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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주형 Sep 10. 2023

슬럼프가 오는 이유

반복 숙달은 새로운 것을 만나기 위한 가짐이다. 

  슬럼프가 오는 결정적인 이유를 알아냈다. 그것은 기존의 것을 반복 숙달함과 동시에 새로운 것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장사를 이어오다 보니 원활한 인간관계를 이루어내지 못했을뿐더러 조금의 에피소드만 바뀌었을 뿐이지 반복 숙달에만 전념해 왔던 것이다. 쓴 글을 봐도 거의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쓰는 듯한 느낌을 받고는 했다. 지나친 반복 숙달의 끝은 완벽함이 아니었다. 퇴화였던 것이다. 내가 쓴 글이 점점 그림자 속으로 묻혀감을 느낄 때 알 수 있었다. 창작이란 한 곳에 오래 머물수록 신선함을 잃는다는 것을 말이다.


  아마도 이 점은 모든 분야를 접목해 봐도 같은 답이 나올 것이다. 운동선수라면 새로운 훈련 방법과 다른 나라 선수들의 마인드를 수용해 보거나 육체만큼 중요한 정신에서 오는 컨트롤을 체득해야 할 것이고 음악가, 화가, 예술가 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매일 똑같은 작업실에서 똑같은 고민을 하며 반복 숙달만을 고집해 왔기 때문에 신선한 작품이 탄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반복 숙달이 가장 기본이 되지만 나중에는 비중을 줄여도 된다. 그것을 해왔던 이유가 새로운 것을 만나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수가 온종일 발성 연습만 하고 있지 않듯이 말이다. 감성을 움직여 새로운 노래를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수많은 분야 중 창작에 관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슬럼프를 맞이했을 것이고 절망한 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러한 순간을 만난다면 제발 기본을 저 멀리로 제쳐두고 자신의 감성이 이끄는 곳으로 움직여 새로운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즉흥적이어도 좋고 오래 이어져도 나쁠 게 없다. 기본을 잠시 잊어버린다고 해서 그것이 어디론가 도망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슬럼프를 만날 정도로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새로운 공간에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어쩌면 배달원이라는 직업이 내게 잘 어울린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공기가 좋거나 내 감성을 깨워주는 공간을 찾을 때면 그곳에 앉을 의자가 없더라도 보도블록에 앉아 글을 쓰고는 했다. 오토바이에 올라탄 이후의 글은 대부분 그렇게 탄생했다. 그렇지만 딜레마에 빠졌다. 우리 가게의 배달 가능 구역 즉, 울산광역시 중구의 모든 공간이 이제는 내 손바닥 안에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모든 노면 아스팔트의 울퉁불퉁한 특징까지 말이다.


  무언가 이곳에서 떠날 때가 됐다는 시그널인 것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장사와 창작의 비중을 두고 당분간은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으로 느껴진다. 장사가 8 창작이 2 정도로 기준을 세웠지만 나는 책을 더 읽고 싶고 새로운 내용을 쓰고 싶은 마음이 비율을 흔들고 있다. 이것은 시간을 더 쪼개어 활용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생각은 장사를 선택하려 하고 마음은 창작을 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마도 장사를 선택할 것이다. 장사라는 한 마리의 토끼를 먼저 잡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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