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버-페흐너의 법칙
격리 7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제 반이 지나갔다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 갑자기 복병이 나타났다. 화장실 악취가 심하게 진동하며 도무지 가실 줄 모르는 것이다.
큰 기대 없이 호텔 매니저에게 문제 제기를 했지만, 방향제 주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단 그거라도 보내달라고 했던 건 큰 실수였다. 분사하는 싸구려 방향제를 뿌리자, 원래의 악취와 섞여 말할 수 없이 역겨운 냄새가 되었다. 아이들은 화장실 근처도 가기 전에 구역질을 해댔다.
급한 대로 검색을 했지만, 격리 중이라 없는 것들 뿐이다. 하수구 트랩이나 피톤치드를 어디서 구할 것인가. 10원짜리 동전이면 된다고 해서 지갑을 다 뒤졌으나 100원짜리 동전 하나만 달랑 나왔다. 베이킹소다나 식초처럼 집이라면 늘 있는 것도 여기는 없다.
지금 내게 있는 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었다.
탄산음료를 변기에 부어주고 30분 기다렸다 물을 내려 주면 변기 냄새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콜라가 좋다지만 스프라이트 몇 병밖에 없어 300밀리 병 두 개를 변기에 부었다.
원두커피 찌꺼기를 화장실에 두면 탈취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론 근본적인 원인 제거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냄새를 잡아주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원두커피가 있을 리 없다. 대신 가져간 인스턴트커피 가루 (카누) 5봉을 뜯었다. 느끼함의 연속인 격리 기간 중 커피는 피 같은 음료지만, 악취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내게 남은 커피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었음에도, 악취에 비해 커피가루 양은 턱도 없어 보인다.
레몬을 갈아 소금과 함께 섞어 하수구에 부어 주면 살균과 함께 냄새 제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레몬이 없어 어제 택배로 도착한 귤을 까서 손으로 으깨 즙을 짰다. 그리고 증도에 갔을 때 사온 ‘함초 소금’ (이런 데 쓰긴 너무 아깝지만)을 뿌렸다.
핵폭탄이 터지고 있는데 고무줄 소총 가지고 방어하려고 애쓰는 듯 내가 가진 무기는 초라하다.
후각 수용기는 쉽게 피로해져 금세 냄새에 둔해지는 순응(adaptation)이 일어난다고 알고 있었는데 왜 악취가 계속 나는 걸까. 매초 2.5%씩 민감성이 감소해 1분 후에 약 70%의 민감성을 상실한다는데 왜 여전히 고통스러울까.
“지독한 냄새 맡고 난 후 99%의 냄새를 제거해도 1%의 냄새만 남아 있어도 사람은 30% 정도의 악취를 느낀다. 그만큼 독한 냄새를 맡게 되면 이후 조금의 냄새만 있어도 독하게 느끼게 된다.”
베버-페흐너의 법칙
첫날보다는 좀 나아졌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독하게 느끼는 건 어쩌면 이런 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어서일지도. 코로나 검사를 벌써 3번이나 받아 음성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렇게 냄새에 민감한 걸 보면 코로나와는 확실히 거리가 멀다. 역시 이렇게 가둬 두는 건 너무하다는 결론으로.
*혹시 이런 상황에서 악취를 없애는 좋은 방법 있으면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