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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Oct 24. 2022

왜 나는 계약직을 선택했을까?

첫 직장에 입사할 때 나는 계약직이었다. 두 번째 직장에 입사할 때도 난 계약직이었다. 대학교는 성적순으로 갔어도 직장은 나의 선택이었다. 직장도 스펙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달라지긴 하지만, 계약직으로 지원한 것도, 면접 후 입사를 결정한 것도 모두 나의 선택이었다.


왜 나는 계약직을 선택했을까?


먼저 첫 직장에 들어가기 전, 졸업 후 취준생의 시간을 보내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사회복지밖에 공부한 게 없는데 그쪽으로 취업하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면 앞으로 뭘 해야 하나’ 하며 막연한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렇다고 특별하게 내세울 것도 없었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언제까 미루기만 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전공 분야를 살려 취업하자고 스스로 다독였다. 채용 사이트를 보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두 군데에 지원했다. 하나는 정규직, 다른 하나는 계약직이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정규직은 입사지원서 마감 시간을 잘못 읽어서 이미 마감했는데 지원했다는 걸 알게 됐다. 뒷북친 꼴이었다. 절망하고 있던 그때, 계약직에서 다음 날에 면접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합격했다.




취업 준비하면서 면접에서 많이 떨어져서 고생한다는데, 나는 첫 면접에 바로 합격해서 기쁘기도 하면서 얼떨떨했다. 첫 직장을 여기로 정해도 괜찮은 건가 싶었다.


긴가민가하면서도 결국 계약직을 선택했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일단 발을 오래 담그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했기에, 실제 사회복지 업무는 어떨지 살짝 발만 담가보고 싶었다. 영 아니다 싶으면 어차피 계약직이니까 마음 편히 퇴사할 수 있겠다 싶었다.


또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하향 지원했던 것도 있었다. 내 실력보다 기준을 높게 잡으면 빡빡하게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럴 의욕도 없었고, 무턱대고 높게 지원했다가 서류에서 광탈해버리는 쓴맛을 보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첫 면접에 바로 합격해서 패기 넘치게 시작했던 건 좋았으나, 갈수록 너덜너덜해지는 1년이 되어버렸다. 회사 측은 재계약을 제안했으나 거절하고 퇴사했다. 그리고 생각지 못하게 몸이 아파서 꽤 오래 쉬었다가 두 번째 직장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두 번째 직장도 계약직으로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첫 번째 직장을 선택할 때와 달랐다. 

아픔을 겪는 과정에서 ‘작가’의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하면서 이전과 나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봤을 땐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속 사람은 변화된 상태였다. 글을 쓰면서 돈이 벌리지 않으니 생계를 위해 직장을 구한 이유도 있었지만, 글을 자유롭게 쓰기 위해 돈을 버는 목적이 더 컸다.


그래서 낮엔 일하고 저녁엔 글을 쓰면서 작가의 삶을 만들어가고자 했다. 글을 쓰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괜찮다는 마음가짐이었고 실제로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크게 상관없었다. 어디에 있든, 어떤 일을 하든 글을 쓰는 삶이라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직업상담사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계약직으로 가볍게 시작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이때만 해도 눈앞에 어떤 현실이 펼쳐질지 알 수 없었고 자신감에 가득 차서 내가 계획하는 일은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커버: Photo by Nika Benedictov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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