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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스크린을 만날때..._11

"라라랜드(La La Land)"

by 이세현
“라라랜드(La La Land)는 어떻게 꿈과 현실, 그리고 관계의 선택에 관한 심리를 보여주는가?”


우리가 가장 소중히 품는 열망과, 사랑이라는 감정은 왜 양립하기 어려운 걸까?


오늘날 많은 이들은, 자신의 열정과 소중한 연인을 동시에 지켜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인생이 때때로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한다고 요구할 때,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다미엔 차젤레(Damien Chazelle)의 '라라랜드(La La Land, 2016)'는 이 질문을 화려한 뮤지컬 형식 속에 깊숙이 담아낸다.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 분)와 재즈를 되살리려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은, 로스앤젤레스의 눈부신 풍경을 배경으로 각자의 꿈을 쫓으며 서로에게 이끌린다. 영화는 경쾌한 음악과 황홀한 춤의 장면들을 통해,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목표와 낭만적 사랑이 어떻게 갈등을 빚고, 때론 감당하기 힘든 대가를 요구하는지 절묘하게 보여준다.


왜 라라랜드는 현대 관객들에게 이토록 큰 울림을 주며, 동시에 동기부여 심리학과 목표 설정 이론의 핵심을 설득력 있게 드러낼까? 미아와 세바스찬이 겪는 여정을 모티베이션 이론과 목표몰입(goal commitment)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 작품이 단순히 고전 뮤지컬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사람이 자신의 큰 꿈을 추구할 때, 사랑은 과연 어떤 자리에 놓이게 되는가?”라는 보편적 주제를 섬세하게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영화가 예술적 열정과 관계가 충돌할 때의 심리적 고뇌, 더 나아가 함께 도달하길 바랐던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때로는 서로를 떠나야 하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반짝이는 도시, 꿈을 펼칠 무대


라라랜드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찬란한 햇살과 별빛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미아(바리스타로 일하며 배우를 꿈꾸는 인물)와 세바스찬(순수 재즈를 지키고자 하는 피아니스트)은, 처음엔 사소한 갈등으로 얽히다가 서서히 서로의 열정에 매료되면서 사랑이 싹튼다(Chazelle, 2016). 두 사람은 낭만으로 가득한 도시를 무대로 춤추고 노래하며, 모든 것이 경쾌해 보이지만, 꿈이 현실과 부딪히는 순간이 닥치면서 점차 균열이 생긴다.


미아는 오디션에서 연속으로 실패하며 좌절하고, 세바스찬은 생계를 위해 자신이 지향하던 재즈의 ‘순수성’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결국, 서로에 대한 지지와 헌신이 오히려 ‘함께하는 시간’을 희생시킨다는 역설을 마주하며, 갈등이 고조된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각자의 길을 선택한 뒤 재회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제 그들은 더 이상 과거의 연인이 아니라, 두 개의 성공한 개인으로 남는다. 그 사이를 채우는 ‘만약 그랬더라면…’이라는 상상은 보는 이에게 “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놓쳐야 하는 사랑과 순간들”에 대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심리학적으로, 이 영화는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있어 열정과 애정이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가?”라는 통찰을 제시한다. 또한, ‘꿈을 향해 함께 달릴 수 있다’고 믿었던 낭만이, 때론 절대 병행 불가능한 현실로 끝날 수도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꿈과 현실의 충돌: ‘예술적 순수’ vs. 먹고사는 문제


야망이 부르는 소명

미아는 무수한 오디션과 단역 시도에서 연달아 낙방하며, “내가 배우로서 재능이 정말 있는 걸까?” 고뇌한다(Ryan & Deci, 2000). 세바스찬은 ‘본질적 재즈’를 되살리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지니고, 상업적 타협을 거부한다. 둘 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강렬한 동기(intrinsic motivation)에 사로잡힌 인물(Amabile, 1983)이지만, 그 길은 만만치 않다. 현실의 벽—돈, 인맥, 주변의 불신—은 늘 높아서, 두 사람의 열망은 지속적으로 시험대에 오른다(Vroom, 1964).


진정한 성공은 무엇인가?

세바스찬은 처음에는 “재즈의 정통성을 지키는 게 진정한 성공”이라 믿는다. 미아도 양산형 배우가 아닌, 자신만의 예술성을 증명해 보이는 것을 꿈꾼다. 이는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이 말하는 “내재적 목표”와 이어져, 성취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습이다(Deci & Ryan, 1985).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듯, 현실 세계에서 음악적 순수나 예술적 진정성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어떤 수준의 타협을 받아들여야 하는지가 두 사람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고민이 된다.


낭만적 꿈의 허상

라라랜드는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에 대한 경의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환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무대 위에 올린다(Chazelle, 2016). 미아와 세바스찬이 펼치는 우아한 춤과 노래는, 인생이 마냥 찬란한 ‘라라랜드’가 아님을 역설적으로 부각한다(Markman 외, 2008). 낙관적 환상은 일시적으로 몰입과 용기를 주지만, 그것이 오히려 ‘성취 못 했을 때의 상처’를 더욱 크게 만들 수도 있다. 영화의 전개는 이러한 몽상과 현실의 충돌을 격정적으로 표현한다.


동기 이론: 목표를 세우고 추구하는 힘


목표 설정 이론과 몰입

미아가 연극 무대를 마련하고, 세바스찬이 자신의 클럽 오픈을 꿈꾸는 모습은,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가 얼마나 행동을 유발하는지를 보여준다(Locke & Latham, 1990). 미아는 단역 오디션에서 벗어나 직접 1인극을 기획함으로써, 목표 달성을 위한 강력한 몰입을 시연한다. 세바스찬은 재즈 바를 열어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려 하고, 매일 꼼꼼히 자금을 모은다. 이처럼 분명한 목표와 집념이, 열정과 규율이 결합될 때 비로소 ‘예술 혼’을 현실화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Klinger, 1977).


기대-가치 모델과 정서적 동기

세바스찬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밴드’ 제안을 수락하는 것은, “재즈 지키기”라는 가치와 “생계를 안정시키기”라는 현실 사이의 타협이라 볼 수 있다(Eccles & Wigfield, 2002). 미아 역시 수많은 오디션을 이어나갈지, 아니면 포기하고 다른 직장을 찾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때 감정적 열망이 종종 ‘실현 가능성’보다 큰 비중을 차지(Markman 외, 2008). 결국 둘 모두 감정적 동기에 이끌려, 때론 자신의 원칙을 뒤흔드는 선택을 하게 된다.


충돌하는 목표, 갈라지는 길

미아와 세바스찬이 서로의 열망을 지지하려 애쓰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둘의 목표가 동시에 충족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관계 연구에서는, “둘 중 하나를 응원하는 것이, 다른 한쪽의 계획에는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 흔하다고 말한다(Johnson & Mortimer, 2002). 라라랜드의 비극성은, 함께라서 더 강해질 것 같았던 두 사람이, 막상 꿈을 현실화할 시점이 되자 어긋나는 과정을 통해 극에 달한다. 사랑과 커리어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가, 아니면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가—영화는 이 난제를 정면으로 파고든다.


사랑이 꿈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꿈이 사랑에 미치는 영향


사랑은 지지인가, 방해인가?

영화 초반, 미아와 세바스찬은 서로의 열망을 북돋는 ‘버팀목’이 된다(Finkel, 2017). 미아는 세바스찬에게 “네 재즈 정신을 지켜!”라며 응원하고,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네 가능성은 크다”며 힘이 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서로의 꿈이 커질수록, 만남의 자리는 줄어들고 갈등은 심화된다. 심리학적으로, 인간관계는 안정과 위안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시키기도 한다. 라라랜드는 함께할수록 행복해 보이는 사랑이, 역설적으로 개인적 야망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사실적 감성으로 묘사한다.


희생과 그 정서적 비용

“상대의 꿈을 지켜주려면, 내가 일부를 희생해야 할 수도 있다.” 많은 연인들이 희망하는 시나리오이지만, 영화에서 미아와 세바스찬은 갈등을 겪는다. 세바스찬은 미아의 연극 무대를 놓치고, 미아는 세바스찬이 땀 흘리며 투어를 도는 순간 그를 곁에서 지켜보지 못한다. 가족체계 연구에 따르면, 부부나 연인 간 갈등의 상당수는 양쪽 커리어의 조율 문제에서 비롯된다(Minuchin, 1974). 결국 “둘 다 성공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라라랜드가 그리는 결말은, 어느 쪽도 완벽히 죄가 없기에 더 아픈 현실로 다가온다.


“만약 우리에게 다른 길이 있었다면…”

영화의 마지막, 상상 속에서 “둘이 끝까지 함께했다면 벌어졌을 장면들”이 펼쳐진다(Chazelle, 2016). 이는 “관계적 후회(relational regret)”를 극적으로 시각화한 것이다(Kahneman & Tversky, 1982). 서로 원하는 커리어를 성취하면서 동시에 함께할 수도 있었던 또 다른 우주. 이 장면은 관객에게 말한다. “꿈을 좇아서 다른 길을 택한 뒤, 우리는 그 ‘다른 가능성’을 평생 곱씹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서서히 fade out되는 몽타주는, 삶에서 ‘무엇을 선택했고, 무엇을 포기했는지’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남긴다.


실망을 다루는 방식: 불안, 좌절, 그리고 재도약


감정적 붕괴와 재정비

미아가 1인극 초연이 실패하자 LA를 떠나버리는 장면은, ‘이젠 정말 끝’이라는 절망이 얼마나 쉽게 찾아오는지 보여준다. 세바스찬은 그런 그녀를 찾아 다시 기회를 잡으라 설득한다. 이는 스트레스 대처에서 말하는 재평가(reappraisal) 과정과 닮아 있다(Lazarus & Folkman, 1984). “더 노력해봐야 무엇하겠어?”가 아니라 “한 번 더 해보자, 혹시 모르잖아”라는 전환. 미아도, 지독한 상처 속에서 다시금 자존감을 일으키고 최종 오디션에 임한다. 결국 ‘고통을 견디며 마지막 희망을 붙잡는’ 이들의 태도가 영혼을 바꾸는 순간을 불러온다(Southwick & Charney, 2012).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의 회복

반두라(Bandura, 1977)의 이론에 따르면, 자기효능감이 높아야 목표 달성을 향해 도전적 행동을 지속할 수 있다. 미아는 끝없는 오디션 낙방으로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지만, 세바스찬의 지지와 자신의 ‘마지막 무대’에서 찾은 소신으로 다시금 효능감을 되찾는다. 한 번의 성공 경험, 혹은 주변인의 믿음이 주는 에너지는 자기효능감을 다시금 북돋우고, 결실의 순간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아가 전진할수록 세바스찬은 “이제 내 역할은 끝났나?”라는 상실감을 느낀다—또 하나의 아이러니.


함께 꾸던 꿈이 ‘따로의 꿈’으로

미아가 스타가 되고, 세바스찬이 자신의 재즈 클럽을 차리는 결말은 사실 각자 소망을 이룬 해피엔딩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둘은 함께하지 못한다. 이는 관계 심리학에서 말하는 “함께했던 목표”가 어느새 “각자의 길”로 분리되는 단면을 잘 보여준다(Park & Folkman, 1997). 소중히 품었던 로맨스가 사라졌음에도, 그들은 서로의 성취에 축하와 묘한 슬픔을 동시에 느낀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사랑을 잃는 대신 꿈을 얻었을 때, 그것이 진정한 행복인가?”를 물으며 가슴 아릿한 감정에 잠긴다.


음악과 상상의 세계: 심리적 피난처로서의 예술


뮤지컬 넘버가 주는 심리적 탈출

라라랜드의 현란한 춤과 노래는, 단지 공연적 재미를 넘어 주인공들이 현실의 불안으로부터 도피하는 상상적 공간 역할을 한다(Chazelle, 2016). 뇌과학적으로도, 예술적 몰입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며, 일상적 한계를 넘어 창조적 발휘를 돕는다(Salimpoor 외, 2013). 미아와 세바스찬이 밤하늘 아래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들은, 각자의 실패와 고민을 잠시 잊게 만드는 공동의 환상이다. 그러나 마치 꿈결 같은 이 순간이 끝나면, 다시금 현실의 고난이 문을 두드린다는 점이 영화를 더욱 씁쓸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함께하는 예술 체험과 관계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음악·예술을 함께 즐기면 정서적 친밀감이 높아진다(Hargreaves & North, 1997).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재즈의 매력을 설파하고, 미아가 세바스찬에게 자기 연극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 장면은, 두 사람이 서로의 예술적 정체성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과정이다. 공통의 창조적 경험은 둘 사이에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나중에 “더 큰 예술적 성장을 위해 각자 헤어져야 한다”는 역설적 결말로 귀결된다.


이루지 못한 미래를 그려보는 마지막 판타지

영화의 마지막, “만약 처음부터 모든 것이 달랐더라면?”이라는 상상 속 뮤지컬 시퀀스는, 완벽한 관계와 예술적 성공이 동시에 이뤄진 대안을 화려하게 펼쳐 보인다(Chazelle, 2016). 심리학에서 말하는 “반사실적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를 시각화한 순간(Roese, 1997). 관객은 이 몽환적 장면에 빠져 “둘이 끝까지 함께였다면 어땠을까?”라는 감정에 젖지만, 그 순간이 사라지자마자 현실로 돌아오며, “하지만 그러지 못했잖아”라는 사실이 가슴을 후벼 판다.


대가와 선택: 정체성을 결정짓는 갈림길


야망을 통해 자신을 찾기

미아에게 파리는 배우로서 날개를 펼칠 무대가 되고, 세바스찬에게 LA의 재즈 클럽은 음악적 혼을 지키려는 공간이다. 관계학 연구(Fowers, 2017)에서, 개인이 독립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건 장기적 측면에서 커플의 번영에도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여기서는 각자의 욕망이 너무 강렬해, ‘함께 하는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Erikson, 1968). 결과적으로 둘은 타협보다 개인적 정체성 확립을 택한다.


관계에서의 미완성된 목표

보통 연인은 미래를 ‘함께할 이야기’로 그린다(Fink & Slotter, 2018). 미아와 세바스찬도 초반엔 “함께 음악하고 영화하며 LA를 누비겠다”는 낙관을 품는다. 하지만 커리어가 궤도에 오를수록 그 공동의 스토리는 흔들린다. 이별은, 연인과 함께 설계한 이야기 일부를 잃는다는 뜻이기에, 자아감에도 공백이 생긴다(Lewandowski 외, 2006). 영화가 보여주는 마지막의 슬픔은, 단지 사랑 잃음이 아닌, 함께 꿈꾸던 모든 것이 허물어졌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성공과 사랑은 양립 가능한가?

영화가 던지는 의문: “정말로 진정한 성공과 진정한 사랑을 둘 다 완벽히 가질 수 있을까?” 라라랜드는 “이 둘이 때론 힘겹게 공존해낼 수 있지만, 절정의 ‘성공’에 이르기 위해선 ‘사랑’을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한다”는 냉혹한 사실을 보여준다(Vallerand 외, 2003). 오늘날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다”는 담론이 만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영화는 재차 시사한다. 끝내 허무하게도, 꿈이 이뤄졌을 때 소중했던 그 사람은 곁에 없다는, 씁쓸한 진실을 전한다.


에필로그의 우아함: 회상과 정서적 해소


과거를 다시 돌아보는 후회

마지막 장면에서 미아와 세바스찬이 다시 마주하는 순간, 그들이 과거를 완벽히 재구성해 ‘갈등 없는 사랑 이야기’를 상상하는 시퀀스가 펼쳐진다(Chazelle, 2016).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치유적 회고”의 일환—한 번 일어난 일을 다시 재해석해보고, 아쉬움 속에서도 감정적 마무리를 찾으려는 노력(Pennebaker & Chung, 2011). 관객은 그들이 한때 가졌던 ‘완벽해 보이는 동행’을 잠시 엿볼 수 있지만, 결국 현실에선 이 낙관이 허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려온다.


성장과 감사의 변주

재즈 클럽에서 서로를 발견한 둘의 마지막 시선 교환은, “너가 이룬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 시간도 고마워”라는 침묵의 교감(Harvey & Omarzu, 1997). 성숙한 사랑이란, 헤어진 다음에도 상대의 성공을 응원할 수 있는 마음을 품기도 한다는 뜻. 이들은 이제 지나간 사랑이 자신들을 성장시켰음을 서로 인정한다. 영화가 주는 결론은, 비록 둘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 상실에서조차 새로운 예술과 감정이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Neimeyer, 2001).


슬픔과 희망의 이중주

결국 라라랜드는 달콤한 낭만으로 시작해, “꿈을 쫓는다면 때로 사랑을 놓아야 한다”는 거칠고 현실적인 깨달음으로 끝난다. 그러나 완전히 절망적이지는 않다. 이별 속에서도 둘은 각자의 음악, 연기, 예술이 한층 무르익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상실은 때론 더 깊은 창작력과 공감을 낳는 촉진제가 되기도 한다(Neimeyer, 2001). 영화가 최후의 상상 장면에서 보여주듯, “함께였던 시간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고, 그 추억이 미래를 향한 예술적·감정적 자양분이 된다”는 희미한 위안이 남는다.


인생의 무대 위, 사랑과 꿈, 그리고 우리의 선택


라라랜드(La La Land)는 고전 뮤지컬의 밝은 색채 속에, 개인의 야망과 로맨스가 충돌할 때 직면해야 하는 진실을 아름답고도 가슴 아프게 담아낸다. 주인공 미아와 세바스찬은, 스트레스 대처와 동기 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분명한 목표 설정과 깊은 열정을 지닌 모범적 ‘꿈의 추구자’다. 그러나 영화가 말하는 건, 목표 달성을 위해 몰두할수록, 사랑이라는 감정에 쏟을 여력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결국 라라랜드의 귀결은 “커리어와 사랑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때론 ‘아니오’라고 말해야 하는 세상의 냉혹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냉혹한 선택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성공은 의미 있고, 이별 속에서도 서로의 존재가 남긴 흔적이 창작과 감정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긴다. 관객들은 그들이 함께 춤추던 별빛 아래 장면을 기억하며, “우리가 직면하는 갈림길에서, 꿈과 사랑 중 어느 것을 택해야 옳은가?”라는 딜레마를 되새긴다. 그리고 답은 없을지라도, 이 아련한 반짝임이 우리가 인생의 무대에서 추구하는 모든 것의 복잡한 아름다움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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