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고 많은 직업 중에 왜 나는 직업상담사를 선택했을까.
직업상담사를 하게 된 계기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용노동부 사업 중 취업성공 패키지에 참여했는데, 1년 계약직을 끝내고 퇴사한 후 취업성공수당을 신청하러 갔다. 그때 나를 담당했던 선생님이 직업상담사는 어떠냐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으로도 자격요건이 된다고 했다. 그때 처음 '내가 직업상담사를?' 하고 잠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직업상담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분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렸다. 그런데 1년이 좀 지나서 나는 두 번째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직업상담 분야로 지원했고, 면접에 합격하여 바로 다음 날 직업상담사로 일을 시작했다.
‘직업상담’이란 직종을 추천해준 담당 선생님의 조언도 있었지만, 그보다 내가 이 일을 도전해봐야겠다고 결정했던 건, 나처럼 진로에 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반면에 직업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었다. 내가 사는 A시 일자리 특성에 대해서도 아는 게 1도 없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직업과 관련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내가 직업상담사가 된 것이었다.
내가 맡은 업무는 직업상담 중에서도 취업상담이었다.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기 전에, ‘워크넷(worknet) 다지기’라고 워크넷 사용자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들었다. ‘워크넷?’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 아닌가. 취업포털사이트 중 하나로 고용, 일자리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그랬다. 나는 워크넷을 알아가고 친해져야 했다. 그동안 워크넷은 취업하기 전에 구직 정보를 알기 위해 사용하는 정도였다. 이젠 내가 그와 관련된 업무를 익히고 구인업체와 구직자에게 취업상담 및 알선을 해야 했다.
일을 시작한 지 몇 주가 흘렀고 나는 ‘직업상담’에 대해 어렴풋이 상상했던 이미지가 와장창 깨졌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이건 내가 생각했던 일이 아니야!”
괜히 속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몇 명의 구직자 분들을 담당하고 관리하면서 심층적으로 상담해주고 한 명씩 진로를 컨설팅해주는 좀 더 전문적인 일을 생각했다. 물론 사업에 따라 그런 업무를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근데 나는 아니었다는 거다. 내가 하는 일은 전문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텔레마케터, 전화교환원과 비슷한 느낌이어서 도통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웠다. 구인업체에 전화해서 조건을 캐물어야 하는 것도, 적합자를 찾기 위해 구직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도 고구마를 백만 개 먹은 것처럼 답답했다. 앵무새처럼 같은 구직 정보를 반복해서 말하고 지원해보라고 영업(?)하는 것도 어려웠다.
게다가 취업하기 전에 구직 사이트를 1~2시간만 보고 있어도 진이 빠졌는데, 매일 8시간 동안 모니터로 구인업체, 구직자 정보를 보고 있으니 피곤한 건 물론이고 눈알이 빠질 것 같았다. 워크넷 사용자 사이트는 기존에 우리가 보는 포털사이트 화면과 달리 구인, 구직표가 빽빽한 표처럼 생겨서 눈이 더 아팠다.
나는 이 일을 오래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현실을 직시하고 취업하기 전, 백수 생활을 보내며 맨땅에 헤딩했던 것을 떠올렸다. 무슨 일을 하든지 남의 돈을 받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에, 비록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라 할지라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진 버텨보자 싶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1) 어떤 일을 하든지 이건 내가 생각한 일이 아니라는 순간이 오고, 2) 무슨 일이든 나와 100% 맞을 수 없기 때문에 나랑 맞지 않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3)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의 장단점을 잘 따져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직장이 도보로 20분 이내였고, 칼퇴가 가능한 곳이어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었으며, 구내식당이 있어 점심 메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음이 감사했다. 외부 조건뿐 아니라 업무에서 나와 맞는 부분도 있었다. 상담을 통해 말하기와 듣기, 공감 능력을 확장하고 전보다 발전할 기회이기도 했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몰두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며 관찰하면 감사할 수 있는 부분은 얼마든지 있었다.
커버: Photo by Etienne Girardet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