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연주하는 음악

현대판타지 <영광의 해일로>가 연주하는 음악 이야기

by 블랑
내가 누구든 어떤 모습을 하든 너흰 나를 영광이라 부르리


HALO. '광영'을 자신의 이름으로 쓴 남자의 이야기. 직접 작곡하고 부른 음악으로 사람들을 열광시켰으나 고독한 정상에서의 권태로움을 견디지 못한 천재적인 가수 '헤일로'는 그래미 시상식에서 수상과 동시에 은퇴선언을 하려고 했으나 시상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순간, 헤일로는 현대 대한민국의 중학생 '노해일'의 몸에서 깨어난다. 분명 자신이 살던 세상에서 몇십 년 후의 미래인 것이 분명한데, 자신이 어린애의 몸을 빼앗은 건지 아니면 다시 태어난 것인지도 분간하지 못하는 상황. 심지어 자신이 남겼던 전설적인 음악을 비롯한 자신의 흔적들은 모조리 사라진 상황.


아무도 전설적인 가수 '헤일로'를 알지 못한다. 이대로 유유자적 낯선 시대의 낯선 어린애의 몸에서 살기에는 우연하게라도 자신이 남겼던 음악의 족적을 누군가가 비슷하게나마 남길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앞선다. 그래서 노해일은 다시 한번 'HALO'가 되기로 한다. 자신이 만들었던 총 12집의 앨범을 모두 구현하고, 다시 새로운 음악을 하기 위해서.


하제 작가의 <영광의 해일로>는 세상의 핍박을 이겨내고 홀로 정상에 섰던 어느 천재 가수가 다시 한번 그 정상까지의 길을 걸어가는 웹소설이다. 두 번째로 시도하는 정상으로의 여정은 처음의 것과는 다르다. 그때와는 다른 환경, 다른 주변인이 그를 맞이한다.


여타 다른 아이돌이나 배우를 직업으로 하는 연예계물의 웹소설과 달리 연예계의 업계 요소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노해일'이라는 사람이 HALO라는 이름으로 다시 전 세계의 열광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것은 연예계 데뷔 등을 통해서 이름을 알리고, 예능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멋진 작품에 출연하고... 이런 연예계 웹소설에서 바라는 내용을 통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유튜브로 자동 치환해서 생각할 수 있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을 통해 올린 그의 음악이 지나치게 좋기 때문이다.


작품에서는 그의 음악이 주는 충격이 압도적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활자를 통해 접하는 독자는 어리둥절해진다. 우리는 작품 속의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없으니까. 그러므로 독자가 작품의 음악을 받아들이기 위해 작품 속에 서술되는 청자가 느끼는, 혹은 헤일로가 그려낸 음악의 심상에 상상력을 더하는 것이다.


시작은 잔잔했다.
마치 고요한 호수에 물방울이 툭 떨어진 것처럼.
슬프게 느껴지는 선율이 어느 적막한 거리로 인도했다.

(중략)

연약하게 끊길 듯 말 듯 이어지던 피아노 선율을 뒤덮는 신시사이저.
그를 따라 불꽃이 튀어 올랐다.
남자는 괴로움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파괴적인 선율은 곧, 일렉기타.

[영광의 해일로 1권 中]


노해일은 자신이 헤일로였던 시절 작곡한 12집의 앨범을 다시 만들어간다. 어차피 자신이 작곡한 것이니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문제가 없다. 헤일로가 직접 겪었던 기억과 감정이 버무려져 만들어졌던 음악에 노해일이 되어 느꼈던 감정들이 마치 화음처럼 덧붙는다.


옛날에 헤일로의 노래가 사람들을 열광시킨 것처럼, 사람들은 다시 노해일이 만든 노래에 열광한다. HALO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유튜브 채널 속의 주인공이 한국의 중학생이라는 것은 아무도 알지 못한 채로.


과거 HALO의 삶은 고독하게 빛났다. 그의 노래에 열광하는 팬들은 전 세계에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한 가족들과 절연하고 어린 나이에 길을 떠돌았고, 밴드의 세션맨들과 끊임없이 불화를 일으켰으며, 그의 에이전시 대표는 그를 오로지 가치가 높은 상품으로만 보았으며, 스스로는 술과 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새로운 삶을 얻은 노해일의 삶은 완전히 정반대다. 노해일은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 '지나치게 호의적'이라고 표현하지만, 그는 최악에서 평범의 궤도에 오른 것이다.


활자가 연주하는 음악은 어떻게 독자에게 다가올까? 음악을 표현하는 웹소설은 많고, 영광의 해일로도 그중 하나다. 서술된 묘사를 보고 독자가 작품 속 등장인물의 외형을 상상하는 것처럼, 음악 또한 독자의 상상력에 기반하여 만들어진다. 구체적인 악상을 떠올리지는 못해도, 그 음악이 주는 분위기에 취할 수는 있는 것이다.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을 겉핥기로 훑자면, '대한민국의 어린 남자애가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단기간에 전 세계의 열광을 받는' 이야기, 소위 약간의 '국뽕'적 이야기라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 노해일 이전에 HALO가 갖고 있던 배경적 이야기와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음악들, 그리고 그와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노해일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속에 들어있는 것이 영국에서 활동하던 서양인인 탓에 대한민국의 기본적인 사상과 다소 벗어난 행동을 하는 주인공도 소소한 웃음 포인트다. '뭐? 내가 군대를 가야 해? 왜?' '한(恨)이 대체 뭔지 모르겠는데..' 등등. 중간에 묘한 러브라인이 들어갈 것처럼 보이다가도, 결국 굳이 러브라인 없이 깔끔하게 완결 낸 것도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다른 여타 연예계물과 궤를 달리 하는 흐름의 작품이라 즐겁게 읽었다. 여러 차례 읽으며 매번 새로운 부분에서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음악이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에서 차츰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의 성장물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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