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성당 가는 길, 묵주를 움켜쥔 마음
– 기도로 시작한 하루, 묵주의 체온을 쥔 손끝에서 희망은 다시 피어납니다.
핸드폰 알람이 어둠을 깨운다.
새벽이 아직 물러가지 않은 시간, 창밖은 적막하다.
나는 매트리스에서 조용히 일어나 앉는다.
오늘도 주님 안에서 하루가 시작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습관처럼 매일 복음말씀을 입력한다.
한 자 한 자 성경 쓰기 어플에 입력하며, 새벽빛보다 먼저 마음의 눈을 뜬다.
잠시 뒤, 기다리던 묵상글이 도착한다.
신부님의 새벽 메시지.
매일 묵상글 속에서 나는 삶의 중심을 다시 잡는다.
이른 시간, 아무도 모르게 나를 지탱해 주는 기도 같은 말들.
부드러운 단어들이 굳었던 내 마음을 천천히 녹여준다.
기도와 묵상을 마친 뒤, 나는 묵주를 들고 수영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물속에 몸을 담그는 순간, 웅크렸던 몸과 마음이
함께 풀린다.
물의 저항을 헤치며 움직일 때면 세상의 무게도 조금은
밀려나간다.
규칙적인 호흡 속에서 나를 다시 세운다.
성당에 도착해 미사에 참례한다.
제대 위 은은한 촛불, 신부님의 강론,
공동체의 기도 속에서
나는 다시 마음의 중심을 되찾는다.
주님의 손안에 오늘 하루를 조심스레 내어 맡긴다.
미사가 끝나면 곧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엄마와 동생을 돌보는 일상.
치매로 기억이 흐릿한 엄마, 병든 몸으로 하루를
버티는 동생.
밥을 짓고, 약을 챙기고, 대소변을 치우며 분주히 움직인다.
아프고 지친 가족을 보며 때론 마음이 내려앉지만,
그들을 위한 헌신은 내 안에 또 다른 기쁨을 싹 틔운다.
복음 말씀으로 하루를 열고,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사랑하는 이들을 돌보며 보내는 시간 속에서,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벅차오르지만, 그 안에서도
감사와 기쁨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주워 담는다.
묵주를 움켜쥔 손에 남은 체온처럼,
오늘의 기도는 내일을 향한 희망이 되어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나를 다시 걷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