 구직자와 소통하며 돌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원하지 않았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만약 원하는 조건과 맞지 않았다면 좀 더 세밀하게 맞춰서 그분에게 맞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볼 수 있고 자신감이 없다면 그 부분에 동기부여를 하며 격려를 할 수도 있다. 지원했는데 연락이 안 온다고 하면, 기다려보고 계속 연락이 없으면 다른 곳을 알선해드리겠다고 하거나 업체에 확인 전화를 해보기도 한다. 뿌린 씨앗에 새싹이 자라나고 있다면 그냥 내버려둘 게 아니라 상태는 어떤지, 물과 햇빛을 주는 작업이다.
구직자와 소통하는 일은 사무적으로 지원했는지 안 했는지 추궁하듯이 묻는다거나 꼬치꼬치 따지면 안 된다. 수평적인 관계로 다가가야 라포 형성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라포'는 의사소통에서 상대방과 형성되는 친밀감 또는 신뢰관계를 말하는데, 결국 구직자와의 소통도 인간관계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구직자와 친밀하고 신뢰가 쌓이는 관계를 맺을 수는 없다. 구직자가 상담을 거부한다면 관계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항상 염두할 점은 내가 던지는 한 마디의 영향이 그 사람에겐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식물도 종류마다 새싹이 피어나고 열매를 맺는 시기가 제각각인데 사람은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 모두에겐 각자 저마다의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담하다 보면, 취업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낙담한 구직자를 자주 만난다. 나는 그분들에게 지금 당장 취업하지 못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다 보면 언젠가 될 거라고 응원한다. 때론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무기력해지거나 괜스레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재촉하지 않고 농부의 넓은 마음으로 천천히 자신만의 싹을 피우길 기다려주면서 오늘도 나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싶다.
커버이미지: Katie White(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