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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나침반을 찾아서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by 이세현

철학 수업에서 배운것: 질문의힘


영화 소울(Soul)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재즈 음악가인 주인공 조 가드너가 꿈을 이루기 직전에 예기치 못한 사고로 ‘태어나기 전’의 세계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 22를 만나게 되었다. 그 둘의 대화 중, 조는 자신이 평생 추구해온 음악이 진정한 삶의 목적이었는지에 대해 깊은 의문을 품었다. 그러한 장면이 관객들에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도록 만들었다.


한편,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와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진행한 ‘아시아 대도시 가치조사’에서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들은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요소로 ‘건강’과 ‘가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조사는 삶의 의미를 주는 요소들의 중요도를 7점 척도로 평가했는데,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이 다름 아닌 ‘건강’이었다고 한다. 또한, 11개 항목 중 가장 중요한 3가지를 순서대로 선택하도록 한 결과에서는 약 49.8%의 응답자가 ‘가족’을 1순위로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건강’(20.7%)과 ‘물질적 풍요로움’(13.7%)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결과가 2021년 미국 퓨 리서치 센터의 국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들이 삶의 의미를 주는 원천으로 ‘물질적 번영’을 가장 많이 꼽았다는 결과와는 사뭇 다르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조사 방법의 차이와 응답자의 인식 변화가 이 같은 차이를 만들어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서울시민들은 다른 아시아 대도시 시민들과 비교했을 때 ‘건강’과 ‘물질적 풍요’를 상대적으로 더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로써 서울시민들이 물질적 안정과 신체적 건강을 삶의 의미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조사 결과는 서울시민들이 ‘건강’과 ‘가족’을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주요 요소로 인식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해주었으며, 이는 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안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고 해석해볼 수 있었다.


나 개인적으로는, 영화 소울을 감상하면서 나의 삶의 목적과 진정한 열망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사회적 성공이나 외부의 인정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진정으로 열정을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깨닫게 된 것이다.


결국, 삶의 의미는 각자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며, 그 답은 우리 내면에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다. 영화 소울 같은 작품들은 바로 이러한 탐구의 여정에 소중한 영감을 제공해주는 매개체가 되어준다고 생각한다.



질문은 짐이 아니라 나침반이다


조 가드너가 재즈 무대에 서기 위해 인생을 달려왔지만, 결국 길거리에서 떨어지는 나뭇잎 한 장에서 깊은 감동을 느꼈듯이, 삶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가 종종 놓치고 있는 평범한 순간에 있다. 서울시민들이 가족과 건강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수업 중 하나는 교수님이 던진 다음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실패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처음에는 이 질문이 흔한 동기부여 문구처럼 들렸다. 자기계발 책이나 명언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 같았다. 하지만 수업이 진행되며 이 질문의 깊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 질문은 단순히 성공과 야망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유에 관한 질문이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실패를 두려워해 하지 못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내가 나 자신에게 씌운 두려움, 의심, 그리고 사회적 기대는 어떤 모습으로 나를 제한하고 있는가?


철학은 질문이 무거운 짐이 아니라, 길을 밝히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가르쳐주었다.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그날, 나는 이 말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질문은 우리로 하여금 걸어가는 길이 올바른지, 그 길이 정말 나의 길인지 확인하게 만든다. 답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질문하는 그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질문하는 용기, 질문이 주는 변화


우리는 종종 질문을 두려워한다. 질문을 던지는 것은 불확실한 영역에 발을 들이는 행위이며,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익숙하고 안전해 보이는 것에 머무르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러나 철학 수업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이 불확실함이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은 마음 가면에서 “취약함은 창의성과 혁신, 그리고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질문은 우리가 필연적으로 취약해지는 순간을 야기한다. 스스로 잘못 알고 있음을 인정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고, 익숙함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취약함이야말로 질문이 가진 힘의 원천이다. 질문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관점으로 도약하도록 돕는 첫걸음이 되기 때문이다.


철학이 가르쳐준 것은, 질문이 인생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삶이 복잡해지고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질문은 마음의 중심을 다시 잡아준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모습인가?”, “지금의 삶은 내 신념과 일치하는가?”—이런 질문들은 불확실한 순간에도 나를 붙잡아 주는 닻이 되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히 찾지 못하더라도, 질문 자체가 길 위에 다시 서게 만들어주었다.


나아가 철학은 삶의 중요한 질문들이 반드시 명확한 답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질문의 진정한 목적은 해답을 찾아 결론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해를 확장하고 우리 자신과 세계에 대한 연결을 깊게 만드는 데 있다. 즉, 질문은 완결된 결과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삶과 대화하는 과정인 셈이다.


철학 수업을 떠나며 나는 지식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관점을 얻게 되었다. “삶이란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질문을 던질 만큼의 호기심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이 깨달음은 나의 일상에 새로운 나침반이 되었다. 더 이상 불확실함을 두려워하기만 하기보다, 그 안에서 질문을 통해 탐구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게 된 것이다.


결국, 질문은 우리의 취약함을 드러나게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우리가 질문을 던지는 순간,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기에 머뭇거리게 되지만, 바로 그곳에서 새로운 깨달음과 변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단 한 번의 답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평생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들에 대해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나간다.


이처럼 철학이 일깨워준 가장 소중한 교훈은,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이야말로 나 자신과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풍부하게 경험하는 길이라는 사실이다. 불확실함을 용감히 마주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성장과 혁신의 문턱에 다가서게 된다.


실패한 여행에서 얻은 단 하나의 깨달음


그 여행은 내 인생 최고의 여행이 될 예정이었다. 나는 몇 달 전부터 모든 세부 사항을 꼼꼼히 계획했다. 항공권, 숙소, 일정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준비했다. 머릿속에서는 완벽한 모험이 그려졌고, 나는 그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 여행은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항공편 연착, 나쁜 날씨,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연이어 터지며, 내 계획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여행 3일째, 나는 비에 젖은 작은 카페에 앉아 "왜 이런 일을 시작했을까?"라는 질문을 반복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내리는 비가 거리를 희미하게 만드는 것을 보며, 나는 깊은 좌절감에 빠졌다. 이건 내가 계획했던 여행이 아니었다. 나는 즐거움, 발견, 영감을 기대했지만, 대신 불편함, 실망, 기대의 좌절만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내가 예상치 못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실패는 여정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흐름 속에서 배우는 삶의 춤


우리는 종종 완벽한 계획을 세워놓고, 그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실패했다고 여긴다. 어떤 여행이든, 혹은 삶의 여정이든, 가장 무겁게 지고 가는 짐은 바로‘기대’다. 그러나 인생은 대본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은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는 데서 삶의 지혜가 시작된다고 보았다. 그의 사상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파스칼 인생 공부에 따르면, 완벽한 대본에 집착하기보다 ‘현재’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파스칼이 말했듯이,


“인간은 자신이 허약하고 나약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진정으로 강해질 수 없다.”


이 말은 불확실성 앞에서 위축되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지금 이 순간에 적응하고 흐름에 몸을 맡길 때 비로소 진정한 성장과 의미를 찾게 된다는 메시지를 준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나 변수가 생길수록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과정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한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


파스칼은 또 “삶의 모든 행동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한다”고 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여행이든, 예측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삶이든, 그 모든 과정은 결국 나의 인생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여행지에서 맞닥뜨린 비바람이나 길을 잃은 순간은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길 위의 즉흥적인 즐거움과 그 안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배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나 역시 머릿속에 그려둔 ‘완벽한 성공’을 쫓느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오는 즐거움을 놓쳤던 적이 많다. 그러나 삶은 대본대로 흘러가는 연극이 아니며, 춤추듯 변하는 리듬에 자신을 맡기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배우게 될 때, 실패 역시 이야기를 다시 쓰는 기회로 재해석된다.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은 마음 가면에서 “취약함 속에 힘이 있다. 그것은 불편함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말한다. 마치 예기치 못한 폭우를 만나 고생하다가도, 그 빗속에서 만나는 한적한 카페나 뜻밖의 풍경이 내 인생의 또 다른 의미를 열어주듯이, 실패와 취약함을 정면으로 마주할 때 우리는 유연성과 겸손,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가치를 배우게 된다.


결국, 기대에서 벗어나기란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어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는 일이다. 이는 삶의 진정한 춤에 합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이라는 무대 위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저항하기보다, 그 변화의 흐름에 몸을 맡길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로운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우리의 여행과 삶을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준다.



“덜어내기”를 통해 발견하는 진짜 중요한 것


여행이 끝날 무렵, 나는 준비한 일정을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엇보다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여정의 가치는 성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여정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있다. 예상치 못한 실패나 우회로도, 결국 우리의 이야기를 한층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밑거름이 된다. 우리가 그 변화를 받아들일 때, 가장 불완전해 보이는 경험조차도 의미 있는 순간이 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더하고, 더 많은 것에 도전하라고 부추긴다.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지우며, 목표와 책임감을 무겁게 짊어지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브루스 리(Bruce Lee)가 말했듯, “중요한 것은 매일 더해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 덜어내는 것이다. 불필요한 것을 잘라내라”는 조언이야말로 우리가 진짜 중요한 것을 찾는 가장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우리가 덜어내는 대상은 다양하다. 할 일, 관계, 책임, 심지어 머릿속에 쌓이는 잡념까지. 만약 무언가에 “아니요”라고 말하기 어려워 계속 허덕이고 있다면, 그 순간 이미 우리의 에너지와 주의력은 빠르게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그레그 맥키언(Greg McKeown)은 자신의 책 에센셜리즘에서 “분명한 예스가 아니면, 그것은 분명한 노다”라고 말한다. 확신이 없는 일에 시간을 쏟기보다, 나에게 정말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에 집중해야 비로소 진짜 중요한 것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우리는 또한 자신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은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삶의 의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과 가치를 통해 창조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은 우리가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도움을 준다.


“나에게 자연스럽고 effortless한 기쁨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만약 내가 1년밖에 살지 못한다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까?”

“내 삶에서 반드시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우리는 남들의 기준이나 사회적 성공과 같은 외부의 잣대가 아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


결국, 덜어내기의 힘은 삶을 단순화하고, 나에게 진짜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인식하게 만든다. 그리고 중요한 것을 찾아냈다면, 단순히 머릿속에서 우선순위를 세우는 데 그치지 말고, 행동 역시 그 우선순위에 맞추어야 한다. 오늘 내가 하고 있는 일, 지금 내 에너지를 쏟는 일이 내가 진정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맞닿아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되는 사실은,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들은 이미 우리 곁에 있었지만, 시끄러운 주변 소음 속에 묻혀 있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불필요한 일들을 덜어내고, 내면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순간, 우리는 답을 더 명확하게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단순함의 본질은 명확하다. “덜어낼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여행이든, 삶이든, 실패든, 어떤 상황에서도 궁극적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깨달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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