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누룽지 한 그릇의 기도
– 한 술의 누룽지에 담아낸 정성과 기도. 지친 하루를 견디게 하는 작은 위로.
이른 아침, 벌써부터 공기가 후끈하다.
창밖으로 퍼지는 열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하루마저 지치게 한다.
햇살은 아직 뜨겁지 않지만, 마음 한구석은 묘하게 무겁고 눅눅하다.
땀처럼 흐르는 불안과 슬픔이 조용히 내 안에서 차오른다.
보이지 않는 감정의 구름이 마음을 천천히 덮어오는 듯하다.
하루의 시작,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동생의 방이다.
전이된 간에 암세포가 다시 자리를 틀어 초음파 레이저 시술 후, 그의 얼굴은 날마다 조금씩 더 야위고 지쳐간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 수 있을까.
속이 덜 부담스러운 누룽지를 조심스레 끓인다.
물 끓는 소리와 함께, 나는 마음을 다잡는다.
‘오늘은 한술이라도 넘길 수 있기를.’
작은 그릇에 담긴 누룽지를 수저에 떠서 그의 앞에 내민다.
말은 없지만, 눈빛이 먼저 닿는다.
고통과 피로, 그리고 묵묵한 인내가 담긴 눈.
오래 바라보기 힘들어 나는 살며시 눈을 돌린다.
잠시 짬을 내어 성당으로 향한다.
이글거리는 햇살 아래, 조용한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발걸음마다 묵주알이 손끝을 스친다.
“오늘도 잘 견디게 해 주세요. 덜 아프게 해 주세요.”
이 기도는 더 이상 의식이 아니다.
이제는 숨처럼, 내 안에서 저절로 흘러나온다.
성당의 고요한 미사 시간,
나는 동생을 조심스레 주님의 손에 올려드린다.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라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그래서 더 간절하다.
엄마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한의원 방문간호
선생님이 오셨다.
그나마 엄마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누군가는 이 조용한 하루를 평온이라 부르겠지만,
내게는 그저 고요한 무게일 뿐이다
오늘 하루는 누룽지 한 그릇에서 시작되었다.
그 맑고 부드러운 맛이 하루 내내 동생을 편안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지친 동생의 몸과 마음에 작은 숨결처럼 스며들기를.
말로 다 전하지 못한 내 마음도,
그 누룽지 속에 담겨 있었기를 바란다.
지치는 여름 속에서도 작은 정성과 기도로 시작한 하루.
아픈 가족을 위한 나의 일상은,
어쩌면 그렇게 한 그릇의 잔잔한 정수처럼,
소리 없이 마음을 건네는 사랑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