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이 오기 전에 겨울철 월동이 가능한 크기의 로즈메리 허브를 구매해서 서재 옥탑방에 들였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뒀고 물도 일주일에 한 번씩 듬뿍 줬다. 그러나 가을이 오기 일보 직전 서서히 시들며 죽었다. 나와 수년을 함께한 이름 모를 식물 친구들은 잘 버텨냈는데 허브만 죽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가게 근처에 있는 꽃 가게 사장님께 여쭈었다. "저기 보이는 저만한 크기의 허브인데도 다 죽었어요. 왜 그럴까요?" 그러자 사장님께서 "허브는 여름에 물을 엄청 자주 많이 줘야 해요. 3일에 한 번? 3일이 뭐냐, 어떨 때는 매일 줘야 할 때도 있는데, 화분 안에 뿌리로 꽉 차 있을 만큼 뿌리가 큰데 물을 일주일에 한 번 줬으니 더운 여름을 어떻게 버텨요?"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죽은 한 줄기를 자르기 전 사진이다.
그 말을 듣고는 죽은 줄기를 모두 정리했다. 그랬더니 큰 줄기 두 개가 살아있었다. 곧 다 죽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물을 엄청 자주 줬다. 그럼에도 이내 한 줄기가 죽었고 한 줄기만 남았다. 정말 어떻게든 살려보고 싶은 마음이다.
요즘 장사를 하면서 느낀 감정과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이미 죽어버린 식물에 물을 주고 있는 것처럼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단순히 우리 가게를 허브에 비유했다. 그렇다면 저 한 줄기의 의미는 무엇일까? 두 줄기가 그대로 살아남았다면 어머니와 나를 비유할 수 있었을 텐데 한 줄기라면 우리 가게라는 화분에 한 줄기라면, 내 어머니다. 물가라는 것을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 폐업할지라도 어머니를 엄청 많이 자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주 강한 메시지를 느꼈다. 그것이 내 장사의 본질이었다. 금전과 사업 확장, 그러한 것들은 사실상 내게 아무 의미가 없는 비전이었다. 이 힘든 시국에도 누군가는 돈을 벌고 있다. 그러고는 그 시기를 지나 경제적 자립을 한다. 그것이 그들의 목표다. 하지만 내 목표와는 다른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이것이 내 삶인데, 돈을 좇으면 돈을 알게 되고 사람을 쫓으면 사람을 알게 되고 소신을 쫓으면 소신을 알게 된다. 열심히 하다 보면 모든 그것들이 나를 따라온다는 말은 허상에 가깝다. 왜냐하면 내 몸이 하나이기 때문에 한 분야만을 쫓을 수밖에 없어서다.
목표든 야망이든 어쩌면 그것을 이루어 낼 수 있었던 까닭이 한 가지 있다면 내 생각에는 건강한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목표, 야망, 희망 세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단언컨대 희망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열심히 할 수 있게 하니까. 열심히 해야 하는 까닭이 있다면 열심히 해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뭐 어쨌든 열심히 한다는 가짐과 행동은 기본기다. 마냥 열심히 하더라도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그 기본기로 다른 차원 다음 차원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 모른다. 저 한 줄기, 메시지로 인해 화분이 다시 웅장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매일 관심을 가지고 키워내면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선은 믿어버렸다. 때로는 계산기를 놓고 그냥 오늘 하루만 바라보고 어떠한 이유도 부여하지 않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