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의 내적 성장을 말하는 법

<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가 보여주는 주인공의 내적 성장

by 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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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가던 사람이 자신이 본 작품 속의 익숙한, 혹은 낯선 다른 세계에서 새로 태어나게 되는 '환생물'. 그리고 해인설 작가의 「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는 이를 반대로 하여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던 누군가가 현대에서 환생한 모습을 그렸다.


정확히는 현대보다는 조금 앞선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웹소설은 전생에 끝없는 전쟁 속에서 살았던 남자가 가상현실 게임 스트리머로 살아가게 된 이야기다. 가상현실게임. 웹소설 중 '게임'과 '스트리머'가 주요 소재가 되는 작품에서는 꼭 나오게 되는 필수 요소 중 하나다.


아직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은 과학기술인지라 약간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상현실에 접속하기 위한 캡슐, 자가부상열차, 무인으로 운영되는 자동차 등등 지금보다 기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진보하고 발전한 세상을 배경으로 하게 된다.


이런 근미래, 너무나도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난 주인공 '서은우'는 중학생쯤의 시기에 자신의 전생을 깨닫게 된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괴수들과 싸우며 피가 난무했던 전생의 기억은 강렬하고, 그 시절의 기억과 가치관 등과 현재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괴리감 속에서 서은우는 완전히 사회에서 고립된다. 서은우가 날카롭고 거친 전생의 기억을 가다듬고 간신히 '일반인'다운 행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고등학교 3학년. 그렇게 서은우는 학창 시절을 몽땅 말아먹고 20살, 재수생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서은우는 그런 말아먹은 학창 시절 속에서도 어쨌든 계속 친구로서 곁을 지켰던 소꿉친구 김희수의 꼬드김에 넘어가 처음으로 가상현실 게임에 발을 들였다가 깨닫게 된다. 직접 몸을 움직이고 오감을 사용하는 가상현실 속에서라면 전생의 기억도 쓸모없지는 않다는 것을.


그렇게 서은우는 게임 스트리머가 된다. 전생에서 죽을 때까지 전쟁 속에서 살았던 그의 신체능력이나 전투센스, 혹은 살상 능력은 현대에서는 그렇게 쓸모가 있지는 않아도 '피지컬(Pysical, '육체의'라는 영단어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게임을 잘하는 힘'으로도 쓰인다. '피지컬이 좋다=게임 속 움직임이 좋다'에 가깝다.)'을 필요로 하는 게임에서는 압도적인 장점이 된다.


사람들은 그가 보여주는, 이제껏 본 적 없던 압도적인 신체능력에 열광한다. 서은우는 처음으로 자신이 불편하다고 느꼈던 힘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순간을 깨닫고 스트리머로서 살아가게 된다.




서은우의 전생의 기억은 일종의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가깝다. 전쟁, (사람과 괴수를 가리지 않는) 살인, 동경과 공포가 혼재하는 사람들의 시선, 신뢰하던 동료들의 배신으로 인한 죽음... 그리고 다시 태어난 이후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부모의 차별과 무관심, 큰 키와 전생의 기억으로 한껏 예민해진 기운에 겁을 먹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을 한데 어우러 서은우라는 인물상이 만들어진다. 아닌 척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타인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는 자존감 낮은 무의식과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계속해서 선을 긋고 경계하는 모습까지.


서은우는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던 '정상적이고 이 시대의 사람이라면 으레 그렇게 해야 하는' 정형화된 길인 '학창 시절의 성실한 공부, 수능을 비롯한 입시를 통한 대학 진학'에서 벗어나 비정형화된 '스트리머'로서의 길을 걷는 순간 스스로를 변화시킬 기회를 얻는다.


타인에게 무시당하고 배척당했던 주인공이 타인에 비해 압도적인 능력으로 자신을 무시하던 이들의 콧대를 팍 꺾어주기를 바라는, 소위 '사이다'를 보여주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자 이 작품을 읽는 사람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다. 보통 이런 웹소설을 읽는 독자들 중에는 그런 카타르시스를 목적으로 하는 독자들이 많고, 실제로 통칭 '사이다'를 보여주는 작품이 많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행보는 '사이다'와는 거리가 멀다. 서은우가 보여주는 압도적인 무력(이제는 게임실력)은 열광의 대상이 맞지만, 서은우는 다른 사람을 그저 속 시원하게 내려찍는 것으로 인간관계를 마무리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에 열등감을 갖지 않고 함께 앞으로 나가려고 하는 '동료', 앞서 그 길을 간 사람으로서 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 그가 가는 길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지지해 주는 '가족' 등은 이전의 삶부터 총 두 번의 삶 동안 주인공이 단 한 번도 갖지 못했던 것들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대면하게 되는 인물들을 한껏 경계하면서도 그들과 마주치고, 부딪히고, 포용하고, 혹은 끊지 못하고 미련처럼 붙들고 있던 것을 끊어낸다.


작품 속 서은우는 오로지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정점을 찍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의 '현실'에서 그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이 작품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현대판타지 웹소설의 탈을 쓴 성장소설


이 작품에 대해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실제로도 다른 지인들에게 이 작품을 소개할 때 썼던 한 마디를 말하자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웹소설 독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상현실게임', '스트리머', '환생' 등의 소재를 버무려 양념을 낸 성장소설이라고.


날카로운 겉모습과 달리 인간관계에 소극적이고 자존감 낮던 외강내유의 주인공이 단단한 내면을 가진 한 사람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 그렇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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