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그의 눈빛을 오래 보지 못한 이유
– 말없이 전해지는 고통과 다짐. 그 눈빛이 너무 많은 것을 말해버리기에.
일 년 사이 동생은 대장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여덟 차례나 받고 장루제거 술 전이된 간과 폐 수술 다시 재발한 간 초음파 레이저시술 이런저런 치료 등으로 몸은 만신창이 되고, 기력은 바닥을 친다. 그런 그를 지켜보는 나 역시 마음이 무너진다. 마음이 흔들리면 정신도 따라 흔들린다. 하루가 시작될 때마다, 나 자신을 다잡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의 대부분은 두 개의 방을 오가며 흘러간다. 한쪽엔 치매를 앓는 엄마, 다른 한쪽엔 암으로 투병 중인 동생. 두 사람의 상태를 번갈아 살피고, 식사를 챙기고, 엄마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손빨래를 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단순한 수고로움이 아니다. 마음과 몸이 동시에 부서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아무 말 없이 따라주는 동생이 있다. 때로는 그 침묵조차 미안하다. 내 고단함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눈빛. 그 눈빛을 마주하는 게 오히려 더 힘들다. 고통과 인내가 겹쳐진 눈빛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전이면 그나마 짧은 숨을 고를 틈이 생긴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오시는 시간이면 나는 성당으로 향한다. 미사 봉헌을 드리고, 근처를 산책하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핸드폰으로 바람결과 꽃잎, 나무 그림자를 찍는다. 작은 풍경을 프레임에 담으며, 잠시 현실에서 걸어 나와 본다. 사진을 편집하고 저장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마음도 함께 정리된다.
하지만 그 여유는 길지 않다. 이내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다음날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엄마와 동생의 돌봄은 다시 나의 몫이다.
이 일상은 누군가에겐 반복이고, 누군가에겐 고요한 날들이겠지만, 내게는 숨 막히는 전장과도 같다. 그 안에서 나는 조금씩 닳고, 또 조금씩 단단해진다.
그리고 동생의 눈빛.
그 침묵 속엔 내게 말하지 못한 고통도, 나를 향한 배려도, 함께 버티고 있다는 다짐도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그 눈빛을 오래 보지 못한다.
너무 많은 것을 느껴버릴까 봐, 마음이 무너질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