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주형 Sep 06. 2023

소신 것 조심해라.

나는 나를 걱정 안 해도 남이 나를 걱정하니까.

  배달 앱 리뷰가 하나 달렸는데 내 안경을 관리해 주는 안경점 사장님이었다. 나도 거기에서 안경을 맞추고 그 사장님도 우리 가게에 음식을 종종 주문해 준다. 내용을 봤더니 새우젓이 빠져서 가게에 전화를 걸었는데 바빴는지 받지를 않아서 사장님께 보이기 기능으로 리뷰를 남긴다고 했다. 나는 그래서 다음에는 신경 쓰도록 하겠다고 댓글을 남기고는 내가 배달 나간 사이 매장에 손님이 많아서 어머니가 미처 전화를 받지 못했는가 보다 하며 넘어갔었다.


  다음 날에는 배달 앱 상담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은 이랬다. 국밥 두 그릇을 주문했는데 1인 세트가 와서 가게에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 알았다. 이건 전화선이 뽑혀있겠구나. 확인해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뽑혀있었다. 아마 뽑힌 채로 3~4일 정도 흘렀던 것 같다. 헐레벌덕 다시 연결하고 장사를 이어갔다. 아마도 cctv 담당자가 몇 가지 확인하러 들렀다가 실수로 뽑아버리고는 인지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아무튼 이내 전화 주문이 들어왔다. 아주 오래된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님이었다. 내가 국밥 가게를 하기 전부터 친분이 있던 60대 부부 사장님이다. 배달 대행 기사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왔고 내가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사모님께서 단 칼에 한 마디 하셨었다. "아이고, 모르겠다. 나는 말리고 싶다."라고 말이다. 아무쪼록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음식을 들고 배달을 갔고 인사를 드렸더니 부부 동반으로 하시는 말씀이 "아이고, 천만다행이다."였다. 그래서 "뭐 때문에요?"라고 물었다. "전화가 4일째 연결이 안 되니까 우리는 사고가 난 줄 알았다. 걱정 돼서 전화 걸었는데 어머니가 받으시네."


  이 말씀을 듣고는 삶을 조금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한 20분 뒤에 올 테니까. 제가 자주 먹는 치킨 하나 튀겨주세요."라고 말하고는 20분 동안 공기 좋은 골목으로 가서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나 자신을 너무 소홀하게 생각했다는 반성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주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가 제법 많이 쏟아질 때면 항상 연락해 오는 친누나와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내 가장 친한 친구 등 그들에게 늘 "어, 그래 알았다. 알았다. 고맙다. 고맙다. 어, 조심할게." 별것 아닌 태도로 대답하고는 했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이 일이 내 숙명이고 최고의 노력을 단 한 번도 소홀하게 해 본 적이 없기에 혹여, 사고가 난다면 내 과실은 없겠지만, 그때야말로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라며 생각해 왔다. 나 혼자 다치고 사망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종종 유서를 써왔고 부모와 형제를 제외한 내 배우자와의 존속 관계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을 꾸리지 않겠다는 신념이 생겨버린 것이었는데 정작 내 가족과 주변인, 나아가 생각지도 못했던 귀인의 마음과 그 고마움까지 도려냈던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이기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실을 깨달았고 깊이 반성했지만 어차피 나는 언제나 조심히 운전했다. 나 또한 자동차, 이륜차 두 가지 모두 운전하고 있고 이륜차의 안전 운전과 자동차의 안전 운전은 방식이 솔직히 많이 다르므로 설명을 줄이도록 하겠다. 자동차 운전자는 절대 이해할 수 없고 대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앞서 다루었지만, 신호 대기 시 맨 앞 대기선에 걸치거나 조금 넘어서 신호를 받는 이유가 빨리 출발하려는 것보다 추돌 사고 시 협착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는 이륜차 운전자가 월등히 많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사고는 확률 싸움 아니겠는가? 내 뒤에 스마트폰 중독자가 있을지 알코올 중독자가 있을지 마약에 취한 사람이 있을지 자동차를 훔친 비행 청소년이 있을지 액셀과 브레이크를 분간 못하는 미숙운전이 있을지 그건 모르는 법이다. 단순 접촉 사고로 자동차는 공업사에 맡기고 뒷목 잡으며 병원에 입원하거나 보험사와의 합의를 보는 게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을 다루면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자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또한 내가 경찰이라면 하루에 음주 운전자를 5명 이상 잡아낼 확신이 있을 정도다. 겪어보면 안다. 어쩌다 벌금 얼마 내더라도 내 목숨은 살리겠다는 굳은 다짐 같은 것들 말이다. 이것은 한 가지의 예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들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다루게 되면 나만 손해기 때문에 최대한 다루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봐도 귓방망이를 후려치고 싶을 정도의 악성 배달원이 너무 많이 때문이고 다시 정리하자면 배달원은 정확히 그들을 구분할 수가 있고 무경험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경험이 없다면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또 많이 한 것 같다. 아무쪼록 주문한 치킨을 픽업하러 가게에 들리기 전에 몸에 좋은 따듯한 차 두 잔을 사서 사장님 부부에게 전해드렸다. 감동이나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면 바로 표현해야 한다. 나중은 없기 때문이다. 지성인은 하루에 감사함을 수십 가지 이상 느낀다. 하나하나 다 기억해야 마땅하지만 아마도 기억 저장소가 버텨주지 못할 것이기에 바로바로 진심을 다해 표현하는 것이 가장 이롭다는 것이다. 나는 사장님 부부에게 너무 감동했고 감사했다. 일단은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도 최대한 살아보자. 많은 주변인에게 자주 연락하고 안부를 묻자. 그래, 이유를 달지 말라.



이전 22화 희망도 배신을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