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격리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했다. 남편이 주문했다고 한 지 4일이 지나서야 겨우. 스티로폼 박스를 가득 채운 겨 속에 토마토가 한 알 한 알 포장되어 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바로 두 개를 씻어 베어 물었다. 원래는 아이들에게 나눠 줄 생각이었으나, 한 입을 먹자 그 생각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서서 잘 익은 토마토 두 개를 먹어 치웠다.
겨우 토마토일 뿐인데, 이게 꿀맛일 줄이야.
격리 중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토마토는 원래 매일 하루 두 끼 이상 식단에 오르는 평범한 채소로 (중국에서는 과일이지만), 먹을 때 절대 어떤 감흥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짜고 맵게 볶아 기름이 줄줄 흐르는 흐무러진 채소만 며칠 먹은 사람에게, 싱싱한 토마토는 그야말로 천국의 맛. 방울토마토만 고집하고 큰 토마토를 먹지 않는 아이들이 고마울 지경이다.
토마토는 베이징에서 왔다. 내가 들어가기 위해 2주를 격리해야 하는 그곳에서 토마토가 대신 내게 왔다. 사실 숙소 근처에도 채소와 과일을 파는 가게가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규정상 그곳에서 시키는 건 안 된다. 택배로 받을 수 있는 채소와 과일을 찾다 보니, 북경에 있는 토마토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다. 윈난(云南) 지역의 귤과 산둥(山东) 다른 지역의 복숭아는 아직도 오고 있는 중이다. 토마토보다 먼저 주문했음에도.
하루 세끼 느끼한 음식으로 내 몸과 마음도 흐무러지고 있었는데, 새콤한 토마토를 먹으니 온몸이 청량해진 기분이다. 몸속에 끼어 있던 기름기를 제거해 주기라도 한 듯.
중국 칭다오 격리 음식:
https://brunch.co.kr/@yoonsohee0316/361
이 모든 게 얼마나 과장처럼 들릴지… 며칠째 중국 현지 도시락을 먹으며 격리되어 본 사람만 알 것이다.
토마토 덕분에 남은 격리 기간을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다.