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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주형 Oct 01. 2023

인간관계를 제어할 수 있는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만 타인을 사랑하라.

  인간관계에는 보통 두 가지 성향이 있다. 인간관계를 즐기는 사람과 즐기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지금도 인간관계를 중요시 여기지만 즐기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사적인 자리에서 어울리고 돌아오면 수많은 영감을 얻어온다.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한 친구는 우울감에 빠져있고 다른 한 친구는 자만에 빠져있고 또 다른 한 친구는 인간관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그러한 모습들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된다.


  한 날은 술을 못 마실뿐더러 많이 마시지도 못하는 내가 생맥주 10,000cc 정도를 마신 날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날은 구토를 하지도 않았고 다음 날까지 마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렇게 술자리가 끝나고 새벽 5시쯤 귀가하려고 할 때였다. 가까이 지낸 적은 없지만 거리를 두고 오래 알고 지내온 친구가 이런저런 이야기가 하고 싶다며 내게 물었다. 그래서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고향 동네 골목 아무 곳에 앉아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친구의 천성이 사람을 좋아했고 나와 같이 음식점 영업을 이어오면서 많은 것이 쌓여있었다. 친구의 고민은 주변인에게 이렇게 노력하는데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과 오래전 조금의 잘못과 거기서 더 좋은 이미지로 개선되지 않음을 느끼면서 힘들어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존심이 매우 강한 친구로 알고 있었지만 눈물을 쏟아내며 말했다. "그냥 아무도 안 만나고 일만 하고 싶다."라고 말이다. 그렇지만 모임이나 만남에 참석하지 않으면 이미지가 상실될까 봐 우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토닥이다가 나도 입을 열었고 "나도 인간관계를 너무 좋아했었어. 항상 리더가 돼야 했고 모든 유행어와 개그코드는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났던 적이 있었지,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내 이미지에 목숨을 걸었었지. 근데 중요한 건 아무도 내게 큰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는 거였어. 그것을 깨달았을 때가 언제일까?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갈 쯤이었어. 너는 지금 아직도 자신을 사랑해 본 적이 없어 보이네. 당연히 방법조차도 모르겠지. 앞으로 한 2년 정도라도 진지하게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봐."라고 말했다.


  친구는 우울증에 걸렸다고 봐도 무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우울증이라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걸린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면 외적에서 오는 것이든 내적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든 결국 마음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요즘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는 이유가 이 능력을 상실해 버렸기 때문이다. 돈과 명예는 어쩌면 좇아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람과 유행은 절대 좇는 것이 아니다. 쫓다 보면 자신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인생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아는 것이고 몰랐다면 알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되면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로 아파하고 고민해야 할 사유가 사라지게 된다. 어쩌면 속을 수밖에 없었다. 나를 보는 시간보다 타인을 보는 시간이 당연히 더 많았고 관심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스마트폰 SNS가 크게 한몫했을 것이다.


  반면의 시선에서 다시 말해보자면 내가 아는 작가들 중에서도 집에만 박혀서 글만 읽고 쓰는 작가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내면을 그만 좀 관리하고 좀 나가서 사람들과 어울려라고 말한다. 창작을 할 때 그 작품을 혼자서 소장을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되지만 대중에게 선보여야 한다면 많은 사람을 만나서 그들에게 공감을 하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고 이처럼 공감능력을 키워야만 공감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는 했다. 세상은 진짜, 너무 빨리 변하니까 말이다. 인간관계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은 인간관계의 시간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고민을 꺼내왔던 친구에게는 로즈메리 허브 내 이야기를 들려주며 내가 힘든 점을 꺼내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는 말했다. "내게 눈물을 보였다고 약점을 보인 것 같다고 찝찝한 마음은 가질 필요가 없다. 사람들 고민을 들어주려고 내가 태어난 것이고 날카로운 표창이 멈추지 않고 마음속에서 맴돈다면 내게 와서 그걸 뱉어내면 된다. 그러면 나는 그 표창을 재빠르게 잡아서 어떤 부분이 날카로워서 계속 상처가 됐는지 설명해 줄게. 나도 방금 뱉어냈잖아. 돌아가서도 어쩌면 오랜 시간 뱉어도 뱉어도 끊임없이 생성될 거다. 다시 말하지만, 돌아가서도 너 자신만을 사랑해 봐. 그 방법을 찾고 연구해 봐. 어쩌면 표창이 아니라 마음속 바람개비가 될 수도 있을 거야."라고 말이다.


그날 돌아와서 시를 한 편 썼다.


견뎌내는 것도

버텨내는 것도 아닌

흘러가는 것이었다.

흐르는 물속

그중 한 방울이

언젠가 증발하는 것처럼

어떠한 물결을 만나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는데

뭐가 그리 괴로웠는지.


  혹여 당신도 우울감에 잠겨 있다면 이왕 나로 태어난 거 외부에서 찾지 말고 자신만을 사랑하는 방법만 생각해라. 하던 일 계속하면서 인간관계도 그대로 이어가면서,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나머지 극단적인 생각으로 외부로 통하는 문을 닫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실을 이해하고 본격적으로 나를 알아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느냐 그러지 못했느냐의 차이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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