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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치매 엄마와 말기암을 투병하는 남동생 돌봄일지

#5. 감자전 한 장의 위로

by 햇살통통

– 노릇노릇 감자전 한 장이 오늘을 견디는 작지만 단단한 힘이 되었다.


밤새 내리던 비가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잿빛 하늘 너머로 희미한 밝음이 스며들며, 곧 맑아질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구름이 걷히면, 마음속 무게도 함께 가벼워질 것만 같다.


양쪽 방을 조심스레 살핀다.

엄마와 동생, 두 사람의 숨결을 확인한 뒤

싱크대로 발길을 옮긴다.


요즘 동생은 새벽이면 호흡이 힘들어 보인다.

바뀐 약 때문인지, 알러지성 비염이 겹쳐서

기침과 가래로 밤새 뒤척인 흔적이 방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엄마는 새근새근 잠들어 계신다.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잠든 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막상 식사 시간이 되면 깨우는 데에도 적잖은 정성이 필요하다.


씻기고 식사를 챙기려 하지만,

그조차 매번 쉽지만은 않다.

한 입 떠 넣으면 뱉어내기 일쑤고,

입안이 깔끔히 정리되지 않으면 입을 열지 않으신다.

입맛에도 매우 예민하셔서,

조금이라도 맛이 다르면 단호히 고개를 젓고 입을 꾹 닫아버리신다.


오늘 아침, 준비한 밥을 드시지 않으신다.

입을 열지 않고 고개를 돌리시길래

체념하듯 밥상을 치웠다.

잠시 허탈해졌다.


그러다 문득 감자가 떠올랐다.

강판에 조심스레 갈아 반죽을 부쳐내니

노릇노릇한 감자전이 완성되었다.

“엄마, 감자전이에요.”

작게 불러드리니

입을 쫑긋 여시며 ‘앙’

아기새처럼 받아 드신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어쩌면 오늘 하루도 괜찮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은 다행히 오늘 컨디션이 괜찮다며

맛있는 것을 사 먹고 오겠다고 나섰다.

그 말이 그렇게 반가울 줄 몰랐다.

그사이 나는 손빨래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집안을 한 바퀴 돌며 먼지를 닦고

엄마를 살핀다.


그렇게 하루는 쉼 없이 흘러간다.

특별할 것 없는 시간들,

그러나 내가 온 힘을 다해 살아내는 하루.


가끔은 문득

‘이게 언제까지 계속될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피로는 몸보다 마음에서 더 크게 밀려오고,

혼자라는 감정은

고요하게, 그러나 깊게 스며든다.


그래도 다시 몸을 일으킨다.

누군가는 이 자리에 있어야 하니까.

그리고 지금은, 그 누군가가 나이니까

이 말을 마음속으로 조용히 되뇌며, 다시 다짐해 본다.


오늘 복음 말씀,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 구절을 가만히 마음에 새긴다.

지금 내가 선택한 이 자리도,

어쩌면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좋은 몫’ 일지 모른다.


감자전 한 장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오늘 하루도, 잘 지나가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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