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희 Sep 16. 2020

칭다오 격리 생활 중 누리는 호사

중국 칭다오 격리 Day 4

저녁 6시. 노크 소리가 들린다. 보통 식사 배달을 알리는 노크 소리라, 한참 뒤에 문을 열고 도시락을 들여오면 된다. 하지만  노크 후 대답을 했는데도, 계속 반복해서 노크 소리가 들린다. 얼른 마스크를 끼고 문을 열어 보니, 택배 상자가 배달되어 있다. 격리 중 음식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우리를 위해서 남편이 간식을 배달시킨 것이다. 물론 배달된 간식은 치킨이나 피자는 아니었다. 


저녁에 배달된 깜짝 선물


지금 격리 중인 숙소에서는 ‘와이마이’(外卖: 음식 배달)는 안 되고, ‘콰이띠’(快递:택배)는 된다. ‘와이마이’는 ‘배달의 민족’을 생각하면 되고, ‘콰이띠’는 ‘쿠팡’을 떠올리면 된다. 격리하는 호텔마다 규정이 다 다른데, 후기들을 종합해 보면 대부분 택배는 허용하는 반면, 음식 배달을 허용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일부 격리 호텔에서 커피 한 잔까지 배달시켜 먹는 모습을 사진이나 유튜브로 보고 부러워 했지만, 우리가 머무는 숙소는 허용이 안 된다. 


(필요한 물품은 징동(京东)이나 메이투안(美团) 등에서 배송시키면 되는데 중국 휴대폰 번호가 필요하다. 없을 경우 중국에 사는 지인에게 부탁할 수 있다) 


택배도 일단 호텔 로비에 도착하면 검사를 한다. 검사를 통과한 물품은 식사 배달 시간에 식사와 함께 문앞에 갖다 준다. 아이들 음료를 배송시킨 적 있는데 (카프리선), 호텔 매니저에게 원래 음료는 안 되는데 이왕 시켰으니 봐주겠다는 소리를 들었다. 적당히 마시라는 말과 함께. 격리 중에 외부 음식을 잘못 먹고 배탈이 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호텔 매니저와 나눈 위챗 메시지



택배로 배달된 물건을 문앞까지 배달해 주는 사람들은 호텔 직원이 아니라 ‘의료진’이다. 격리자에게 택배 물품을 배달해 주는 것도 일종의 방역 활동이기 때문이다. 숙소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걸 생각하면, 무거운 물건들을 날라다 주는 의료진에게 더욱 감사하다. 


저녁 시간에 배달된 뜻밖의 선물로 격리 생활 중에 호사를 누린다. 남편이 보내준 ‘찰떡 파이’ 하나를 꺼내 마지막 남은 얼 그레이 티를 우려 야금야금 먹었다.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감옥에서 먹는 사식이나 군대에서 먹는 초코파이가 이런 맛이 아닐까. 


격리 생활 중 누린 호사



*간식과 음료 외에 택배로 그동안 배달시킨 물건 


밀대 걸레와 일회용 청소포 (dry & wet) 

일회용 라텍스 장갑 

곽티슈 

일회용 그릇 


*택배로 배달되는 과일 (복숭아, 귤, 방울토마토)을 시켰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 

이전 10화 '천국의 맛'이라고 호들갑 떨지만 이건 겨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