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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Sep 17. 2020

코로나 이산가족의 보물찾기

중국 칭다오 격리

중국행 비행기표를 예매했을 때, 7개월 넘게 떠나 있던 집으로 돌아간다는 기쁨보다 가족이 헤어져야 한다는 슬픔이 더 컸다. 아이들과 같이 떠나는 내 마음이 이럴 때 혼자 남는 남편 마음은 오죽할까.


떠나기 며칠 전 아이들과 남편에게 남길 카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보물 찾기를 할 때처럼 오피스텔 여기저기에 숨겨 두기로 했다. 과연 남편이 알아채기는 할지, 알아챈다면 언제쯤이면 찾아낼 수 있을지 예상해 보며 아이들과 키득거리기도 했다.


중국으로 떠나오고 며칠이 지나도 남편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


Between a gentleman in Moscow and a cute little dog


아이가 답답해서 힌트 문자를 보내기도 했지만, 남편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결국 아이들이 보물을 찾아보라고 성화를 부리자, 남편은 그제야 보물 찾기에 나섰다.


책꽂이와 남편 책들 사이에 숨긴 보물

남편은 힌트 문자를 보고 큰 아이의 편지를 찾아내고, 우리 때문에 몇 개 늘어난 책장을 뒤집어 책 정리를 하다 내 카드를 찾아내고, 손수건을 몇 장째 쓰고야 막내 아이의 카드를 찾아냈다. 며칠에 걸친 긴긴 보물 찾기였다.



내 책들 사이에 숨긴 보물 / 서랍장 손수건들 틈에 숨긴 보물


여전히 남편이 어떻게 느끼는지는 알 수 없다. 답장도 답 메시지도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런 무던함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홀로 있는 이 시간을 견딜 수 있겠구나 싶어 다행이란 마음이 들었다.


언제쯤이면 격리 규정이 풀려 가족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도대체 보물을 몇 개나 더 숨겨 놓고 왔어야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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