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줬을 때를 생각하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앞서 나를 걱정해 주셨던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부부이야기를 잠깐 들려줬었는데 기억이 날지 모르겠다. 대략 30년 정도 돼 보이는 가게를 두고 말도 없이 이전하셨다. 한국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프랜차이즈다. 분위기만 하더라도 20세기 말이 느껴질 정도였는데 그만큼 추가적인 인테리어를 할 사람들이 아니라서 더 의아했다. 가게 이전 사실을 국밥 두 그릇을 배달 주문해 주셨을 때 알았고 바뀐 주소로 배달을 갔을 때 창문 너머로 부부 사장님들을 확인하고 가까운 마트에 들러 두루마리 휴지와 샤인머스캣 한 상자를 사서 우리 가게 음식과 함께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이고, 이게 뭐고? 아, 참내, 이런 걸 뭐 한다고 주노 이 말이다."라며 사모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그분들의 성향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절대적으로 절약 정신이 투철하고 정확하며 받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아니다. 정말이지 축하 화분 하나 없을 정도로 알리지 않으셨던 것이다. 그래서 나도 한 마디 했다. "사장님, 사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제일 중요한 거는 받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제가 사장님하고 사모님을 감사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두 분이서 받을지 말지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또, 그리고 안 받아주는 게 주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더라고요. 이 치킨집 사실 정점에 있지만은 더 잘 되세요."
아무쪼록 옆 가게가 고깃집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치킨집까지 터서 확장하고 싶다고 졸라댔었다는 사실을 듣고 나서야 이해했다. 항상 말하지만, 감사함은 언젠가 잊힐 수도 있기 때문에 그 감정이 남아 있을 때 잊지 말고 용기 있게 표현해야 한다. 감사의 마음은 지니고 있는 것에서 나아가 상대에게 보여줄 수 있을 때 나도 좋은 사람으로 타인의 기억에 남는다. 이러한 태도로 삶을 살면 단언컨대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 내 생일을 앞두고 가게 휴무일에는 친누나가 꼭 만나서 밥 한 끼 먹자며 며칠 동안 주입식으로 약속을 했다. 내 생일 한 달 전에는 매형 생일이었는데 고가의 점퍼를 하나 선물했었다. 쿨한 척 아무 일도 아닌 척 그렇게 넘어갔지만, 만약 내가 그러한 점퍼 하나를 사려면 안 살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게 적어도 한 달에서 두 달간은 고민하다가 의류 같은 경우에는 결국 계절이 변하고 말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무조건 두 배로 돌려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주는 것을 좋아하듯이 줬을 때 안 받는 게 싫듯이 주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을 했다. 결론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갑자기 무언가를 주더라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다만 무언가를 요구하기 위해서 주는 것이라면 당연히 받아서는 안 되며 전화번호에 저장된 그 사람의 이름까지 지워버리는 것이 이롭다. 그러니까, 선의를 가지고 주는 것이라면 받고 나서 부담 없이 오랜 시간을 두고 그 사람을 다시 생각해 보면 그만이다.
누나의 결론은 뭐라도 하나 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원래의 나라면 아이 둘을 양육하는 누나의 형편을 잘 알기에 밥은 한 끼 우아하게 얻어먹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물질적인 선물은 절대 받지 않았을 테지만, 이번에는 그리 비싸지 않은 바람막이 하나를 골랐다. 대신, 아껴 입지는 않는다. 내가 선물 받은 물건, 특히 의류 같은 경우는 주변에서 누가 버려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입어 버리는 편이다. 그것이 감사함에 보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신발이라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신고 바지라면 까만 바지가 회색바지가 되더라도 그 또한 감성이라며 터지면 수선을 맡겨서 다시 입는다. 만약 당신이 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받는 것도 같이 좋아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에게 당신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또한, 돌려받기 위해서 주는 것이라면 애초부터 주지 마라. 그것은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은 자필로 쓴 편지다. 혹여나 누군가 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자필로 쓴 편지를 보내온다면 그 사람은 당신을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