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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Oct 05. 2022

구직자의 대표 유형 3가지

구직자는 일을 구하는 사람으로, 나는 하루에도 수많은 구직자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그것이 나의 주된 업무이기도 한데, 다양한 구직자와 취업상담을 진행하면서 대표적 유형으로 3가지를 꼽아봤다.



1.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요?

첫 번째,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상담사에게 물어보는 구직자

아마 나뿐 아니라 다른 직업상담사도 이런 유형의 구직자가 제일 어렵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이런 구직자를 오전, 오후 연달아 만났다. 리얼 후기다. 속으로는 '님도 모르는데 낸 들 알리?'라고 생각하면도 세상 친절한 상담을 이어간다만. 보통 자신이 취업하고 싶은 희망 직종을 말하면, 직업상담사는 그 분야로 일자리가 있는지 찾아보고 구인 정보를 주면서 알선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알선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는 그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물어본다. 그전에 했던 일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직을 하려는데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꽤 있다. 혹은 구직자가 사회초년생이어서 사회생활 경험이 없더라도 비슷하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고 싶지 않거나 아예 다른 분야로 취업하고 싶은데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어설프게 일자리를 제안하는 것보다 집단상담으로 연결하는 게 좋다.


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집단상담은 10명 내외로 구성되며, 직업가치관, 적성탐색, 성격검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구직자의 자기 이해를 돕고 취업의욕을 고취시킨다. 3-4시간 단기 집단상담 프로그램부터 목적과 내용 구성에 따라 3~5일 진행된다. 집단상담을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면, 워크넷에 직업심리검사를 실시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2. 취업을 위한 교육? 교육을 위한 교육?

두 번째, 교육을 위해 교육을 듣는 구직자

링컨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말했는데, 이러한 분들은 '교육의, 교육에 의한, 교육을 위한 구직자'라고 할 수 있으려나. 물론 취업을 하기 전에 어느 정도 교육은 필요하다. 직업훈련 과정에 참여한다거나 직무와 관련된 자격증 이론을 공부하며 실습을 할 수도 있다.


취업이 아니라 취미를 위해 교육을 수강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취미가 자격증 수집일 수 있으니 말이다. 얼마나 건전하고 좋은 취미인가. 하지만 내가 말하는 대상은 '구직자'다. 취업이 목적이 되어야 하는데 교육이 목적이 되어선 곤란하다. 이러한 경우는 주객전도의 상황이다. 교육을 듣더라도 무작위로 듣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필요한 교육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이것저것 수강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막상 너무 벌려놓으면 내가 소화하기에도 벅차고 주워 담기에만 급급할 수 있다.


취업 의사는 있으면서 교육만 듣는 구직자의 경우, 자신감 부족을 그중 하나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겠다. 취업 전 교육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실무를 통해 부딪히면서 익히는 건 정말 다를 수 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면 자신감을 갖고 이력서를 지원해보시라. 완벽하게 갖춰놓고 시작하려 하면 취업의 문턱은 한없이 높게만 느껴질 것이다.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부족한 것은 일하면서 차근차근 채운다고 생각하자. 




3. 좋은 곳에 취업시켜주세요!

세 번째, 현실과 이상의 갭(Gap) 차이가 큰 구직자

이 유형의 구직자는 1, 2번의 구직자와 달리 취업 의사가 적극적이다. 취업 희망직종도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과 이상의 갭 차이가 너무 크다는 거다. 당연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꿈꾸는 이상은 같을 수 없지만, 차이가 너무 크면 곤란하다. 


'바리스타'를 예로 들어보자. 요즘 주변 동네만 봐도 너도나도 카페를 한다는 생각이 들만큼 많다. 만약 구직자가 자본을 갖고 카페 창업을 희망한다면, 그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니까 딱히 할 말이 없겠으나 바리스타로 취업을 하고 싶다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고용주가 나를 선택해줘야 일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업체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카페 고용주는 보통 2~30대 젊은 연령대를 선호한다. 그마저도 경력이 없으면 떨어질 수 있다. 신입은 어디 가서 경력을 쌓으라는 건지.

    

아무튼, 바리스타 교육은 수강 과정 중에서도 인기 과목이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이 수강하신다. 교육을 수강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60대 중에서도 바리스타로 취업하고 싶다는 구직자를 꽤 많이 만났다. 그럴 때 나는 솔직하게 말씀드린다. 바리스타가 되고 싶은 분들은 많은데 뽑는 곳이 별로 없다고. 있어도 젊은 사람을 채용한다고. 예의를 갖추면서 말하되, 냉정한 현실은 짚어드린다. 희망고문은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도 노인일자리 중 시니어카페가 있으니 신청 자격 조건이 맞고, 자리가 있다면 가능하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 바리스타를 얘기했는데 그 밖에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다. 어떤 직종이든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하고 싶을 때까지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현실은 냉정하다. 나의 욕구도 중요하지만, 현실 파악도 그만큼 중요하다. 직업상담사는 취업을 도와드리는 역할을 할 뿐, 취업을 시켜줄 수 없다.




앞에서 세 가지 구직자에 대해 정리했다. 자기가 뭘 해야 할지 모르거나, 주구장창 교육만 듣거나, 현실 파악을 못하는 구직자 등등. 말하자면 더 다양한 구직자가 있겠지만, 그러면 케이스가 너무 많아서 대표적인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지, 나도 앞서 말했던 세 가지 유형에 속하는 구직자였다. 특히 1번 구직자였는데, 전공은 살리고 싶지 않았고 도통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이 많았다. 집단상담도 참여해봤고 MBTI부터 시작해서 워크넷에 있는 각종 심리검사도 실시해봤다. 직업심리검사를 하면 나의 성격유형에 맞는 직업 추천 목록이 있는데, 그것을 봐도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다. 청소년기에 겪는 정체성 혼란을 뒤늦게 겪는 것 같았다.


아마 나와 같이 뒤늦게 정체성 혼란을 겪는 분들은 많을 것이다. 2016년부터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를 진행했으나 그전까지 공교육에 진로교육 비중은 매우 적었다. 그리고 직종이 다양해진 것도 한 몫한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선택지는 많아지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그런 환경에서도 알아서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고 있다면 대단한 거다.


오해하지 말 것은 직업상담사가 구직자의 진로 설정을 해주는 게 아니라는 거다. 도움은 줄 수 있겠지만, 진로 설정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집단상담, 심리검사도 나를 알아가는 도구일 뿐이다. 결국, 답은 외부에서 찾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나는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등등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그 질문은 글쓰기가 될 수도 있고 독서, 강연, 여행, 누군가와 나눈 짧은 대화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나를 얼마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커버 이미지: Gerd Altmann(Pixabay)



*자유학기제: 중학교에서 한 학기 또는 두 학기 동안 지식‧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실시하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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