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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치매 엄마와 말기암을 투병하는 남동생 돌봄일지

#8. 엄마의 기도

by 햇살통통

– 기억은 희미해져도 멈추지 않는 기도. 그 안에 우리가 살아 있다.


엄마는 치매를 앓고 있다.

인지 능력이 많이 떨어진 편은 아니었지만, 작년 초 대퇴골 골절 이후 상황이 급격히 변했다. 수술과 재활, 입원 생활 속에서 조금씩 달라졌다. 움직임이 줄고, 걷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엄마의 일상은 침상 위에 머무는 시간이 대부분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울혈성 심부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날엔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하루를 보내야 한다. 엄마의 숨결 하나, 시선 하나에도 이제는 늘 긴장이 서린다. 나는 엄마 곁에 거의 붙어 지내며 간병을 하고 있다. 숨 가쁜 하루가 지나가고, 눈을 감을 때면 '오늘도 잘 넘겼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런데, 그런 일상의 한복판에서

엄마는 기도하신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어무이, 도와 주이소.

우리 아들들 도와 주이소…”


무의식과 현실을 오가며,

단 몇 분 전에 있었던 일도 금세 잊으시지만,

기도만큼은 잊지 않으신다.

무한반복처럼 되뇌는 이 기도 속엔

삶의 고통보다 더 단단한 것이 깃들어 있다.


양손을 조심스레 모으고

십자고상을 바라보며

엄마는 진심으로 기도하신다.

나는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다.

기도 중인 엄마의 얼굴은 때때로

누구보다 평온해 보인다.


많은 기억과 언어가 희미해졌지만

엄마의 입에서는 여전히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말들이 흘러나온다.


이 말들에는,

엄마가 평생을 살아오며 몸에 밴

믿음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말들 속에 우리는 있다.


수없이 많은 기도를 하였던 엄마,

그리고 오늘, 그 엄마 곁에서

기도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견디는 나.


오늘도

엄마의 기도는 계속된다.

내일도 그럴 것이다.

기억은 잊혀질지언정,

기도는 멈추지 않는다.

그 기도 안에 우리는 있다.

그 기도 덕분에, 나는 오늘도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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